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초대석]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이향규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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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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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이향규 기획팀장 (사진-이향규 팀장 제공)

한국 내 탈북자가 2만명을 넘으면서 부모를 따라 입국하는 학생 연령의 아동과 청소년의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탈북 후 한국 입국까지 평균 수 년동안의 학업공백과 한국 언어, 문화, 교육 과정의 생소함으로 학교와 사회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통일한반도의 주역이 될 꿈나무들이 직면한 배움과 적응의 높은 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2009년 11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 안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열었습니다. 탈북청소년 학생들에게는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과 보충교재로 개별교습을 받게하고 이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에게는 탈북학생을 위한 지도법을 교육하고 또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적응노력을 원만하게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이향규 연구기획팀장입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실향민인 부친의 영향으로 북한문제와 탈북자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그는 해방 후 북한의 사회주의 교육상황에 관한 논문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향규 팀장을 전화로 만나 봤습니다.

전수일: 탈북청소년들의 학교적응과 학업따라가기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활동입니까?

이향규 박사: 탈북학생들이 한국에 입국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 교육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학습이 현저히 부진하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연구기관이기도 한 저희는 한국에 처음 온 탈북학생들의 학업수준을 진단하는 도구를 개발하고 학습지원을 위해 어떤 교재와 자료로 이들의 학습을 보충해 줄 것인지, 즉 적절한 교재를 개발 보급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탈북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방과후 담임교사가 그들에게 학업지도를 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대1로 지도교사의 멘토링 교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회 모임등에서 학생들을 위한 학습캠프가 진행되고 있는데 엇그제 서울의 ‘초중등남북교육연구회’ 라고 하는 교사들의 모임에서 탈북학생 140여명, 교사 100여명이 캠프를 했습니다. 이런 캠프에서 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인 학습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전: 캠프라는 것이 야외의 연수같은 겁니까?

이: 네. 강원도에 ‘만해마을’이라는 숙소와 생활공간을 빌려 2박3일동안 먹고 자면서 일과시간에는 아침부터 선생 한 분과 학생 한 명이 같이 모여 공부하는 캠프로 진행됐습니다. 매년 열립니다. 평소에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어려웠던 탈북청소년들에게 1대1 학습을 시키는 것이죠.

전: 탈북청소년학생들이 학교생활과 학업 따라가기에 어려운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습니다만 그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탈북학생들은 북에서 남으로 전학을 오는 셈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남한사회는 교육환경이 크게 다릅니다. 다시말해 학습경쟁이 크지 않은 북한사회에서 경쟁이 치열한 남한사회로 전학을 오는 셈이지요. 학습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는 일단 낙오하게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 학생들조차 그런데 탈북청소년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 없겠죠. 학교 내 경쟁도 그렇지만 북한과 한국의 교과목이나 교육방법이 다르다는 것, 또 이들 대부분이 중국이나 제3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학습에서 멀어졌던 상황도 그 원인입니다. 학습이라는 것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차분히 앉아 공부하는 규율이 필요한데 이 청소년들이 오랫동안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오는 탈북 과정은 그런 규율배양을 어렵게 합니다. 탈북과정이 장기적일수록 한국학교에 적응하기는 더 어려워 집니다. 공부의 측면에서나 피폐도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탈북청소년들이 하나하나씩 바로 잡아 가야할 과제가 되는 것이죠.

전: 교원들에 대한 연수활동도 하고 계신데 그 내용이 무엇입니까?

이: 결국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교육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교사와 학부모입니다. 근데 한국 일반학교의 교사들은 탈북학생을 교육한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는 탈북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와 교장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이들을 가르칠 선생님들을 위해 지도법에 관한 연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작년 1년 간 인천,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 전라도 등 전국을 대상으로 교원연수를 했습니다. 자체 연수교육이 있는 서울과 강원도만 제외됐습니다. 교원연수에서는 탈북 청소년들이 어떻게 해서 한국까지 왔고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또 이런 경험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게 해 교사들이 탈북학생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또 학생들이 한국에 오면 3개월 체류하는 정착교육기관 ‘하나원’이라든지 하나원 인근에 있는 위탁 교육기관인 삼죽초등학교를 실제 방문해 입국초기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전: 효과는 어떻습니까?

