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 대회 신랄한 비판
2016.05.1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70일 전투’에서부터 당 대회에 이르기까지 단속과 통제, 동원 등으로 북한 주민이 매우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정작 당 대회의 결과는 허무할 만큼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이 애초에 관심과 기대도 두지 않았지만, 대회를 지켜본 주민의 실망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무엇 때문에 하는가?’, ‘무엇을 위한 당 대회인가?’,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과 집권자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은 당 대회를 통해 삶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먹고 살 수 있도록 통제만이라도 하지 말아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요, 하지만 당 대회 결과는 북한 주민의 기대와 점점 멀어지면서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애초에 관심도 기대도 없던 당 대회
- ‘누구를 위한 당 대회인가?, 자기만을 위한 것’
- ‘먹여줄 수 없다면 통제만 하지 말라, 우린 바보 아니야’
-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개방, 김정은은 못 해”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9일 폐막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알리면서 북한의 미래와 진로를 고민하는 대회를 예상했지만, 당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변화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유일영도체제를 더욱 확고히 했고, 핵보유국 선언,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 재확인 등 과거의 정책을 이어가면서 김정은 시대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한 성과도 없었고, 경제발전에 관한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세대교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핵을 바탕으로 한 권력 다지기에만 전념한 모습이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Ishimaru Jiro] ‘제1위원장’에서 노동당 위원장이 됐다거나, ‘핵보유국 선언’, ‘핵․경제 병진 노선’ 등은 이전에 해 왔던 정책이니까 특별한 것은 아니고요, 인사에서 세대교체도 잘 안 보이잖아요. 김정은의 색깔이 안 느껴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당의 영도자로서 연수 기간이 끝났다고 봅니다. 다만 뜻밖에 김정은의 색깔이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 주민에게도 지난 4개월은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단속과 동원은 물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 대회에 이르기까지 항상 긴장하며 지내 온 나날이었는데요, 실제로 당 대회 직전까지 많은 사람이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또 지방에는 당 대회에 관한 일정과 내용 등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 북한 주민의 기대와 관심은 현저히 적었는데요, 북한 주민은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30대 취재협조자는 당 대회와 김정은 정권에 대해 ‘개똥’, ‘새끼들’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아시아프레스’와 취재협조자의 대화 내용을 옮겨봤습니다.
- 이번에 무엇 때문에 36년 만에 당 대회를 한다고 생각합니까?
[북한 주민] 나도 ‘당 대회’ 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예전에 수령님(김일성) 있을 때 했다고 하는데 어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당 대회의) 목적이 있겠지만, 요즘 당원들이 뭘 하는지, 또 뭐 할 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당 대회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북한 주민]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것(당 대회) 때문에 (들볶여) 힘들기만 했지 누구에게 필요한 당 대회입니까? 당 대회를 한다고 잘 살 수 있다면 100번을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고, 형식적으로만 할 뿐 뭐 나아질 것이 있습니까? 여기에서는 당 대회고 개똥 나발이고 그따위 것에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 그래도 준비는 많이 한 것 같은데 기대할 것이 없나요?
[북한 주민] 뭘 기대할 게 있습니까? 예전 같으면 배급이라도 정상적으로 줬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바랄 형편이 아니니까..., 그냥 먹고 살겠다고 노력하는 인민을 단속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다 개인 장사하는데 몇 푼을 벌려고 해도 걸음걸음 뇌물을 내놓으라고 강요합니다. '불법이다, 뭐가 잘 못됐다'하면서 여기저기서 뜯어 먹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도 취재협조자와 전화통화에서 북한 주민의 마음에 쌓인 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당 대회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이것은 결코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반발심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그런 것을 느꼈어요. 당 대회는 36년 만에 하니까 옛날 기억이고, 당 대회가 무엇을 위해서인지 대부분 사람이 잘 몰라요. 그런 가운데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1월에 핵실험 한 이후 긴장 상태가 계속됐고 2월 하순부터는 ‘70일 전투’가 있었고요. 그렇게 고달픈 일상이 계속됐는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무엇 때문에 하는가?’, ‘무엇을 위한 당 대회인가?’,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과 집권자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북한 주민은 김정은 시대에 삶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개혁․개방’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개혁․개방’은 이뤄질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마음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 김정은 시대 들어서 더 나빠졌다는 겁니까?
[북한 주민] 수령님(김일성)이 인민들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이후 두 번 바뀌면서(김정일→김정은) 완전 쑥대밭이 됐습니다. 먹여주지 못해도 통제만 하지 않으면 우리도 이밥에 고깃국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통제만 하지 않으면 다 자력으로 살아갑니다.
- 김일성․김정일의 유훈 관철에 대해 강조합니까?
[북한 주민] 유훈이라는 것이 김정은 자기가 좋을 때는 유훈이고, 다 자기 마음대로 해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유훈이지요.
- 김정은 정권에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북한 주민] 중국처럼 개방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하면 자기 고향 버리고 가는 사람(탈북자)들도 없어지죠. 뭐가 그렇게 무서워 개혁․개방을 못 하는지... 내가 아는 간부도 술 마시며 말하는 것이 '중국처럼 개방하면 하루아침에 다 뒤집힌다. 그래서 위에서는 절대로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개방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권이 뒤집힐까 봐 개혁 안 한다는 건가요?
[북한 주민] 그렇지요. 자기들이 살아남아야 하니까 개방을 하지 않지요.
[Ishimaru Jiro] 올해 핵실험 이후 당 대회를 목표로 북한 온 사회가 움직였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이 원하는 것은 ‘통제를 풀고 경제 활동에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일관성을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당 대회 결과를 보면 김정은 독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주민은 ‘자유나 경제적인 여유와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의 당 대회는 북한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소문난 잔치였습니다. 북한의 모든 역량이 당 대회에 집중됐고, 전 세계의 주요 외신 130여 명도 당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초청됐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결과와 변화는 전혀 없었는데요, 오히려 김정은 한 사람을 우상화하고, 김정은 정권을 강화하는 데 모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투입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외화 부족과 물가 상승 등 경제적 여파는 물론 햇감자가 나올 시기까지 겪게 될 보릿고개의 어려움과 군량미 징수의 가능성 등 북한 주민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은데요,
북한 주민의 바람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정권은 더욱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