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미 부통령, 강제북송 탈북자 가족에 관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2.16
repartration_family_son_b 지난해 11월 아내와 4살 아들이 강제북송된 탈북자 이태원 씨의 가족. 아내는 현재까지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씨는 북송된 탈북자에 대해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태원 씨의 허락에 따라 가족의 얼굴을 공개합니다.)
사진-이태원 씨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체포돼 강제북송된 탈북자 10여 명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북송된 탈북자 중에는 4살 남자아이와 엄마가 포함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북송된 지 3개월이 된 오늘날,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채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북송되는 과정에서 손발에 심한 동상이 걸렸다고 전해왔어요. 그리고 지금 제 아내는 제가 살던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조사할 때 먹을 것을 잘 주지 않고 고문까지 받으니까 영양실조(허약)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9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한 탈북자들은 중국의 강제북송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하면서 최근 북송된 아이와 엄마의 사연을 소개했고, 펜스 부통령은 포옹으로 위로하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오늘은 이 사연의 주인공인 탈북자 이태원 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펜스 부통령과 면담한 탈북자, 이태원 씨 사연 소개

- 지난해 11월, 강제 북송된 아내와 네 살배기 아들

- 북송 과정에서 심한 동상 걸린 아들, 아내는 고문과 조사로 영양실조

- 펜스 부통령, 이 사연 전한 탈북자 포옹하며 위로

- 이태원 씨 “국제사회가 아내와 아들 주목해 최악의 상황 막아줬으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9일, 한국 내 탈북자 4명을 만났습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을 만난 탈북자들은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미국 정부가 이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지현아 씨] 저는 그 자리에서 제가 3번 북송되고, 4번째 탈북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 당했고, 당시 임신했던 3개월 된 아기를 마취도 없고 강제로 수술한 사건과 탈북했다는 이유로 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이야기, 기독교인으로서 중국에 있는 탈북 기독교인들이 강제북송 되어서 이름도 없이 죽어가는 현실을 말씀드렸고요, 기본적으로 강제북송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당시 면담에 참석한 탈북자 지현아 씨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에게 특별히 소개된 탈북자 가족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아내와 4살배기 아들이 강제 북송된 탈북자 이태원 씨의 사연인데요. 이태원 씨의 아내와 아들은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고, 아내는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가 관심을 갖고 북송된 탈북자들의 조속한 석방과 공정한 재판,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 등을 촉구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데요. 펜스 부통령을 만난 지현아 씨가 이태원 씨의 사연을 소개하며 관심을 호소하자 펜스 부통령은 현아 씨를 안아주며 위로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5일, 이태원 씨를 직접 전화로 연결해 현재 아내와 아들의 상황을 직접 들어봤는데요. 설 명절을 맞아 이태원 씨의 마음은 더 착잡했습니다.

- 이태원 씨,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부터 들어볼까요?

[이태원 씨] 네. 일단 북한에 있는 사람을 통해 아내와 아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인권단체와 함께 포럼에도 참석하고, 북한 인권과 아내의 북송 상황 등을 많이 알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이 강제북송된 지 3개월이 되어 가는데, 지금으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 북한에서 전해주는 가족의 소식을 듣고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두 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태원 씨] 제 아들은 북송되는 과정에서 손발에 심한 동상이 걸렸다고 전해왔어요. 그리고 지금 제 아내는 제가 살던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조사할 때 먹을 것을 잘 주지 않고 고문까지 받으니까 영양실조(허약)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 제 친구들, 아내와 관련된 사람이 모두 보위부에 잡혀갔다고 들었거든요. 특히 제가 한국에서 북한의 실상을 많이 알리느라 제 얼굴이 공개되면서 제 아내와 가족, 친구들에게 더 압박이 가해진 것 같더라고요.

- 그런데 이렇게 이태원 씨가 계속 목소리를 높이면 북송된 가족에게 더 큰 피해가 가지 않을까요?

[이태원 씨]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없는데요. 북한 법이라는 것이 한국이나 전 세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곳이 북한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소한의 제 바람인 거죠. 북한 보위부에 제 아내가 갇혀 있는데 그것이 지금 최악의 상황이거든요. 죽음의 문턱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때 제가 언론에 나온다고 해서 북한이 더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사건이 되면 앞으로 조사가 끝난 다음에 북한이 관대하게 처리하지 않을까? 라는 바람이 있는 거죠.

- 현재 아들은 어디 있습니까? 엄마랑 같이 있나요?

[이태원 씨] 보위부에는 아이를 수용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조사를 받는 기간에 만약 보호자가 있다면 보호자에게 맡기는 것으로 알거든요. 보호자로서 장모님이 계시니까, 아들은 장모님에게 가 있는데, 아는 사람을 통해 들은 바로는 엄마가 관리소, 그러니까 정치범 수용소에 가게 되면 아들을 함께 데려갈 수 있다고 들었어요.

- 당시 국제앰네스티가 석방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고, 다른 인권단체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이태원 씨] 며칠 전까지 국제앰네스티에 있는 분과 인터뷰를 했거든요. 북한에 편지나 항의를 보내 석방을 요구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습니다. 지금 제 아내가 회령시 보위부에 갇혀 있다고 들었고요.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들었는데요. 특히 한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국제사회나 다른 나라에서 더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아내와 아들이 북송된 지 3개월이 되어 가는데, 탈북자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났을 때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을 중단하는 데 힘써 달라고 했습니다. 이태원 씨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태원 씨] 저는 북한도 그렇지만, 중국 정부도 탈북자를 북한 난민이 아닌 비법 월경자로 취급해 강제북송하고 있잖아요. 국제법에 중국만 동참하면 강제북송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수많은 탈북자가 자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제가 바라는 것은 제발 국제사회의 법을 따라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가고 싶은 나라에 자유를 찾아갈 수 있도록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등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부르시면서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북한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태원 씨] 우선 아들 기문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기문아, 아버지가 아버지 구실을 못 해 미안하고…” 우리 아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입이 100개라도 변명할 말이 없고, 제 아내에게는 너무 미안해요. 아직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해줬는데, 정말 아내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아내에게도 미안하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네요.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하고 싶은 말은 제발 굶어죽고, 맞아 죽고 얼어 죽는 주민을 봐서라도 악행을 멈추고 국제사회에 동참해서 인권이라는 존엄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네. 아무쪼록 아내와 함께 아들 기문이가 동상도 빨리 낳고 아버지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이태원 씨]네. 고맙습니다.

이태원 씨는 설 연휴 기간 아내, 아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심정으로 어느 곳에도 가지 않고 북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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