이: 연수의 반응은 좋습니다. 교장선생님들도 연수를 받게되면 소속학교의 탈북청소년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을 하십니다. 또 담임선생님들 중에는 탈북학생들이 특정 행태를 보일 때 야단을 치곤했지만 연수 후에는 학생들의 탈북과정의 배경을 이해해 이들에게 야단치기보다는 장기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분들도 많습니다.

전: 연수에 참여하셨던 교원들이 ‘아, 이런 걸 우리가 꼭 주의해야 겠구나’ 하는 것 중에 한 가지 예를 들어주신다면.

이: 폭력 청소년 다루기입니다. 탈북학생들 가운데 잘 적응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 중에는 폭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내폭력에 연루돼 징계를 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폭력의 원인은 탈북해 한국에 오는 과정 자체가 좌절스럽기도 하고 고통을 수반한 경우가 많아 억눌린 감정이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고 북한에서의 교육이나 북한사회가 남한사회에 비해 폭력에 대해 관대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또 이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폭력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이러한 배경을 알게 됨으로써 탈북청소년들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학생 자체의 심성이 나쁘다거나 공격적이기 때문이라고 서둘러 판단하지 않게 되죠. 한국 학교에서는 폭력 사건은 징계대상이기 때문에 관련 학생들은 결국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연수폭력 연루 학생에 대해 중벌이나 처벌보다는 그런 행동을 초래한 과거 역경을 고려해 이들을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지도하시게 되는 것이죠.

전: 탈북청소년들의 부모가 자녀 교육문제로 가장 많이 애로를 겪는다고 들었습니다. 부모들에게는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까?

이: 탈북자 학부모의 교육은 시행 자체가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학부모회를 조직해 모임을 하려 하지만 부모들 대부분이 일을 하니까 나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탈북청소년 학부모들에 대한 직접교육은 어렵지만 이들에게 한국의 교육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거나 아니면 지방자치 지역의 평생교육 시설에서 실시하는 탈북여성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앞으로는 탈북자들이 입국 초기에 하나원 교육기간이나 하나센터의 지원 단계에서 자녀의 교육과 학부모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연수교육이 통일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 배치돼 정착하면 모이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입국 초기에 집합적으로 한국사회 정착 교육을 할 때 부모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알려 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다음에 학교 선생님과의 관계를 잘 맺어, 선생님과 함께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잘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사들과 탈북자 학부모들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탈북자 학부모가 알고 기대하는 자녀교육과 실제 한국사회의 교육제도가 다르기 때문이겠죠. 한국의 학교와 교육 제도를 탈북청소년 부모들이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을 통해 알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 탈북자 학부모들을 위한 매뉴얼, 소위 지도서 지침서에 남한에서는 자녀들의 학업을 어떻게 도와야한다는 사항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한가지만 소개 해 주시죠.

이: 북한과 남한과는 시대적으로 상당한 시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60,70년대처럼 교사나 부모, 또 나이 많은 사람들의 권위가 상당히 강한 반면, 지금 남한의 부모들은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자녀들의 요구나 희망을 듣고 그걸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탈북자 학부모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지만 아직도 북한의 가부장적인 인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녀들은 남한의 문화에 익숙해 지면서 가정 내의 민주화를 갈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 수록 가정 내 갈등은 더욱 불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북한에서 처럼 지시하고 억누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한국 친구들과 그들의 부모와의 관계를 보고 비교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부모와의 관계에 실망도 하고 분노도 느낍니다. 자녀부모 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됩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편에 서서 자녀의 미래를 같이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탈북청소년 부모들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학교와 자녀교육에 필요한 정보에 대해 많이 얻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 많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작년 저희 조사에 따르면학교 교육에 잘 적응하는 탈북 청소년 학부모의 특성을 분석해 보니 그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를 동료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인 학부모들과 신문, 뉴스 보도 등으로부터도 얻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시말해, 탈북자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문제에 대한 정보원이 다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탈북자사회 안에서만 소통할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 들어가 학업정보를 얻는 게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탈북청소년들을 교육시키는 곳은 일반학교도 있고 탈북청소년들만을 위한 대안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에 대해 어떤 연계 협력 활동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이: 일반 정규학교의 경우 탈북주민들이 입주하는 국민임대주택 단지가 있는 지역의 학교에 탈북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탈북학생 20명이상이 다니고 있는 일반학교에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를 파견한 학교는 현재 4곳입니다.

