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산림조성 전쟁’에 뙈기밭 단속 강화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6.02
cut_trees_b 무참하게 정상까지 나무가 잘린 함경북도 회령시의 산.
사진제공 – 아시아프레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에서 ‘산림조성’을 이유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무 심기 운동이 진행 중입니다. 물론 산에 뙈기밭 조성도 금지하고, 식수 기준량도 부과하면서 작년보다 더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산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농민과 도시 빈민의 타격이 크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산에 접근하는 것조차 금지되고, 뇌물을 받고 눈감아줬던 키 작은 작물 재배도 허락하지 않는 등 단속이 더 엄격해진 가운데, 일부 간부들은 몰수한 토지를 암거래로 되파는 부정행위까지 저지르면서 서민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산림조성을 위한 식수사업’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북한 주민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김정은, ‘산림조성 10년 전쟁 선포’

- 올해도 당 대회 이후 산에 뙈기밭 조성 금지, 나무 심기 강요

- 산에 접근 금지, 키 작은 작물도 불가

- 간부들, 토지 몰수해 개인이나 기관에 암거래

- 산림조성 정책으로 취약 계층만 피해․생존 위협


북한 당국이 산림조성을 위한 ‘10년 전쟁’을 이유로 산에 일군 모든 밭을 몰수하고 나무를 심으면서 일반 주민의 삶이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고, 10년 안에 모든 산을 푸르게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벌목금지’와 ‘나무 심기’가 강조됐는데요, 이와 함께 산에 밭을 일구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올해도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산림을 조성한다’는 명목 아래 지난해보다 강화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당 대회 끝나자마자 곧바로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고 합니다. 산에 못 들어가게 할 정도니까요. 작년에는 나무를 심으면서 그 밑에 높이가 얼마 안 되는 식물을 심는 것은 허용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산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농민과 도시 빈민의 타격이 크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어요.

2015년 2월, 북한에서는 ‘산림조성에 대한 10년 전쟁’이 선포된 이후 전국에 걸쳐 화전 농사에 대한 단속이 엄격히 단행됐습니다.

북한 주민이 산에 밭을 일구거나 뙈기밭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땔감용 통나무의 반출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모두가 나무 심기에 동원됐는데요, 그럼에도 일부 현장 간부들은 뇌물을 받고 키 작은 작물을 심는 것은 눈감아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식수 사업과 소토지 농사에 대한 단속은 더 강화됐는데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개인이 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지됐고, 모든 화전을 회수함과 동시에 어떤 작물도 심어서는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키 작은 작물도 심을 수 없는데요,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도 올해는 산에 있는 밭에 접근도 못하고, 심은 것은 죄다 뽑아버렸다며 더 엄격해진 단속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특히 간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곧바로 숙청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뙈기밭에 대한 단속을 강력히 이행할 수밖에 없는데요,

[Ishimaru Jiro] 지방 간부들은 일반 주민이 산에 들어가 화전을 만드는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뇌물을 받고 눈감아줬는데요, 작년에는 강하게 지시를 집행했어요. 이를 듣지 않는 간부는 잘리거나 숙청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산에 들어가 화전을 만드는 사람은 하층민입니다. 도시에서 제일 살기 어려운 사람이 산에 들어가 화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주 중요한 삶의 터전을 빼앗기면 바로 식량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벌써 가을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몰수한 ‘뙈기밭’을 두고 횡행하는 간부들의 부정행위는 일반 주민을 더 궁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화전 농사를 단속하는 '산림보호소'가 뙈기밭을 몰수한 뒤 이를 다시 개인이나 기관, 기업소 등에 암거래로 되팔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1정보당 (99917.4㎡)당 북한 돈으로 약 40만 원. 식수 사업을 위해 일반 주민의 일군 땅을 빼앗고는 식수 사업 대상에서 제외한 뒤 팔아넘기는 겁니다.

김정은의 특별 지시임을 내세우면서도 뒤에서는 이처럼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는데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인 밭을 잃은 주민은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김정은 정권과 간부들을 원망할 뿐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이 일방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강요한다는 거죠. 과정을 무시하고 중앙에서 방침과 지시를 내려보내는 겁니다. 이를 듣지 않은 자는 숙청 대상이 되니까 공포 정치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내부 협조자도 말했지만, ‘산림보호소’가 김정은의 방침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이를 집행하기 때문에 주민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과 반발도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사회적 위기를 거치면서 생존의 기로에 선 북한 주민이 산을 일궈 밭을 만들고 나무를 베어 난방용 땔감으로 사용했습니다.

북한의 뙈기밭과 화전 농사는 농민과 도시 빈민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자 수입원인데요,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는 간부들의 침묵 아래 화전 농사는 이미 제도화됐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황폐해진 산을 되살린다는 북한 당국의 정책은 타당성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빈곤을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뙈기밭 몰수’, ‘나무 심기 강요’ 등만 내세우면서 일반 주민을 더 궁지로 내몰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인민반과 기업소 등에서 식수의 기준량을 부과하면서도 심을 묘목이 없는 것처럼 허술한 정책도 문제입니다.

[Ishimaru Jiro] 산에 나무가 없기 때문에 자연재해와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식량 생산에도 문제가 생기니까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식량 문제,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나무만 심자’고 하면 당연히 일반 서민에 부담이 가고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작년부터 시작된 나무 심기에 대해 반발도 많았는데요.

지난해에도 북한의 산림 조성 정책으로 북한 주민의 생존이 큰 위협을 받았습니다.

단속이 한층 강화된 올해도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하루 살기도 어려운 취약 계층인데요, 김정은 정권의 '산림조성 10년 전쟁' 상대는 다름 아닌 서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산림 보호’의 명목으로 산에 밭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장사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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