북한주민이 좋아하는 남한 노래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7-0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내일은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 포스터.
'내일은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 포스터.
/TV 조선 홈페이지 캡쳐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탈북자들이 좋아하는 남한의 가요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대중가요에 대한 이야기 전해주신다고요.

정진화: 요즘 우리 한국 텔레비전을 보면 미스터 트롯이라고 남자분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옛날 가요, 트롯이라고 하면 북한 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북한 사람들의 성향에도 맞는 노래예요. 그리고 저희도 북한에서 한국 노래인지 모르고 불렀지만 또 그런 노래가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어서 오늘은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어떤 노래이기에 남한사람들이 열광 하는 겁니까?

정진화: 이번에 전국에서 노래를 한다는 사람이 모여서 노래 경연을 했는데 거기서 최종 7명이 선발돼서 미스터 트롯의 7인에 선출됐다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데 6명은 성인이고 1명은 14살 학생입니다. 그 친구가 부르는 노래 중에 보릿고개가 있는데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기자: 직접 한 번 노래를 잠시 들어보고 말씀 나누겠습니다(보릿고개)

정진화: 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갯길 주린 배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이런 노래인데 저희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때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노래 같아서 정말 몇 번을 들어도 자꾸자꾸 듣고 싶은 노래입니다.

기자: 정말 1960년대 이야기로 젊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공감이 안 갈 텐데요.

정진화: 트롯은 전국민적 열풍이 일어서 유튜브를 보면 이 친구 노래를 다룬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습니다. 보릿고개는 원래 한국의 다른 가수 분이 부른 곡인데 어린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부른 사연이 있더라고요. 그 친구 할아버지가 작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분이 자기 손자한테 우리가 이런 세월이 있었다 잊으면 안 된다면서 이 노래를 가르쳐줬다는 거예요. 어찌 보면 14살 소년에게 맞지 않는다. 어떻게 그 감정을 내지 하고 의문이 들겠지만 듣는 사람도 깊이 빠져서 노래가 진짜 심금을 울립니다.

기자: 북한 분들도 노래 좋아하지 않습니까?

정진화: 그렇죠 남북한 합쳐서 우리민족은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이런 민족이라고 했는데 남북한이 부르는 노래는 워낙 그 곡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너무 많은 변화를 보이죠. 북한 노래하면 전부 사상이 들어가잖습니까? 정말 몇 개 노래 빼고는 거의 어버이 수령, 당 이런 가사를 빼면 노래가 형성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 노래는 제가 놀랐는데 사랑이란 단어가 빠진 말이 없는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웃도 사랑하고, 내 가족도 사랑하고 가깝게는 자식도 사랑하고 남편도 사랑하고 이러는데 북한에서는 사랑이란 것이 동지간의 사랑, 혁명가 간의 사랑, 조국과의 사랑 이런 것이어서 똑같은 가사를 놓고도 사람들이 부르는 곡에서 지향하는 내용이 틀린 거죠. 북한 노래는 좀 딱딱하고 노래도 어렵다면 한국 노래는 가사도 쉽고 따라 부르기도 쉬워서 탈북자도 한국 노래라면 금방 빠져드는 그것이 큰 특징인 것 같습니다.

기자: 노래가 좋아서 남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탈북자분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정진화: 요즘에도 노래방을 운영하시는 탈북민이 좀 있고요. 그전에는 노래방이라고 하면 각방이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한 시간에 2만5천원, 목이 좋은 곳에 가면 3만원 했는데 요즘은 어린 학생도 가기 때문에 500원 동전 노래방이 생겼어요. 거기는 모니터가 하나 있고 한 두 명이 들어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간이 좁아요. 한 곡을 부르는데 500원이거든요. 양천구에 가면 탈북민 친구가 하는 데가 있어서 가봤는데 학생들이 오면 2천원을 내고 4곡을 부르는데 아쉬워해서 2천원을 냈으면 한 곡을 더 틀어주는 이런 500원 노래방이 많이 생겼습니다.

기자: 처음에는 가라오케라고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라고 해서 회식을 하고 꼭 거쳐 가는 곳으로 자리매김 했죠.

정진화: 한국 분들은 1차,2차 ,3차 이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1차는 식사를 하고 2차는 노래방을 가서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춤도 추고 그런 문화적인 생활을 하다가 다시 술이 좀 깨면 맥주집에 가서 3차를 한다는 것이 문화처럼 자릴 잡았더라고요. 노래방에 가서 여러 명이 어울려서 탬버린 두드리면서 박자 맞춰서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말 못할 고민 이런 것도 많은데 노래방에서만은 회사 사장이나 직원이나 할 것 없이 어울리는 그런 면에서 노래방을 가는 것 같아요.

기자: 탈북자분들도 노래 즐기지 않습니까. 어떤 노래를 많이 부르십니까?

정진화: 탈북민도 노래하면 빠지지 않죠.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가 찔레꽃입니다. 남쪽나라 내고향 ...다시 언제 고향에 가서 친구를 볼까? 달 밝은 밤에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 아린 그런 추억들이 있는데요. 어느 땐가 설문 조사가 있었는데 탈북자가 노래방에 가서 제일 많이 부르는 곡이 뭔가 했는데 찔레꽃이었어요. 그만큼 곡에서나 가사에서나 전달하는 내용들이 우리 북한에 고향을 두고 가족을 두고 친구들을 둔 우리 마음에는 정말 너무 잘 안겨오는 그런 노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자: 이제는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정리를 좀 해주시죠.

정진화: 제가 북한에서 중국에 오려고 회령 지역에 갔는데 그 지역 사람들이 제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굉장히 곡이 좋았어요. 제가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중국 연변 사람들의 노래란 거예요. 그런데 후에 한국에 와보니까 한국 노래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부부란 노래였어요. 북한 사람들은 그것을 연변 노래라고 알고 있더라고요. 우리도 보면 그 전에 보면 가사는 안 나왔지만 북한에서 관현악으로 악기로 연주하는 곡 중에 최진희 가수가 부른 그 노래도 북한에서 굉장히 익숙한 노래예요. 한국 노래하면 사상도 없고 까다로운 가사도 없고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외우기도 쉽고 따라 부르기도 쉽고요. 저는 중국에서 한국에 올 때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까 녹음기를 틀어놓고 노래를 듣는데 그때는 슬프고 눈물이 나오는 그런 노래가 여기 와 보니까 신나는 노래였습니다. 지금 제가 푹 빠져있는 보릿고개처럼 북한 분들도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그날이 통일의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가요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