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문서 작성 ‘MS Word'로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요즘 중국과 유럽 등에서 북한 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문을 연 북한 식당은 지난달 유럽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새로 문을 열었고 중국 단둥에는 북한 식당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식당이 곧 개업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유럽의 폴란드에도 북한 식당이 있었는데요, 폴란드 과학대학의 니콜라스 레비 전문위원은 북한 리길송 중앙검찰소장의 누이가 이 식당을 운영한 것으로 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또 오스트리아 내 북한 대사관 인근에도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세계에 북한 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비싼 음식 가격으로 외화벌이에만 신경을 쓰기보다 맛과 질 높은 서비스를 앞세워 한 번 찾은 손님이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북한 식당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의 공공기관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미국이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대다수 컴퓨터가 미국의 컴퓨터 운영체계인 'Window XP'를 사용하고 있고, 프로그램은 물론 인쇄기(프린터)도 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도 자체적인 운영체계를 개발했지만, 미국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는 영생탑을 건설하기 위해 주민의 살림집을 강제로 철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탈북자들은 김 위원장 한 사람을 위해 수백 채의 살림집이 철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한 예로 김 위원장의 전용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200세대 이상의 살림집이 철거되고, 강제 이주한 흔적을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Window’가 설치된 ‘Dell' 컴퓨터에서 'MS Word'로 작업하고 'hp'프린터로 인쇄 현실화

북한의 공공기관에서 컴퓨터로 작성하는 문서가 미국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최근 북한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 이동통신 등록신청서를 확인했는데, 이 문서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작성돼 있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공공기관의 컴퓨터에는 미국의 컴퓨터 운영체계인 'Window XP'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작성돼 있었대요. 북한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궁금했는데, 대부분 Window 라고 합니다. 북한은 독자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윈도우를 사용한대요.

이같은 사실은 자유아시아방송의 자체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에서 자유아시아방송 홈페이지를 접속한 방문자는 180명, 지금까지 확인된 16개의 고유주소를 추적해 보니 접속한 대부분의 컴퓨터가 ‘Window XP', 'Window 7'이라는 미국의 컴퓨터 운영체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북한 내 컴퓨터 전문가들을 통해 ‘붉은별’이라는 북한식 운영체계를 개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운영체계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북한의 컴퓨터 운영체계, ‘붉은별’을 소개하는 동영상에서도 붉은별이 사용할 수 있는 인쇄기, 즉 프린터의 종류가 미국의 'HP'를 중심으로 일본의 앱손, 캐논 등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국의 ‘디지털 타임스’가 지난 14일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일성 종합대학의 컴퓨터실이 전부 미국의 'hp'와 ‘Dell' 컴퓨터로 채워져 있고 전자도서관에는 입체화면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미국 'hp'사의 대형텔레비전도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 고위층에서는 이미 미국에서 개발한 휴대용 컴퓨터,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김정은 부위원장도 작년에 최신형 아이패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북한은 미국의 컴퓨터와 프린터 프로그램 등에 푹 빠져있습니다.

북한의 공공기관이 'Window XP'가 설치된 미국의 'Dell'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고 다시 미국의 'hp'인쇄기로 문서를 뽑아내는 것을 상상해 보는데요, 아무리 미국을 적대시하는 북한이라도 전 세계가 공유하는 미국산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주는 혜택을 무시할 수 없는 듯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village_move_map_305
평안북도 구장의 위성사진 모습.위성사진을 살펴보면 도로 건설을 위해 수백 세대의 살림집을 허물고 북한 주민을 강제로 이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구글 어스 캡쳐)

=김정일 전용도로 지을 때도 주거지 강제 철거

최근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는 영생탑을 건설하기 위해 주민의 살림집을 강제로 철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철거 대상 지역은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동상과 생가가 있는 오산덕동으로 이곳에는 200여 채가 넘는 살림집들이 밀집해 있으며 북한 당국은 오는 3월 말까지 철거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소식을 접한 탈북자들은 김 위원장 한 사람을 위해 수백 채의 살림집이 철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평양에서 평안북도 향산을 잇는 김 위원장의 전용 고속도로. 고속도로를 따라가 보면 북한의 대표적 휴양지로 꼽히는 향산에는 김 위원장의 호화 별장이 있는데요, 위성사진

(

크게 보기Opens in new window ]

)을 살펴보면 산과 강을 따라 별장에 이르는 은폐도로에서 평안북도 구장 지역에 수백 세대의 살림집을 허물고 북한 주민을 강제로 이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사진 빨간 원

)

이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 최영성(가명)씨에 따르면 지금은 강을 따라 쭉 뻗은 전용도로가 생기기 전인 1990년대 중반, 그곳에 솥가마를 만드는 공장(

사진 검은 원

)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북한 주민이 거주하는 200세대 이상의 살림집이 있었는데요, 김 위원장의 별장에 이르는 전용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공장과 살림집은 철거됐습니다. 당시 “‘1호 행사’를 위한 도로가 지어지기 때문에 200m 내에 있는 모든 공장과 살림집은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새로 이주할 살림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재도 부족하고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집을 잃은 북한 주민은 겨우 서쪽의 산 밑으로 강제 이주했지만, 이는 수십 세대에 불과했고, 나머지 주민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고와 영양실조 등으로 수백 명의 북한 주민이 숨졌다고 최 씨는 덧붙였는데요,

그렇게 수백 세대의 살림집을 허물고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내며 건설한 고속도로에는 김 위원장과 고위층이 타고 다니는 벤츠와 군용 차량 등 불과 몇 대의 차량만이 다닐 뿐이었습니다.

이번 회령시의 영생탑 건설로 집을 빼앗기게 될 북한 주민도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고, 철거위기를 맞은 주민은 김 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얼마 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평양의 모든 건물은 불이 꺼져있지만 오직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는 불빛을 받아 환히 빛나는 사진이 1등 상을 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사람 사는 곳의 불은 꺼져도 이미 사망한 김 주석의 사진에는 불을 밝혀야 하는 북한의 현실을 꼬집은 작품이었는데요, 이처럼 김 위원장만을 위한 ‘영생탑’과 전용도로 등의 건설로 수백 명의 주민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상황은 오늘날 탈북자들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현주소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