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탈북자의 심적 고통과 충격 치유하는 하나원 김희경 심리상담사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0.03.22
kim_hee_kyung-305.jpg 탈북자들의 심리적 고통과 충격의 치유를 돕는 하나원의 김희경 심리상담사.
사진제공-김희경 씨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심리상담사 김희경 박사.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북한 탈출과 제3국 체류 과정에서 겪은 갖가지 심적인 충격과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일부가 지난해 전남대학교와 공동연구로 개발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간이심리 상태검사’를 바탕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심리 상태를 살피고 치료를 하는 김희경 심리상담사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기자: 검사를 하는 장소와 시기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입니까?

김희경 박사
: 그렇습니다. 두 차례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하나원에 들어왔을 때 전반적인 심리상태를 검사하고, 퇴소 무렵에 한번 더 검사하고 있습니다.

: 두 차례 검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퇴소 전에 심리상태를 한 차례 더 확인하는 것은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 나가 적응할 수 있는 정도를 예측하는 데 필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에 들어 올 때와 퇴소할 무렵의 심리상태의 변화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서입니다.

: 하나원 입소 후 퇴소까지 3개월 간 교육을 받는데 그 기간 안에 심리상태가 많이 바뀌어 질 수 있습니까?

: 심리적인 문제는 단시일내에 개선되거나 급격히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변화는 볼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나 우울감 또 대인관계의 민감성 부분에서는 상당히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측정하는 영역이 9개라고 들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라든가 분노 가정문제 등이라고 하던데요, 설문지 내용에는 이런 영역과 관련이 있는 질문이 들어갑니까?

: 그렇습니다.

: 검사 형태는 단순히 질문지를 주고 응답케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직접 대면 인터뷰도 합니까?

: 간이심리상태검사는 자기보고식 설문지 형태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읽고 스스로 답하게 돼있는 검사 도구입니다.

: 10분 정도면 끝난다고 하던데 그렇게 질문이 간단합니까?

: 보통 15분에서 20분정도 소요됩니다. 문항수가 모두 84문항으로 돼 있고 답은 문항의 질문에 대해 ‘문제가 전혀 없다, 약간 있다, 심하다’ 등 3개 중에서 고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검사가 응답하기에 편하게 돼있다고 말합니다.

: 질문의 주요 내용 6-7개 정도 소개해 주시죠.

: 예를 들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증상이 있는지, 그러니까 악몽을 꾸는지, 원치 않는 기억이 떠 오르는 지에 대한 질문이 있고, 또 우울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우울한 기분 혹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흥미상실 등에 관한 문항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갈등이나 음주문제 혹은 약물남용을 측정하는 문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말을 북한사람이나 탈북자들은 알아듣기 어려울텐데요, 이것을 쉽게 설명하면 어떤 것입니까?

: 보통 난민들에게 이 증상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이나 집단적으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그 사건과 관련된 악몽을 꾼다든지, 혹은 그 사건과 유사한 일이 있는 경우를 피하려 한다든지, 또 지나치게 각성돼 있는 반응을 하는 것 등이 흔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 그러니까 탈북자들의 경우, 실제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또 중국이나 제3국에서 난민생활을 하면서 겪은 여러가지 힘든 상황과 충격 때문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측정한다는 말입니까?

: 그렇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난민들에게도 중요한 정신과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실제 탈북자들에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 심리상태검사 결과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습니까?

: 정확한 빈도는 별도로 분석을 해 봐야 알겠지만 불안감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대인예민성이라고 해서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판단,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은 본인들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그래서 몸 여기 저기가 아프다는 신체적 증상에 관한 호소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검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궁금합니다.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기준을 어떻게 정합니까?

: 간이심리상태검사 결과에 대한 별도의 규준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영역별로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 영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의 불안감이 규준표에 비춰봤을 때 일정 수준치를 넘으면 개인 심리상담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심리상담하시는 분이 단순히 심리 치료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전문의사나 병원에 보냅니까?

: 두가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안이나 우울 수준이 극심하거나 장기간 계속돼온 수면 문제가 있거나 공포감 수준이 매우 높거나 한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약물치료를 받게 하면서 동시에 심리치료를 병행합니다.

: 그런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생활도 합니까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치료를 먼저 합니까?

: 하나원에서 3개월 사회적응 교육프로그램을 하면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동시에 이뤄진다고 보면 됩니다.

: 어떤 탈북자는 사회에 나가서 일자리를 구한다든가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텐데요.

: 일반적으로 말해 하나원에 입소하는 탈북자들은 이미 국경을 넘고 제3국에 체류해 살아온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겪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를 못할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은데 따르는 스트레스나 적응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을 퇴소할 때 아직 심리적인 어려움이 모두 해소가 안된 경는우 퇴소 후 지역사회의 하나센터나 정신보건센터에서 정기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들이 지역 기관들에 연결해 조치하고 있습니다.

: 하나센터라는 것은 지방에 설립되는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이죠?

: 그렇습니다.

: 외국에서 개발된 심리상태검사도 있었다는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고 문제가 있어서 자체 개발한 것입니까?

: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 검사가 탈북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그런 심리검사가 없기 때문이죠. 탈북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서 표준화 된 검사를 탈북자들에게 바로 적용하기에는 규준 자체가 마련돼 있지 못해 검사결과의 해석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이 훨씬 쉽고 편하게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심리적 영역을 포괄 측정할 수 있는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 간이심리상태검사가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고 자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 개발된 이 검사가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효과적으로 잘 측정하고있는 지는 앞으로도 검증절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포괄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다른 검사도구가 없기 때문에 저희 간이심리상태검사가 탈북자들의 심리상태를 예측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주는 평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기위한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의 심리적인 충격과 고통을 덜어주는 심리상담사 김희경 심리학 박사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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