전: 코디네이터는 업무 협조를 위한 중개업무를 맡아 보는분인가요?

이: 이 분들은 정규 교사는 아니고 사회복지사입니다. 탈북청소년 학생들의 학업, 생활지도, 가정문제 등 아이들에 필요한 지원을 연계 하고 관리하고 특별히 보살피는 전담인력입니다. 교사는 아니라서 수업은 하지 않지만 그 외의 전반적인 활동을 지원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의 예를 들어보면 탈북학생의 출석결석 상태가 나쁠 경우, 다시말해 결석이 잦거나 장기 결석할 때 등에는 사회복지사가 직접 청소년의 가정을 찾아 학생을 데리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 공부를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죠. 심리적인 문제나 가정 문제나 학부모와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방과후 가정을 방문해 직접 상담해 줍니다. 복지사의 상담 차원을 벗어나는 문제가 있으면 해당 지역사회의 다른 자원과 연결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정규교사 인력만으로는 탈북청소년을 돌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활용한 지원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탈북청소년들이 밀집된 지역의 학교 4곳만 지원하고 있지만 올해에 몇 군데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작년에는 4개 학교에서 시작했고 올해는 몇개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전: 그밖에 지난 1년여 동안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시행한 중요 사업이 있다면?

이: 저희가 작년에 진행한 사업이 많습니다. 25가지 정도됩니다. 저희가 탈북학생들의 가정, 학교, 지역사회 전반에 대해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 진행해 왔습니다만,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북한에서 교원이었던 탈북교육자들을 연수해 이분들이 한국에서 교사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사업은’ NK교사아카데미’ 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22명의 교사를 연수토록했고 지금 2기연수는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40여명의 북한 출신 교사들에게 연수토록해 이분들이 탈북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학업부진이라든지, 가정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전문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든 그 집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저는 이 연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은 지원만 하고 탈북자 학부모와 교사는 그 지원을 받는 그런 구도가 아니라 탈북사회 스스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도록 북한출신 교사를 돕는 일은 중요합니다.

전: 이분들은 북한 출신이니 북한사정도 잘 알고 언어와 문화도 익숙할테니 탈북청소년 교육에 적격인 인물들이겠네요.

이: 네. 그렇죠. 하지만 이분들 스스로도 아직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함께 나서서 도와야 할 부분이죠. 하지만 이분들의 가능성은 아주 큽니다. 북한에서 철저한 교사 훈련을 받은 분들입니다. 마음가짐도 훌륭하고 학업을 주도하는 능력에 손색이 없습니다.

전: 탈북자중에 교원출신이 많습니까?

이: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작년에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탈북자 가운데 교원 수는 80명 정도입니다. 전체 입국 탈북자의 수에 비해 아직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80명 정도의 탈북 교사출신 중 그 절반인 40여명이 교사 연수에 참여했다는 것은 큰 비중입니다.

전: 탈북자 2만명 중 청소년 학생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이: 20대 미만은 탈북자 전체의 18-20퍼센트 정도입니다. 매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에 다니는 탈북청소년 재학생수를 파악하고 있는데요, 2010 4월 기준으로 일반학교 학생은 천7백 명정도이고 대안학교까지 포함하면 2천명 가량입니다.

전: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가 올해 중점 둘 사업은 무엇입니까?

이: 탈북청소년 밀집학교에 대한 사업을 계속 할 것이고 NK교사아카데미를 통해 북한출신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교육에 힘을 쓸 것입니다. 일반 교원연수 역시 담임교사들은 계속 바뀌게 되니까 연수는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진행해야합니다. 2년차가 되는 올해 기존 사업을 지속하면서 그간 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내년 3년차에는 탈북청소년 교육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할 겁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한국 내 탈북청소년들의 학업과 사회적응을 돕고 있는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이향규 박사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