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전투’ 출근자에 배급 시행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4.22
longlive_jongun_b 오늘날 북한은 김정은 찬양 일색이다. 청진역에 걸린 '위대한 김정은 동지 만세' 간판.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의 지방 당국이 ‘70일 전투’ 기간, 직장에 출근한 노동자에 한해 식량을 배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매일 아침 북한 주민이 대열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며 집단으로 출퇴근하고 있는데요, 이들에 ‘2호 창고’를 열어 15일 분량의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는 겁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살 수가 있다”는 지시가 있었대요.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배급을 준다, 그렇지 않으면 배급을 안 준다”는 건데요..

북한 당국은 오는 5월에 있을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진행하면서 모든 북한 주민이 직장에 나와 헌신할 것을 강요했는데요, 이에 응하지 않는 주민은 노동단련대에 보낼 정도로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한 가운데 일부 배급을 시행한 것은 북한 주민의 불만을 달래고, 당 대회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함경북도 청진시, 직장출근자에게만 배급

- ‘2호 창고’ 열어 15일 치 식량 나눠 줘

- 북 주민, 대열 맞춰 노래 부르며 공장․기업소로 집단 출퇴근

- 강제 노력동원에 불만 고조, 배급으로 민심 달래려는 듯

- 태양절에도 출근자에게만 특별 배급


북한이 오는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70일 전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방 당국이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매일 아침 기업소 노동자에게 대열을 맞춰 통근할 것을 강요하면서도 출근하는 노동자에게는 식량을 배급하고 있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출근한 사람에 한해 한 달에 15일 분량의 배급을 나눠주면서 북한 주민의 민심을 달래고 있다는 건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청진시에서 70일 전투에 관한 중간 총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2월 말쯤에 시작된 70일 전투가 5월 초에 끝납니다. 4월 초순에 중간 총화를 했다고 하는데, 70일 전투라는 것은 단기 집중 생산 향상 운동이잖아요. 그래서 중앙에서 지시하고 기업소 간 경쟁을 시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이 기업소에 안 다니잖아요.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니까 당 일꾼, 행정 일꾼들이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출근을 강요하고, 출근하지 않는 사람은 노동단련대까지 보내면서 관리․통제하고, 한편으로 2호 창고까지 풀면서 배급을 주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함경북도에서는 ‘70일 전투’를 맞아 지난 2월 말부터 노는 사람 없이 모두 직장에 나와 헌신할 것을 요구하고 보안원들이 매일 집을 돌며 무단결근자나 직장이탈자 등을 단속해왔습니다. 그리고 적발된 사람은 '노동단련대'에 보냈는데요, 그렇게 단속에 걸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경제 부진으로 대부분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많은 주민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았는데요, 출근해도 할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배급과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시장에서 장사해 생계를 꾸리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당 대회를 앞둔 북한에서는 '70일 전투'를 강요하면서 단기간에 증산과 생산 계획의 달성을 주문했는데요,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이 주민의 출퇴근 관리를 강화하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청진시에서는 매일 아침 7시에 북한 주민이 대열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며 여러 공장에 집단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는데요,

[Ishimaru Jiro] 여러 구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한 곳에 모여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습니까? 청진시에서는 노래 부르며 대열을 맞춰 출근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노동자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북한 당국이 노력동원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한 가운데 청진시에서는 ‘2호 창고’를 열어 식량 배급에 나선 건데요,

'2호 창고'는 전시용 식량을 비축하는 창고로 보관 기간이 만료된 식량은 대부분 군대로 보내지만, 요즘은 ‘70일 전투’에 참가하는 노동자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가장 중요한 행사인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을 강제로 직장에 내보내는 한편, 전쟁용 비축미를 방출해 환심을 사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일종의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당 대회에 집중시키려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Ishimaru Jiro] ‘2호 창고’는 전시용 비축식량 창고입니다. 이것은 비상용이니까 손을 대면 안 되는데, 일정 부분은 매년 새로운 쌀과 바꿔야 합니다. 낡은 쌀을 어디에 사용하느냐? 에 우선순위가 있죠. 보통 군대에 줄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70일 전투 기간에 출근한 사람에게 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2호 창고에 손을 대면서까지 기업소 노동자에게 배급을 주고 있다는 건데요, 그만큼 사회주의식 배급 제도는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15일,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의 특별 배급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예년에는 약간의 쌀과 식료품을 전 세대에 나눠줬지만, 올해는 공장이나 기업소에 출근한 주민에 한해 과자 500g과 사탕 500g, 식용유와 술 한 병 등이 배급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가 만난 북한 주민은 “사는 곳이 다른 노동자들을 매일 아침 7시에 모이게 해 출근시키니 매우 부담스럽다”며 “'2호 창고'를 열어 식량을 배급하는 것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는데요,

[Ishimaru Jiro] 이런 말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살 수 있다”는 지시가 있었대요.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배급을 준다, 그렇지 않으면 배급을 안 준다”는 건데, 보통 북한 주민은 배급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70일 전투 기간에 배급을 앞세워 출근하라고 하는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절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이 제7차 당 대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회가 북한 혼자만의 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는데요,

북한 주민에게 내세울 만한 경제성과가 없는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까지 겹쳤고, 과거와 달리 당 대회에 참석하는 외국 대표들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초라한 집안 잔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핵실험을 통해 대외적으로 능력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인데요,

당 대회를 위한 강제적 노력 동원과 반짝 배급을 앞세워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려는 정치적 행사에 과연 북한 주민이 얼마나 관심을 둘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어쩌면 집안 잔치도 되지 못할 우려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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