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이예진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9월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곧 우리 수령제일주의이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하여 "인민들은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만방에 높이 떨쳐준 총비서동지를 경건히 우러르며 수령의 위대성이자 조국의 위대성이라는 철리를 다시금 뜨겁게 새겨 안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어 "우리 조국은 위대한 김정은 강국이고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는 영광스러운 김정은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수령의 사상과 권위는 국가의 생명이고 수령의 사상을 떠난 국가의 존재와 발전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수령의 권위를 떼여 놓고 국가의 존엄과 영광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고 적어, 수령권위의 절대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혁명영도에 의해 "국가핵무력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이룩되었고 국제무대에서 우리 공화국의 영향력이 비상히 강화되었다"며, "모든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은 공화국의 존엄과 국력을 높이 떨치기 위한 전인민적인 진군에서 충성과 애국의 무한한 힘과 열정을 남김없이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예진 :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수령의 대외혁명활동'으로 규정하여 '수령 정체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김정은의 수령 지위 공고화와 권위 제고에 나선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정력적인 대외혁명활동으로 반제자주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조로(북러)관계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세계정치 지형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안아왔다"고 선전하고 "조국과 인민의 운명은 수령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수령에 의해서만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 지켜지고 담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인민은 "수령복을 누리는 민족적 행운과 특전으로 눈굽 젖고 충성의 일편단심을 굳게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지금 세계적으로 남의 집 처마 아래서 온갖 수모와 멸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난민들이 1억 명을 훨씬 넘어선 현실은 위대한 수령을 모시지 못하면 인민의 운명과 행복이 지켜질 수도 꽃펴 날 수도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적어, '수령영도의 절대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수령'은 조작된 허위 관념 중 하나입니다. 최고지도자의 직위는 총비서와 국무위원장, 총사령관으로도 충분합니다. 인민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령은 존재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예진 : 이번 기사는 제목부터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곧 우리 수령제일주의'라면서 북한체제가 수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수령지상주의국가'라는 것을 대놓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수령 이데올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에서 '수령'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독재권력을 '신성불가침 대상과 영역'으로 만들고 이를 재생산하기 위한 이념적 권력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흔들리거나 심각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북한의 수령 중심 유일체제는 균열을 초래하게 되며, 체제 붕괴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이런 위기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언론매체를 총동원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나 '우리 국가제일주의'보다 앞서는 것이 '수령제일주의'이고, '사상결정론'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수령결정론'이라는 이데올로기 조작과 선전선동활동을 전개합니다. 또한 수령을 신적 지위에 있는 최고 지도자, 사랑의 화신인 어버이로 포장하여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과 복종'을 정당화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체제 운영 원리와 원칙, 인민 통제의 실제규범으로 만들어 북한을 '수령천지의 나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북한의 '수령 이데올로기'는 김씨 일가 세습 독재권력의 유지와 인민 통제의 핵심 수단이자 도구로 작용합니다. 북한의 정치사회적 모든 문제는 바로 이러한 수령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예진 : 기사를 보면 김정은이 지난 10년 동안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을 뿐 아니라 그를 역사상 '최고의 수령'으로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수령 정체성 강화'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수령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한 수범적 활동과 성과로 '일심단결의 백방 강화'와 '최강의 국가방위력 비축', '자립경제의 위력 강화',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과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추진' 등을 거론하였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엄청난 도전과 난관이 중중했던 극악한 환경 속에서 자주의 혁명노선을 확고히 견지하고 짧은 역사적 기간에 강국에로의 위대한 비약을 이룩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수령의 영도와 업적은 부닥치는 만난을 과감히 격파하며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기적과 변혁을 안아오는 결정적 담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사의 김정은 수령 역할에 대한 일방적인 미화와 찬양 일색 평가는 그의 평화 파괴적인 리더십과 경제 실패, 안보 실패, 자유진영과의 외교 실패에 따른 주민 불만과 비판을 제압하고 4대 세습 기반을 다져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예진 : 이번 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인민들이 김정은 동지의 은혜로운 사랑을 심장으로 느끼며 그를 삶의 태양, 운명의 전부로 굳게 믿고, 그의 품에 더욱 깊이 안겨 들고 있다"는 선전이었습니다. 북한의 청년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 주체사상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철학적 원리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과 인민대중은 자기 운명과 혁명, 건설의 주체입니다. 하지만 수령이 강조되면서 사람과 인민대중은 모든 주체의 지위에서 축출되고 그 자리에 수령이 올라섰습니다. 원래 주체사상에서 수령은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지금 북한의 청년세대들은 자기 운명을 아무런 이유 없이 쥐락펴락하는 수령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