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공무원 “전쟁 절대 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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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연일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협박의 수위를 높이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정작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전쟁에 대한 공포감보다 피로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양강도의 공무원 출신인 북한 여성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전화통화에서 "절대 전쟁은 안 일어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전쟁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최근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을 하면 북한에서 다 죽는데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북한 쪽에서 할 수 있느냐?

- 시기상 보릿고개를 앞두고 있지만 요즘 북한에서는 식량 부족보다 현금 부족에 따른 생활 악화가 주민의 더 큰 고통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직 국가가 보유했거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에는 부족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쟁 나면 북한은 다 죽는데..."
- "전쟁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분위기 확산
- 일부 남성은 대피훈련 중 술․안주․주패놀이 즐기기도
- 장사에 농사 걱정 앞서 공포감보다는 피로감

북한이 연일 한반도 내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3일,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양강도의 여성에게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여성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단 한 마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전쟁이 일어날 리 없습니다"였습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몇 주에 걸쳐 전쟁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결국 전쟁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그동안 경험과 체험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3월 13일에 전화로 연결한 양강도 여성은요, 공무원인데요,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전쟁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최근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을 하면 북한에서 다 죽는데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북한 쪽에서 할 수 있겠느냐? 절대로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고 전해왔어요. 이분은 북한 당국의 방침에 대해 근거 있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북한 쪽의 분위기를 전해줬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도 처음에는 '전쟁이 날 것 같다'는 공포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취재 협조자에 따르면 일 년에 한두 번 하던 대피훈련을 지난 2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벌써 2~3번을 했고, 자기 부담으로 도시락까지 싸가며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실제로 전쟁은 발발하지 않으면서 공포감 대신 피로감만 쌓이다 보니 2~3주 사이에 결국 전쟁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반 달 정도 북한 내부와 접촉하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핵실험 직후 바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선전을 많이 했고 대피훈련 등으로 전쟁 분위기가 많이 고조되면서 전쟁이 무섭다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장사 걱정에 농사준비 등 생활 걱정이 앞서다 보니 공포 의식보다는 피로감이 북한 사회에 많이 퍼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부 북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대피 훈련에서 미리 준비한 술과 안주를 즐기거나 주패놀이를 하며 하루를 지내기도 한다는데요,

실제로 북한이 절대 전면전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는 탈북자들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 북한 주민이 느끼는 전쟁의 심각성도 점점 무감각해져 가는 듯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춘궁기 앞둔 북한의 식량 사정은?>

- 장마당 통제로 요즘은 식량 부족보다 돈이 없는 것이 더 문제
- 국가 보유, 장마당 식량에는 부족 현상 아직 없어
- 평양시민, 군수공장, 공공기관 등에 식량 공급 계속
- 우선 배급 대상에는 군량미 풀어서라도
- 보릿고개 시작, 4월~5월에 윤곽 잡힐 듯

북한 내부에서 고조되는 전쟁 분위기로 요즘 북한 주민이 고통받는 주요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닌 생활의 악화, 즉 장마당과 이동 통제에 따른 현금 수입의 감소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합니다.

요즘 장마당에서 1kg당 6천~7천 원에 달하는 쌀값은 여전히 일반 주민이 사 먹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요즘은 비싼 식량 가격보다는 장사를 하지 못해 현금 수입이 없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 북한 주민에게 가장 큰 고통의 원인은 장사가 잘 안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경기가 대단히 나쁘다는 말할 수 있는데요, 장사가 안되니까 현금 수입이 줄었고, 그러면 장마당에 가서 돈을 잘 안 쓰게 되고, 돈을 안 쓰니까 장사도 잘 안되는...이런 악순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부 취재 협조자들은 요즘은 사람들이 식량 사정보다는 생활의 악화, 즉 돈이 없어서 생활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북한 장마당에서 식량이 부족하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쌀값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보릿고개를 앞둔 상황에서 평양 시민을 비롯해 북한 당국이 중요시하는 군수공장이나 공공기관에 식량 공급이 단절됐다는 소식도 아직은 듣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군량미를 풀어 식량을 나눠줄 만큼 공급 상황이 나빠진 것 같은 징후는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양강도의 취재협조자가 3월 13일에 알려준 상황인데요, 3월 들어 일부 생산업소에서 배급을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배급은 군량미를 풀어서 준 것이라고 복수의 협조자가 전했습니다. 이는 전쟁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회 통제가 심해지고 장사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계층까지 동요하면 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배급대상에 대해서는 군량미의 일부를 풀어서라도 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3월 중순을 넘긴 요즘, 북한에서 보릿고개가 시작될 시기가 됐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이 보유하거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에서 뚜렷하게 식량 부족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단 4월에서 5월까지 지켜봐야 정확한 식량 사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 3월 중순이지 않습니까? 보릿고개가 시작될 시기가 됐는데요, 바로 평양시민의 공급이 끊겼다거나 군수공장이나 공공기관 사람에게 공급이 단절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북한 당국에서도 우선 배급대상에서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보유하는 쌀은 결국 농촌에서 가져오거나 수입해야 하는데, 결국 '이것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것은 오는 4월에서 5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식량 부족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