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노선’ 신념화 지시, 주민고혈 짜기 예고”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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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평양공장의 모습.
'자력갱생'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평양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19년 1월 4일자 1면에 게재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의 신년사를 높이 받들고 자력갱생 대진군으로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건설방법으로 강조한 “자력갱생”을 “노선” 수준으로 격상하고 실천방향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강조한 바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그 해에 ‘틀어 쥘 보검”을 발표해왔습니다. 혁명과 건설에서 당과 정권기관, 모든 주민이 마음에 각인시키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할 때 반드시 적용해야만 하는 ‘강령적 지침’입니다. 올해는 ‘자력갱생’이 그것입니다. 지난해 엔 ‘핵 무력’을 틀어 쥘 ‘보검’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번 사설은 신년사에서 밝힌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투쟁구호를 되새기면서 “당의 ‘자력갱생노선’을 신념화하고 불굴의 정신력과 창조력을 더 높이 발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신년사에서 제시된 투쟁과업 실현방법을 “과학적인 방략”이라고 추겨 세웠습니다. 그리고 ‘강성국가’ 건설을 위해 당 조직과 일군들은 “근로자들에 대한 신년사 학습을 심화하여 자력갱생 열풍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자력갱생이란 구호는 북한당국이 오래 전부터 되풀이해서 사용해온 말인데요. 이번 사설은 ‘자력갱생노선’을 어떻게 선전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네. 사설은 ‘자력갱생노선’을 김정은의 말을 빌려 “조선혁명의 전 노정에서 언제나 투쟁의 기치가 되고 비약의 원동력으로 되어온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 쥐고 사회주의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했습니다. 북한이 사회주의권 몰락과 핵개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섬’으로 전락하게 된 상황에서 채택한 자구책입니다. 아직은 체제전략노선인 ‘경제발전노선’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노선’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핵 문제 해결 시까지 적용할 ‘과도기적인 노선’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력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확실하게 굳힐 경우, ‘체제발전노선’으로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의 경제건설은 요원해질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민들의 ‘자력갱생노선 신념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이 사설은 ‘자력갱생노선’의 타당성을 “물과 공기만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세계에서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조선혁명가들의 기질과 지혜, 경험은 주체조선의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과거 혁명역사에서 찾고 있습니다. 또한 자력갱생을 “막강한 발전잠재력을 최대로 폭발시켜나가는 보람찬 투쟁”이라고 선전하여 주민노력동원을 최대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데 “인민의 가슴마다 자기의 억센 힘과 노력으로 부정의의 도전을 ‘타승’할 수 있고 강성번영의 탄탄대로를 열어놓을 수 있다는 필승의 신심이 차 넘치고 있다”며, 자력갱생이 마치 북한주민들의 강력한 염원에서 비롯된 양 선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상황의 정리,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목표의 설정, 실현가능성에 관한 과학적 분석, 노선결정의 과정이나 설명이 없는 북한 정권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선전행태는 자력갱생노선이 북한 주민들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줄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신년사에서 제시한 투쟁과업의 실천방법들을 “과학적인 방략”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는 말인데요. 이에 대해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이현웅: 네. “과학적인 방략”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으로, “당이 하라”는 것은 “사상관철 전(戰), 당 정책옹위 전(戰)을 과감하게 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은 과거에도 수없이 해온 선전입니다. 막연하게 “모든 부문과 모든 단위에서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당에서 제시한 올해 전투목표를 한치의 에누리 없이 완벽하게 최상의 수준에서 집행해 나갈 것”을 언급했을 뿐입니다. 북한의 ‘당과 정치’를 앞세운 ‘혁명과 건설’ 주장은 오래 전부터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 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또 올해 신년사 학습을 통해 ‘자력갱생 열풍’을 최고로 고조시킬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런 지시를 내린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그 원인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두고 전개한 대외 및 대남 정책이 진퇴 양난의 형국에 빠진 상황에서 외부의 투자지원에 의한 체제발전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졌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은 김정은 정권이 야심차게 내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의 ‘지난 3년간 성과’가 너무도 초라해서 목표실현 전망을 예단하기 어렵게 됐고, 핵을 보유한 상태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 뾰족한 방법이 없으며, 형식적이나마 활발하게 진행됐던 남북교류협력도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대내외 정세에 있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핵 보유의지’ 표방수단으로 채택한 ‘자력갱생노선’은 북한의 번영을 담보해줄 보검이 될 수 없음을 물론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의 ‘자력갱생노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력갱생노선의 문제점은 21세기 세계화, 지식정보화 시대에 북한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지배층의 부재와 지도자의 결단 그리고 엘리트들의 정책능력 부재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북한 지배엘리트들이 경제실패의 책임을 계속 회피하고 70여 년간 누적되어 체제차원의 문제로 고착화된 난제들을 오직 주민노력동원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자세입니다. 둑이 무너져 가래로 막아도 못 막을 판인데 호미로 막아보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 ‘고혈 짜기’식 정책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오중석: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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