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대회 의의 선전 및 제8차 당대회 준비 촉구”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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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_meeting.jpg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전원 회의에서는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22일자 1면에 수록된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소집결정과 관련해 “당 대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하고 시대와 혁명발전을 인도하는 노선과 전략전술적 대책을 확정하는 것은 우리 당의 전통적 영도방식”이라며, 당대회 소집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는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당과 국가활동전반을 새로운 상승단계로 조직영도해나가는 당의 자신심의 표출이며, 인민들의 하늘 같은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려는 당의 강렬한 의지와 엄숙한 맹세로 된다”고 적어, 제8차당대회 소집결정이 ‘인민에 대한 충정’에 있는 양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7기 제6차전원회의(8.19)에서 “제8차당대회 소집결정”을 내린 이후, 지난 4년간의 ‘빛나는 성과’ 선전전(宣傳戰)을 시작으로 ‘당대회 준비’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당 정치국 제7기 제6차전원회의는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미진’과 ‘인민생활향상의 결함’을 인정하여 경제실패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정치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둔 양 대(對) 주민 선전선동전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건국이래 가장 큰 산을 넘는 대승리를 이룩함으로써 북한이 세계정치구도의 중심에 당당히 들어서게 하였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이후 북한체제 안보취약성의 급격한 증대나 ‘김정은의 대미(對美), 대중(對中), 대한(對韓) ‘정상외교’의 ‘실익논란확산’을 놓고 볼 때, 사설내용이 주장하는 것처럼 ‘역사적인 대성공’이나 ‘불멸의 업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입니다. 오히려 김정은의 핵무력 보유를 목표로 한 ‘정상외교’ 전략은 ‘국가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제8차당대회를 소집하게 된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경제목표 미진과 인민생활향상에서의 결함(缺陷) 발로이고, 둘째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북한혁명이 과학적인 노선과 전략전술적 대책들을 확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제8차 당대회 소집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우선 문장의 자구로만 본다면, 제7차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계획과 목표달성이 불가능하게 됐고, 전략노선과 정책들이 주객관적인 정세변화로 인해 수정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어 제8차 당대회를 열게 됐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응 수긍이 되는 이유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당대회에서 전략노선과 정책들을 결정하고 채택할 때 ‘전근대적인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노동당은 ①혁명주체의 능력과 주객관적인 정세를 정확하게 타산하지 않고 정언적(定言的)이고 당위적(當爲的)인 목표설정을 최우선시하며, ②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환경적 조건과 대내외 여건’이 성패의 주요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조건과 여건은 ‘목적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는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사업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고지도자가 결정한 노선과 정책에 대해서는 중대한 변경요인이 발생해도 이를 반영할 수 없는 ‘비민주적인 제도와 관행’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점의 해결 없이는 제8차당대회에서 어떤 내용의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적 방침들이 채택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제7차당대회 ‘결정관철투쟁’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노동당 규약에는 당대회 개최주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이런 규정을 무시하며 2021년 1월에 ‘조기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2019년 2월 미북(美北) ‘하노이정상회담’ 결렬이후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에서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인민경제파탄과 주민들의 궁핍한 삶은 지도자의 권위를 급속하게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코로나비루스사태 초기의 국경봉쇄정책채택은 체제유지 근간인 군간부들의 식량배급마저 1/3수준으로 줄게 만들어 심각한 체제불안요인으로 돌출됐습니다.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로 인해 인민경제가 거의 멈춘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이번 큰물 피해까지 입어 자력갱생경제는 완전히 붕괴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둔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신호에 호응할 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한국의 대북지원도 북한이 먼저 교류단절을 선언함으로써 지원명분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중국의 비공식적인 대북지원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어, 북한이 한정없이 기댈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대규모 정치행사를 열어 주민들에게 ‘희망심기’와 ‘미래팔기’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값을 능력도 없이 우선 하고 보자는 식의 대(對) 주민 ‘외상정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관영매체를 총동원하여 전(全)주민들에게 제8차당대회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대회준비몰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2016년 5월 제7차당대회를 전후해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강행해 주민들을 그 해 1년 내내 옥죈바 있습니다. 벌써 부터 북한은 금속화학, 전력석탄, 농업부문에서 생산돌격전의 열풍을 일으킬 것과 오는 10월 10일까지 큰물피해 복구를 완료하고, 제8차 당대회를 승리자대회로 맞이하기 위한 투쟁을 당과 대중 속에서 불길처럼 불러 일으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보상없는 노력착취로 이어지는 대규모 정치행사에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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