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일꾼들에 ‘당중앙 권위존엄사수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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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9월 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일군들은 높은 정치의식과 적극성을 지니고 당과 국가가 맡겨준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일꾼들의 사업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하면서 "혁명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의 열도를 높이고 당성, 혁명성을 부단히 단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어 "일군들은 당적 자각, 정치의식을 지니고 적극성을 발휘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함으로써 당성과 혁명성을 검증 받아야 하며 당의 유일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에서 행정규율을 강화해야 하고 당 조직들은 일군들이 책무이행에 성실하도록 산 당사업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행정규율강화는 당중앙의 권위보위전, 존엄사수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규율확립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당중앙의 사상과 노선을 자로 하여 재어보고 그에 철저히 의거하여 풀어나가는 것을 체질화, 습벽화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사업의 총적방향은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기간공업부문을 비롯한 각 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비보강 대상들과 개건현대화 대상들을 완공하는데 박차를 가하며 하반기에 자립경제의 속살을 다지는 준공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일꾼들에게 주어진 책무의 결사관철을 주문하기에 앞서 이들의 직무태만행위를 정치적 시각에서 엄중하게 비판했습니다. 일꾼들의 사업성과를 정치적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정치적 감수성, 정치적 각성이 무디고 소극성과 눈치놀음에 빠지면 사상의 변질을 초래하게 되고 무능력과 무책임성을 발로시키게 된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일군들의 첫째가는 실력은 높은 정치의식을 소유하는 것이며 그 어떤 과업도 막힘없이 해제낄 수 있는 착상력과 조직력, 장악력과 지도력 그리고 전개력과 전문분야의 과학기술수준도 높은 정치의식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모든 일군들은 높은 당적 자각, 정치의식을 지니고 적극성을 발휘하여 자기 부문과 자기 단위사업에서 실제적인 성과와 실질적인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당정책에 둔감하면 사고와 행동을 당의 사상과 의도에 따라 세울 수 없고 당중앙의 발걸음에 전진의 보폭을 맞출 줄 모르는 시대의 낙오자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일꾼들을 당중앙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인적 수단과 방법으로 앞세우는 것은 경제성과창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발전은 정경분리의 대원칙이 지켜졌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일꾼들이 당과 정부의 지휘와 지시에 불복하거나 무관심한 현상을 척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행정규율강화'를 요구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행정규율강화 처방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일꾼들에게 "패배주의와 보수주의, 형식주의, 보신주의와 같은 사상적 병집을 깡그리 불태우고 모든 문제를 정치적 각도에서 예민하게 보고 대하는 습성을 갖고, 행정규율을 준수하는 혁명적 기풍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라"고 주문하면서 "행정규율강화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이라고 못박았습니다. 행정규율강화의 의미가 일꾼들의 잘못된 사업태도를 바로 잡고 성과를 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수령의 영도체계를 확립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한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는 다름아닌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설에서 "행정규율강화가 단순히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당중앙의 권위보전, 존엄사수전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대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이 북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입니다. 이번 행정규율강화 처방책은 없는 것만도 못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지난 2년여 동안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일군들의 극심한 직무태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꾼들의 사업태도를 연일 문제삼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사회주의건설이 자체를 지키고 보존하는 단계를 벗어나 혁신과 변화의 새로운 국면, 비상한 장성속도를 요구하는 단계에 있으며, 올해 사업의 총적방향은 5개년계획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지금의 일각일초, 하루 한시야말로 일군들이 당중앙의 구상과 의도를 자랑찬 결실로 이어놓아야 할 책임적이고도 관건적인 시기"라면서 경제목표달성을 재촉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고려해 볼 때 일꾼들의 사업태도를 문제삼고 나선 것은 2021년 8차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계획이 기간의 반을 훌쩍 넘겼지만 내세울 만한 경제성과가 전혀 없는데다 사회주의의 상징인 풍요로운 경제적 삶의 구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5개년 계획 성과부재 책임을 일꾼들에게 떠넘김으로써 수령보위의 방벽을 굳게 세워 보려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7차 당대회의 5개년 전략 실패에 이어 8차 당대회의 5개년 계획마저 실패할 경우 그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전 세대 일꾼들이 혁명임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학력이나 경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수령에 대한 충성의 열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인민경제실패와 사회적 활력 상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대외 고립 등 외부적 요인과 함께 북한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수령유일체제와 개인우상숭배, 사상결정론 신봉과 정치우선 사업방식, 생산력발전 포기와 수령 및 당의 영도과잉, 전술핵공격훈련 일상화와 같은 병영국가지향 등에 기인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을 일꾼들 입장에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의 열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