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옷과 우산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7-2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우산을 나눠 쓴 북한 어린이들이 평양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우산을 나눠 쓴 북한 어린이들이 평양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비 오는 날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비 오는 날에 대해 이야기 전해주신다고요.

정진화: 네, 요즘 뉴스를 들어보면 전 세계적으로 국지성 호우라고 해서 예상에 없던 비가 갑자기 내린다거나 너무 많이 비가 와서 큰물 피해가 심하다는 뉴스가 많습니다. 우리가 비가 오면 어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어떤 사람은 비옷을 입잖아요. 그래서 비올 때 생각나는 우산이나 비옷에 대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우산 하니까 동요 중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이런 노래가 떠오르네요. 잠시 들어보시죠.

정진화: 네, 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노래를 들어봤는데요. 노래를 지은 분이 북한에서 태어났대요. 작곡가 이계석 선생은 평북 선천에서 태어났고 교장을 하시다가 90세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옛날에는 우산 색을 보면 아이의 집안 형편을 짐작할 수 있었나 봐요. 동요 가사를 보면 재미있고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기자: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나무에 비닐 박막을 해서 만든 파란색 우산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요.

정진화: 요즘에는 그런 우산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겠는지 모르겠어요. 우산 하면 북한생각이 나는데요.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우산이 없으면 비옷을 입고 비옷도 없으면 비닐박막을 뒤집어 쓰고 했는데 한국에는 눈이 오는데 우산을 쓰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그것을 보고 신기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날이 더워서 눈이 오면서 녹아 물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비싼 옷이 물에 젖을까 걱정이 돼서 그런지 사람들이 눈이 오는데 우산을 쓰고 다니는 것이 저에겐 정말 신기했습니다.

기자: 비올 때도 그렇지만 여름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 양산도 쓰잖습니까.

정진화: 맞아요. 양산을 씁니다. 지금은 그 가지 수가 너무 많고요.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양산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도 하지만 양산은 할머니들이 주로 쓰고 젊은 사람들은 양산 대신 여름에는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멋인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양산 쓰는 사람은 잘사는 사람, 멋을 내기 위해 하는 그런 것인데 한국은 너무 다양한 것이 많아서 양산이 귀한 존재는 아닌 것 같아요.

기자: 자동으로 펴지는 우산이 나왔을 때는 참 인기였는데요

정진화: 네, 요즘은 꺾이는 것에 따라 접는 우산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펴면 큰데 접으면 아주 작아지죠. 접는 우산이 질도 장우산 보다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흔한 물건이 우산이에요.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날에는 우산 값이 좀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깜빡 하고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와서 돈이 없어 우산을 못 샀다는 사람은 있어도 가게에 우산이 없어서 못 샀다 이런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 한국은 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고 꼭 우산을 챙기지 않습니까?

정진화: 네, 황사비가 내리는데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을 때 직접 맞아봤어요. 흙비에요. 그것이 굉장히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그런 날에는 특별히 우산을 쓰고 다니는데 비를 맞고 나면 진탕에 빠진 것처럼 되니까 건강에 안 좋겠죠.

기자: 북한은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황사비, 산성비라고 하면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정진화: 그런데 그것이 북한에서는 솔직히 황사가 많지 않다고는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사막 같은 곳에 바람이 불면 모래바람이 불잖아요 그런 것과 같은 거죠. 북한 사람들은 황사라는 개념을 몰라서 그래요. 저희가 시골에 가면 달구지나 조금 바람이 부는 날에는 흙먼지를 맞는데 북한 정부에서 방송을 안 해서 그렇지 황사란 게 없는 것은 아니에요.

기자: 사실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듣고도 귀찮아서 외출할 때 안 가지고 가는 분들도 있거든요.

정진화: 네, 지금은 워낙 우산이 흔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을 샀는데 금방 해가 떴어요. 그러면 특히 남자분 들은 거추장스러우니까 지하철 같은 곳에선 그냥 버리고 가는 거에요. 처음에는 그걸 보고 너무 아까워서 가서 보면 망가진 것도 아니에요. 웃기는 것이 또 뭐가 있는가 하면 여기에 우비도 일회용이 있는데 북한 식으로 표현을 하면 흰 비닐로 만든 것인데 그게 말이 일회용이지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이 아니거든요. 우산도 그렇고 비옷도 일회용이 있어요. 북한 같으면 쓰자마자 헤져서 버린다는 생각이 들겠는데 여기 것은 빗물을 탈탈 털어서 쓰면 몇 번을 쓸 수 있거든요. 옛날에는 굉장히 비싸고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겠는데 요즘은 너무 흔해서 버리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우산도 다양 하지만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이나 또는 우산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은 우비를 입잖습니까?

정진화: 특히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우비가 따로 나와있어요. 우리처럼 앞쪽에서 단추가 있으면 물이 스며들잖아요. 그래서 위에서부터 통째로 내려 입는 옷이 따로 있고요. 또 비 오는 날 북한에서는 장화를 신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이에요. 아이들도 고무 장화인데 꽃이 박힌 장화는 누구나 신고 싶어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우산을 한 사람은 많은데 장화를 신은 사람은 별로 없어요. 북한에서는 사출 장화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시골에서 농사지을 때 신지 멋으로 신지는 않는가 봐요. 솔직히 길을 가다가 어떤 차는 속력을 내고 가면서 물을 튀고 하는데 짜증을 내면서도 왜 그 흔한 장화를 신지 않는지 그것도 궁금한 사항입니다.

기자: 이제는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정리를 좀 해주시죠.

정진화: 네, 제가 살던 함흥 지역에도 영예군인 공장이라고 우산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산은커녕 그 흔한 비닐박막도 쓰지 못해서 비를 쫄딱 맞는 모습을 흔히 보는데 한국에 와서는 우산살 하나 망가져도 우산을 버리는 거에요. 그리고 신발 수리하는 곳은 있는데 우산 수리소는 없는 거예요. 한국은 물건이 흔하니까 버리는 것도 많고요. 저희 집을 봐도 미처 우산을 챙겨 나기지 못한 날은 또 사고 해서 몇 개가 되는 것 같아요. 참 그 흔한 우산을 보면서도 북한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비 오는 날 풍경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