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한·미에 ‘한반도정세격화’ 책임전가
2023.05.22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5월 19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끊임없이 감행되는 전쟁도발 책동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조선반도 정세가 폭발 직전의 단계로 거침없이 육박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한국이 역대 최장기의 프리덤 쉴드 합동군사연습과 사상최대 규모의 쌍룡연합상륙훈련을 감행한데 이어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핵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각종 함선을 동해상에 전개해 놓고 북잠수함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 음파탐지 추적과 파괴절차를 숙달하는 연합해상훈련”을 벌렸으며 괌도에 전진 배치된 핵전략폭격기, 스텔스전투기들을 한국지역상공에 띄워 놓고 전쟁광기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왜곡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침략적인 군사적 압박 소동은 워싱턴 선언의 공표와 때를 같이 하여 ‘확장억제력의 실행력 제고’라는 간판 밑에 더욱 노골적이면서도 위험 천만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고 미국이 짜준 전쟁각본에 따라 한국 대통령과 군부가 앞장에서 설쳐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 정부는 “핵보유국(북한)을 상대로 한 격멸훈련이라는 것은 또 무슨 낮도깨비 같은 소리인가”라며 당혹스러워 하는 가운데 “위험천만한 전쟁연습을 불과 몇km 떨어진 전선지역에서 벌려 놓고 총포성을 울리는데 대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기감을 표출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북한의 전례 없는 핵공격위협에 대응하여 미국과 한국이 실시하고 있는 각종 방어훈련을 거론하며, 한반도정세 격화 책임을 한·미 양국에 전가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 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미국 특수전사령부와 한국 육군특수전사령부가 동원된 특수고공강하훈련, 한국군 단독의 지상협동훈련, 기동 및 실탄사격훈련 등 미쳐 손꼽을 수 없을 정도의 전쟁연습이 쉴 새 없이 벌어져 “조선반도 정세는 더욱 위태로운 지경으로 치달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 주도의 침략전쟁 연습확대는 조선반도 지역정세를 폭발점으로 몰아가는 기폭제로 정세격화의 장본인이 과연 누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감별할 수 있다”고 말해, 미국을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격화의 장본인은 김정은 정권이며,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는 직접적인 요인은 북한의 핵폭탄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선제 핵공격협박, 전례 없이 감행되고 있는 전술핵운용군사훈련 실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 정세 격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조차 2017년에 북한 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년중 내내 감행되는 군사훈련은 유일하게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전쟁연습 뿐이며 워싱턴 이야말로 조선반도 핵전쟁 위험의 근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외부 위협 날조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6.25남침전쟁을 기획할 때부터 침략전쟁을 은폐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외부 위협을 날조하고 과장하여 주민들에게 반복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대북 위협이 사실인 것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38도선 인접지역에서 크고 작은 군사도발을 저지르고 이에 대한 상대방의 방어적 대응을 ‘침략도발’로 포장하여 선전함으로써 전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이와 같은 외부위협 과대포장과 날조선전 행태는 휴전 이후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공산주의의 전시위기상황 날조 선전은 스탈린 독재정권의 철권통치에서 비롯되었으며, 김일성이 이를 모방하여 북한에 도입한 이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핵무력고도화와 핵전쟁 위협 및 선제 핵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숨은 목적은 권력의 혈통 세습과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미국과 한국, 일본 3국간 긴밀한 협력체제 강화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광란적인 핵전쟁소동에 상응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이 ‘맞대응 위협’을 들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해 9월 8일 핵무력강화정책 법령을 채택한 직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핵전쟁위협은 극에 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해 ‘핵전투 실전능력향상’에 적극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동서해를 향한 공격과 육해공군력을 총동원한 남침전쟁 연습까지 실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에는 연 이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해를 이은 고강도군사도발을 감행하였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본격적인 핵위협에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의 확장억제전략이 구체화되며 한국과 일본의 대북협력체제가 복원됨으로써 북한 핵무력의 신뢰성은 급격하게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의 핵무기개발 질주에 대한 불만도 경제사정 악화와 겹쳐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핵도발을 암시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일본의 대북 군사적 압박을 완화시키고 대내적으로 내부결속을 다져보려는 저의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추가핵도발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측의 경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한미합동 훈련에 대해 “하늘과 바다에서 동시에 벌어진 전쟁연습은 올해 상반기의 역대 최대규모로서 조선반도와 지역의 정세를 더욱 격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올해도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뒤로 하고 오로지 핵폭탄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삼지연시 개발과 평양살림집 건설과 같은 사업은 전형적인 공산주의 전시 행정에 불과해 전체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력갱생 고집으로 김정은 정권이 청사진으로 내세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부흥’은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핵은 북한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는 북한 체제를 옥죄는 질곡으로 변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연합공동훈련은 김정은의 갖은 핵위협과 공갈 협박이 초래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과 한국이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있다는 노동신문의 비난 선전에 현혹될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양성원: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글 이현웅,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