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일꾼들에 ‘미덕 미풍 선구자 되기’ 요구
2024.08.27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8월 22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일군(꾼)들은 집단의 화목과 사회의 발전을 인도하는 미덕, 미풍의 선구자가 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우리 인민은 전진도상에 가로 놓인 돌발적이며 급박한 고비와 위기들을 고상한 인간미와 도덕윤리의 거대한 힘으로 타개하였으며 아파하는 사람을 뜨겁게 위해주고 불편해하는 사람은 부축해주며 뒤떨어진 사람은 이끌어 주면서 사회주의건설을 줄기차게 전진시켜왔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활기찬 국가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끊임없이 펼쳐나가는 데서 핵심, 기둥이 되어야 할 사람들은 다름아닌 일군들”이라고 지목했습니다. 따라서 “일군들은 공산주의 미덕과 미풍의 선구자, 집단주의정신의 구현자가 되기 위하여 분발하고 분투해야 할 뿐 아니라 국가의 이익, 집단의 이익을 침해하는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의 사소한 요소도 각성 있게 대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벌려야 하며, 이에 더해 당의 결정과 지시를 곧 법으로, 지상의 명령으로 여기고 결사 관철하는 대중의 혁명적 열의를 최대로 분출시켜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각급 당 조직들은 모든 일군들을 미덕과 미풍의 소유자, 집단주의정신의 체현자들로 키우는데 모를 박고 조직정치사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일군들이 미덕과 미풍의 선구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도덕과 품성문제가 아니라, 믿음과 존중, 헌신과 의리의 풍조와 분위기를 주도하고 적극 조장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일군들이 미덕과 미풍의 선구자가 되는 것은 ①인민의 이상사회,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중요한 요구이며 ②우리 국가특유의 발전력을 다면적으로 급속히 증대시키기 위한 필수적 요구이고 ③대중의 애국 충의심을 비상히 분발, 격앙시켜 올해를 당대회가 제시한 투쟁목표 점령의 승산을 확정짓는 결정적인 해로 빛내기 위한 근본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④전체 인민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누구나 서로 돕고 이끌면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이상사회를 하루빨리 펼쳐놓자면 대오의 기수이고 대중의 교양자인 일군들부터 미덕과 미풍의 선구자, 시대의 전형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사설이 주장하는 미덕과 미풍은 인민대중들의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미덕과 미풍이 아니라 공산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앞세워 인민대중들의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집단주의적 미덕과 미풍을 뜻합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집단은 공산주의 미덕과 미풍창조를 강제해왔던 사회주의국가들이 지난 세기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 조직들이 미덕과 미풍창조의 전열에 선 일군들의 산모범을 일반화하기 위한 사상사업을 적극 벌려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모범제시형 사상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김씨 일가에 대한 권위도전, 수령존엄 훼손, 당 정책에 대한 부정적 비판과 과오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누구든 사회정치적 생명은 물론 육체적 생명까지 박탈하는 가혹한 숙청을 가차없이 단행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중교양방법으로는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부정적인 것을 극복한다는 긍정감화교양 원칙에 따라 감동적이고 생생한 사례를 모범으로 내세워 이를 따르도록 하는 모범제시형 사상사업을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 역시 당 조직들에게 일군들 중에서 모범사례를 발굴하여 이를 일반화하는 사업을 전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모범제시형 사상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습니다. 그 이유는 각 부문과 단위마다 주어진 환경과 자원, 추진능력이 똑같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따라 배워야 하는 모범이 미리 제시됨으로써 합리적인 추론과 판단, 의사결정은 물론 개선을 위한 피드백 활동이 제약되기 때문입니다. 집단주의 모범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책임일군들이 공산주의 미덕, 미풍이 자기 단위에 차 넘치게 하는 열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일꾼들에게 ‘공산주의 미덕 미풍의 선구자 되기’를 강요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오늘 우리의 사회주의건설은 자체를 지키고 보존하는 단계를 벗어나 전면적 발전국면의 새로운 상승과 비상한 장성속도를 요구하는 중대한 시기에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시기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국면에서 주되는 걸림돌은 “국가사업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단위의 이익이나 자신의 안위부터 먼저 추구하는 본위주의, 보신주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혹독한 위기가 가로 놓일수록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공산주의적인 기풍이 더 높이 발휘되어야 하며 덕과 정으로 공산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뜻”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일군들의 ‘미덕 미풍 선구자 되기’ 강요는 광범위한 폭우피해와 인민들의 의욕상실로 경제성과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꾼 기강잡기를 통해 인민대중들의 헌신과 노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내 정치경제적 난관을 돌파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미덕과 미풍을 창조한 일군들은 새로운 모범을 창조할 결의를 더욱 굳게 다지고 뒤떨어진 일군들은 반성하며 각성하고 분발하는 계기가 되게 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일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 공산주의미덕과 미풍 창조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민의 낙원이나 이상사회 건설에 있지 않습니다. 인민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공산주의 미덕과 미풍은 전체주의와 집단주의 틀 내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인민대중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공산주의미덕과 미풍 앞에서 철저하게 무시되고 배척됩니다. 이런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공산주의미덕과 미풍창조에 내몰린 일꾼들은 자신들의 미덕, 미풍 창조활동의 결과가 인민경제발전보다는 수령에 대한 충성과 노예적 복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일꾼들은 이번 채찍기사를 보면서 고뇌에 찬 자화상을 그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