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카드’, 북한 내 외화 끌어 모으기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5.06.15
nk_foreign_money_b 1980~90년대까지 북한에서 사용했던 ‘외화와바꾼돈표’. 외국인은 외화 상점에서 ‘외화와바꾼돈표’를 이용해 질 높은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시장경제의 확산, 화폐가치의 하락, 외화사용에 대한 통제 완화 등으로 폐지됐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나래카드’의 사용을 권유하면서 80배의 환율 차이에서 오는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난 시간 소개했는데요, 오늘날 북한의 ‘나래카드’는 현대식 ‘외화와바꾼돈표’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에 사용했던 ‘외화와바꾼돈표’는 외화를 끌어모으는 수단이었는데요, 오늘날 ‘나래카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내부에 유입된 외화를 거둬들이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대화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래카드’를 도입했지만, 실제 ‘나래카드’는 여전히 일부 사람에게 제한적인 곳에서 고정 환율을 적용해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미 실제 환율, 즉 화폐가치의 결정은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나래카드, 80~90년대 ‘외화와바꾼돈표’ 대체

- 시장경제 확산으로 사라진 ‘외화와바꾼돈표’

- 나래카드는 현대식 ‘외화와바꾼돈표’ 역할

- 나래카드 하나로 북한 경제 현대화 말할 수 없어

- 고정환율 고집하지만, 화폐가치 결정의 주도권은 시장에

북한에서 사용하는 현금결제카드인 ‘나래카드’는 1980~90년대에 사용했던 ‘외화와바꾼돈표’의 부활과 함께 북한 내부에 유입되는 외화를 끌어 모이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나래카드’는 외국인을 겨냥한 새로운 외화관리시스템으로 외국인을 비롯해 고위층과 외화벌이 회사의 간부 등 신흥부유층의 외화를 북한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건데요,

북한의 ‘나래카드’는 은행에 현금을 입금하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카드로 조선무역은행이 2010년 12월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고려호텔과 대동강호텔, 창광외국인숙소는 물론 평양의 안경 상점, 해당화관, 택시 등에서 ‘나래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함흥시나 원산시 등 지방도시와 마식령 스키장 등 해마다 나래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외국인 여행객에는 실제보다 80배나 높은 환율을 적용해 나래카드에 입금하게 하고 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북한에 유입된 외화를 모으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5월,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북한을 여행할 때 필요한 북한 지폐로 환전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했고 대신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나래카드’, 즉 현금결제카드에 외화를 입금해 사용해야 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특별한 환율을 적용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제안한 뒤 전자결제만 허용한 이중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외화를 가진 사람을 표적으로 외화를 회수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나래카드’를 과거 ‘외화와바꾼돈표’의 부활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이나 외화를 가진 북한 주민이 외화상점에서 ‘외화와바꾼돈표’를 사용해 질 좋은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당시에는 외화상점에 가야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화와바꾼돈표’로 바꿔 사용했는데요, 이후 시장경제의 활성화로 일반 시장에 좋은 제품이 유입됐고, 외화에 대한 통제도 느슨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외화와바꾼돈표’도 사라졌습니다.

결국,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외화와바꾼돈표’가 폐지되면서 외국인들은 ‘외화와바꾼돈표’로 환전할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이후 외국인들이 외화를 직접 사용하거나 호텔, 식당 등에서 몰래 실세 환율로 환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북한 당국은 ‘나래카드’를 만들어 외국인들과 북한 주민이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는 이미 사라진 '외화와바꾼돈표'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설명인데요,

[Ishimaru Jiro] 이것은(나래카드) 성격으로 말하면 80~90년대 북한 당국에서 유지했던 이중환율제의 부활이라고 말할 수 이 있습니다. ‘외화와바꾼돈표’의 현대화, 전자화라고 말할 수 있어요. 외화를 갖고 있는 사람을 표적으로 해서 외화를 회수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북한 내부에 유입된 외화를 거둬들이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대화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래카드’를 도입했지만, 실제 ‘나래카드’는 여전히 일부 사람에게 제한적인 곳에서 고정 환율을 적용해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 환율은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경제의 파탄으로 화폐 가치의 결정을 시장에 빼앗겼기 때문인데요,

[Ishimaru Jiro] ‘북한이 아무리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외화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북한 돈을 외화와 바꾸는 시세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국제적인 시세이고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하고 고정환율을 만든다는 것은 경제원칙에 맞지 않는 겁니다. 외국 사람들이 나래카드를 사용하지만, 북한 경제는 실제환율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 서비스와 사람을 대상으로 고정 환율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거죠. 나래카드의 결제 시스템을 보면 많이 현대화한 이미지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나래카드를 사용한 외국인이 ‘북한도 괜찮구나’라는 이미지를 갖고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 전체를 보면 극히 일부 한정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거죠. 북한 경제를 나래카드 하나로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북한은 지금도 국제 금융시장의 정세를 따르지 않고 국가가 인위적으로 정한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외국인에게 고정환율을 적용함으로써 국영기업과 당국은 몇십 배의 차익을 얻고 있는데요,

당국의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있기 전까지 ‘국정환율’과 ‘실세환율'의 괴리 현상은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당한 환율을 적용해 이득을 취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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