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단풍, 책 그리고 음악이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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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 입구의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 입구의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가을 풍경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남한에서 보내는 가을 이야기 해주신다고요.

정진화: 네, 가을하면 단풍도 생각나고 또 애들 키우는 입장에서는 가을 운동회 그리고 우리 친구들도 시골에 많이 사는데 가을 하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해서 하늘도 높고 모든 것이 무르익은 추수가 생각나잖습니까? 그래서 가을 하면 생각나는 운동회나 낙엽, 추수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네, 저도 봄에는 소풍, 가을엔 운동회를 했던 기억이 나고요. 전날 밤에는 혹시나 비가 오면 안 되는데 하면서 맘 졸이면서 잤던 기억이 나네요.

정진화: 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했는데 그때 하루만은 부모님들이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 학급을 찾아가서 응원을 하는 거죠. 그리고 학부모와 함께 하는 그런 것도 있어요. 아이와 부모가 손을 잡고 뛴다거나 선생님 손을 잡고 뛰는 그런 경기도 많이 하는데 제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그래서 가을 운동회를 하면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서 방송이 나오고 아이들이 가을을 만끽하면서 운동회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기자: 운동회 날은 전교생이 홀수, 짝수로 나눠서 경기를 하고 건물 정면에는 천막을 치고 그늘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도 생각이 나네요.

정진화: 네, 그런 모습은 북한하고 많이 같은 것 같아요. 저희도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한 학급에 60명이고 학년만 해도 10학급이었거든요. 주석단이라고 해서 운동장 테두리에 밖에다 그늘막을 쳐놓고 거기는 교장 선생님이나 또는 학부모 회장이나 시에서 나온 귀빈들만 모시는 그런 모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 선생님과 발을 서로 발을 묶고 달리기 하는 것도 있었잖아요.

정진화: 같이 넘어지고 맞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남북한이 같은 것 같아요. 저희도 체육 경기를 가보면 북한에서는 줄 당기기라고 하는데 줄다리기를 하면 양쪽에 똑 같은 인원을 세워 놓고 영차 영차 하면서 이겨라 이겨라 하면서 부모들 응원하고 학생들이 응원하고 하는데 지는 쪽은 발을 동동 구르고 하는 그런 것이 북한이나 남한이 같은 민족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도 지금쯤 운동회를 하겠죠. 물론 올해는 좀 상황이 다르지만요.

정진화: 북한에도 가을 운동회가 있어요. 시월 세 번째 주는 전국민이 체육 월간이라고 해서 운동회를 하는데 그 운동회 보다는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운동회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고 아무래도 북한의 가을 보다는 한국의 가을이 엄청 살찐 가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자: 남한에서 산 세월이 거진 20년이 되가니 기억도 희미해졌겠지만 북한의 가을은 어땠나요?

정진화: 제일 많이 생각나는 것이 저는 북한 생각을 하면 추수에요. 강냉이도 누렇게 익고 벼도 다 익으면 고개를 숙여서 한쪽으로 쳐져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전당 전국 전민이 동원돼서 가을 추수를 하죠. 왜냐하면 기계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와서 파주 쪽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모시고 한 8년을 다녔는데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파주 쪽으로 가면 양쪽으로 다 논이에요. 그런데 금방까지 누렇게 벼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 없어지고 또 여기는 추수를 하면 벼 이삭만 가져가고 볏대는 박막에 둘둘 감아서 논에다 세워 놓은 그런 모습이 있었는데 저는 처음에 굉장히 신기했어요. 저게 뭐지? 뭐지? 이랬는데 그것을 소 먹이로 판다는 거예요. 사람은 안 보이는 데 추수는 다했더라. 이런 것이 신기했는데 기계가 해서 그렇겠죠. 북한이면 며칠씩 했겠는데 그런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기자: 또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서인데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책을 보는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띄지 않습니까?

정진화: 맞습니다. 요즘은 책을 읽는 방법도 편해져서 무겁게 책을 들고 지하철에서 읽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손바닥만한 휴대폰에 책을 다운로드를 받아서 보는 거죠. 그래서 저도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봤는데 가을 하면 생각 나는 단어들이 수십 개가 올라와 있어요. 낙엽 밟기, 맑은 하늘 감상, 하늘이 굉장히 높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 한편으로는 이제 다가올 겨울 또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고독함도 느끼고 쓸쓸한 생각도 든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기자: 가을에 듣는 노래들은 참 가사도 멋진 것 같아요.

정진화: 맞습니다. 제가 사는 노원구에서는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서 ‘남북 어울림 합창단’을 만들어서 몇 년 동안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고정적으로 저희가 부르는 노래 중에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테너 김동규 씨가 부르는 노래인데 이 노래가 남북한 주민이 부르는데 정서적으로 맞고 가사가 좋아요. 그리고 가을 노래 하면 많죠. 이용 씨의 ‘잊혀진 계절’도 있고 외국 곡들이지만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명곡들도 많아서 가을 하면 음악 감상하기에도 좋은 그런 계절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자: 밤낮의 기온차도 많이 나고 나뭇잎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을 텐데 어떤가요?

정진화: 네, 그렇죠. 한국에서는 가을 하면 볼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동네 주변에는 은행나무가 굉장히 많은데 은행잎이 굉장히 노랗고 밟으면 푹신푹신 하고 느낌이 좋아요. 아침에 나가면 미화원이 청소를 한 경우도 있지만 미처 쓸지 못했을 때는 온 거리가 낙엽으로 덮여있는데 그런 것들은 정말 멋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을하면 가장 한국에서 찾는 곳이 설악산인데 한 번 설악산에 가보니까 온 산의 단풍이 울긋불긋 거의 전체가 빨간 느낌이에요. 북한에서는 그런 산을 못 본 것 같아요.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고 어떻게 보면 생활인데 가을 하면 단풍이 떠오른다고 하는 것은 역시 모든 것이 구비된 생활에서 나오는 얘긴데 한국은 가을 하면 단풍놀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기자: 남한에서 맞이하는 가을이 여러 모로 북한에서 때와는 다른 느낌이신가 봐요.

정진화: 어떻게 보면 한국에 사계절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을하면 모든 것이 무르익는 계절이고 또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함을 안겨주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계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가을 운동회도 북한에서도 분명히 있었고 생각이 나는 것이 북한에서는 추수, 추수 동원이라고 하면 전국민이 동원이 돼서 우리가 어디 가을 단풍을 만끽한다. 음악을 감상한다. 이런 것보다는 집을 떠나서 먼 농촌에 가서 다 익은 벼를 베야 하고 아침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있는데 한국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가을 하면 아무래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해서 하늘은 굉장히 높고 푸르다. 또 모든 것이 무르익는 풍성한 계절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을 하면 넉넉한 인심도 잊지 않고 끼어 줍니다. 한국의 가을이야 말로 그런 모든 단어를 아우르는 풍성한 계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턱밑에 있는 계절이라 좀 아쉬운 생각도 있지만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이 추억에 잠기는 그런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가을에 느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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