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입니다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1.10.12
풍성한 가을입니다 추수를 앞둔 경상북도 영양군의 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RFA Photo-정진화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10월도 중순에 들어서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아침저녁으로 기온차도 심해졌고, 피부로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정진화: 네, 일단 사람들의 옷차림이 바뀌었고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에어컨을 안 켜는데 전혀 덥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가끔 부슬비가 내리는데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소리를 내는 게 가을이란 느낌이 확 듭니다. 또 동네를 보면 여름 내내 너무 더워서 집집마다 문을 다 열어놓았었는데 요즘은 문을 열어놓는 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남한의 시월, 가을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사실 가을하면 제일 바쁜 곳이 농촌 아니겠습니까? 제가 아는 언니는 고추 따기나 고구마 캐기가 막바지라고 친구들이랑 시골에 일하러 갔습니다. 원래는 조선족이나 베트남 사람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일하던 농장이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19로 입국이 어렵다 보니까 시골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는 지인분이 친구들과 와서 일 좀 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드라고요.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농촌 일이란 게 안 해본 사람에게는 솔직히 쉽지가 않은데요.

정진화: 그래서 저도 언니랑 가서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했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농촌지원을 나가보면 솔직히 농사일이란 게 어떤 일이든지 쉬운 게 없거든요. 그런데 농장을 하시는 분이 고구마를 캐는 건 기계가 하니까 흙을 털어서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하시더래요. 그래서 몇 명이 갔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고 할 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당도 10만원이라고 하니까 약속한대로 한 달을 다 채우고 돌아오겠다고 하네요.

기자: 농촌은 일손이 바쁜데 서로 도움이 된다고 하니 좋군요.

정진화: 맞습니다. 북한에 비하면 사실 남한 농촌의 일은 정말 힘들다고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모내기나 김매기, 추수, 탈곡은 모두 기계가 합니다. 사람이 한다면 뒷거두매를 하는 건데 그런 걸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저도 모르게 북한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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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산촌생활박물관 진입로.   /RFA Photo-정진화


기자: 올해 벼는 추수를 시작했나요?

정진화: 얼마 전 추석 때는 시장에 가보니 햅쌀이 나온 것을 봤고요. 백화점에서도 지금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추수는 이제 시작입니다. 제가 며칠 전에 경상북도 영양군에 다녀왔는데 논에 벼도 한창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고 과수원에는 사과가 풍년이었습니다.

기자: 경상북도 영양은 농촌지역인가요?

정진화: 네, 영양군은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북쪽은 봉화군, 울진군 동쪽은 영덕군, 안동시, 남쪽은 청송군과 접해 있습니다. 울진이나 영덕이 대게로 유명하고 안동이나 청송은 사과와 마늘이 유명한데 영양은 고추가 유명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영양에서 특별한 과일을 발견했습니다.

기자: 특별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못 보던 과일이라는 말씀인가요?

정진화: 맞습니다. 황금사과 다른 말로는 “시나노골드”사과라고 부르는 사과 품종이었습니다. 황금사과라는 말처럼 황금빛을 띤 사과였는데 일본 사과와 교배해 육종한 품종이라고 하는데 재배가 어려워서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아삭한 식감에다 당도도 높고 향도 좋고 특히 깎아놔도 색깔이 잘 변하지 않아서 갈아서 쥬스(과일단물)를 만들었을 때 그 색이 환상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무자체가 일반 사과나무랑 전혀 다르게 생겨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알고 있던 사과와는 좀 달랐다는 말씀이군요.

정진화: 네. 청송에서 영양으로 들어가는 도로 주변에는 사과 나무가 엄청 많습니다. 예전에 충남 예산에 갔을 때도 가로수처럼 사과 나무를 심은 걸 보았는데 이번에 갔던 영양군은 도로 양 옆으로 논 아니면 과수원이었는데 과수원의 과일은 모두 사과였습니다. 처음에는 사과가 참 많네 하고 생각했는데 황금사과가 있는 건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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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의 특산품 '황금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RFA Photo-정진화


기자: 농촌 풍경이 멋졌겠어요.

정진화: 네. 그런데 사과하면 생각나는 사연이 있습니다. 북한사과에 대한 이야기인데 함경남도 북청이라고 하면 사과의 고장이라고 소문난 지역입니다. 그런데 1980년데 북청과 가까운 신포에 경수로를 건설할 때 북한을 여러 번 다녀온 남한 분이 책을 쓰셨는데 처음 북한 사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남한에서는 과일을 상품화하기 위해 양보다는 질에 관심을 두는데 북한은 반대라는 거에요. 결국 양만 생각하다 보니까 한 나무에 사과가 수백 개가 열렸는데도 솎아주지도 않고 관리도 하지 않아서 사과인지 대추인지 가늠이 가지 않더라,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북한에 있을 땐 사실 그런 사과도 없어서 못 먹었다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기자: 이제 옷차림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 어떤가요?

정진화: 사실 여름에 비해서 옷차림이 많이 무거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직까지 완전한 여름옷차림을 한 사람도 있고요. 코트처럼 가을에 어울리는 옷차림도 등장했습니다. 나이에 따라서도 아이들이나 젊은 층은 아직도 여름옷이 많고 중년층 이상은 가을 옷차림인데 그래도 텔레비전에서 날씨를 알려줄 때에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니 덧옷을 꼭 챙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여성들 경우에는 여름에 입었던 원피스 같은 치마보다는 바지로 많이 바뀌고요. 아직은 한낮에는 햇볕이 뜨거워서 양산을 쓰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봄가을에는 청바지가 많이 등장하는데 굳이 유행을 언급한다면 요즘은 옛날에 입었던 옷 모양들이 인기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마스크도 인기패션인데요, 1회용으로 쓰는 마스크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마스크에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그려 넣었고요, 꽃 문양이나 색상이 넣고 여러 번 빨아서 사용할 수 있는 면제품의 마스크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로 모임이 아직은 제한을 많이 받는데 생활에 불편이 많죠?

정진화: 네. 이제는 만 17세이하나 임산부의 접종도 시작되었지만 17세 이하는 완전히 자율의사에 맡긴다는 방침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감염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식사는 제약이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풀린 상태입니다. 특히 결혼식의 경우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거의 200명이 참여해도 된다고 하니 전보다 두 배 이상이 참가하는 셈입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란 말인데요. 다시 말하면 오곡백과가 무르익기에 좋은 때가 가을이라는 겁니다. 남한에는 사계절 큰 구분이 없지만 특히 가을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기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코로나19가 이제는 백신 접종을 해서 바이러스 전파가 주춤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계절이 북한주민들에게도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가을에 대한 이모저모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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