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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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n_choikang_250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
RFA PHOTO/ 양성원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문제에 관한 정부당국간 회담이나 국제사회 토론회에서 핵과 인권 그리고 남북교류는 늘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한국의 민간연구단체 ‘아산정책연구원’의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기념 강연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을 만나 주요 의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최강 부원장은 한국 국방연구원과 국립외교원에서 오랫동안 연구원과 책임자로 활약한 외교안보 전문가로 최근까지 외교안보연구소 소장을 지냈습니다. 최 부원장은 김대중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장으로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평양을 다녀 왔습니다.

전수일: 북한이 핵확산방지기구를 탈퇴한 게 93년이니까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쌍무회담, 그 후에 한국과 중국이 보태져 4자 평화회담, 또 그 뒤에 러시아와 일본이 추가된 6자회담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지만 아직 이렇다할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악화돼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최강 부원장: 북핵 문제는 북한 체제의 본질에서 오는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 체제 문제를 풀지 않으면 북핵 문제도 안 풀립니다. 북한 체제 자체가 외부위협에 대해 나름대로 고슴도치 전략을 갖고 있고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아래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체제가 갖고 있는 불안감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체제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결과로서 북핵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는 것이지 표면에 나타난 북핵 문제만 해결하려다 보면 상황관리적이고 미봉책인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했고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나왔지만 그런 합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북한 정책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미 간 국교도 수립하고 미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북한이 그걸 진정으로 원했을까를 생각할 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의 핵 문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북한 체제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인식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장기적인 문제라는 걸 전제로 해서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지 지금처럼 단순히 협상을 통해 포기하라고만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북한 지도부가 존속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정책적 변화를 하도록 한편으로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 놓되 또 한편으로는 좀 더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북한 체제의 변화는 자체적인 변화도 있을 수 있겠고 외부에서 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있겠는데요,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체제를 변화시킨다면 어떤 접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단기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문제라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정치체제가 매 5년마다 변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관된 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큰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단기간에 뭔가 해결하겠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다루지 않고 표피만 건드리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중요한 건 북한이 변하도록 적절한 압박과 동기부여를 동시에 고려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정부를 보면 진정으로 북한을 압박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는 ‘북한 스스로의 변화가 가능하니까 우리가 많이 지원하면 변할 것이다’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전: 이른바 햇볕정책이죠?

최: 그렇죠. 물론 햇볕정책의 전제 자체는 처음에는 괜찮았다고 봅니다. ‘튼튼한 안보를 통해 남북 간 교류를 하다 보면 북한 스스로 변할 것이다’라는 희망이 섞여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희망이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우리가 경제지원을 하고 교류협력도 했지만 북한은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쁜 행동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압박이 들어가고 처벌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99년에 연평해전이 있었습니다. 연평해전에서 북한 해군이 패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상식적으로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도발정책을 펼 것을 상정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쪽의 대화에 응했습니다. 우리가 강력한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랬었는가? 그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강력한 압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튼튼한 안보태세가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압박을 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압박한 건 별로 없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 5.24경제제재조치를 취하긴 했죠. 하지만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경제지원을 중국으로부터 대신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대북정책 추진은 자신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북한을 지지하는 중국을 움직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기만 하는 정책보다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주고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북한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안 있으면 중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중국의 대북정책을 한국 것과 같은 견지로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교류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최: 교류의 여건, 상황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과거의 한국의 교류협력을 보면 북한에 맞춰주기식 교류협력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교류협력에 가장 중요한 건 투자보장이 되어야 하고 세금문제 등이 명확히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게 미완성인 상태에서 추진돼 왔습니다. 교류협력에 대한 근거와 법적 제도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고 투명성과 보장성이 확보된 다음에 교류협력을 해야 의미있는 교류협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의 형태는 북한에 끌려가는 행태가 많았습니다.

개성공단에 우리 업체 123개가 진출했지만 항상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언제 북한의 행동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물자의 반입 반출 승인 절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항상 북한에 부탁하는 형식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개성공단에서 우리 인력이 모두 철수한 뒤 생각한 것은 모든 국제사회에서 수용하는 그런 형태의 교류협력으로 바꿔 나가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도 한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현재 북한의 인도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사실파악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량사정은 어떠한지, 의료부문에서는 무슨 물자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그에 적절한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런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고 무조건 달라고만 한다면 이것은 수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사실조사가 전제된 상태에서라면 인도적인 부문에서 대규모 대북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 개성공단은 10년이나 해왔지만 이번에 중단을 계기로 개성공단 폐쇄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습니다.  최 부원장께서는 개성공단 중단의 재발을 막는 조치부터 협의. 합의한 뒤에 재개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최: 저는 우리가 남북교류의 어떤 제재적인 틀을 마련하고 난 다음에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투자와 교류협력이 지속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공단을 재개한다면 북한에게 나쁜 교훈만 주는 것입니다. ‘북한은 버티기만 하면 한국은 결국 개성공단을 재개하자고 나설 것’이란 행태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악습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해 명확한 교훈을 줘야합니다.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북한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할 의지는 없다고 봅니다. 20만 개성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고 그 중에 5만여명이 공단에서 일을 했습니다. 북한도 그걸 통해 직접적으로 외화수입 달러를 벌어왔습니다. 달러가 안들어가기 시작한 뒤로 얼마 간 시일이 지났습니다. 북한도 상당히 달러가 아쉬운 상황이 될 겁니다. 우리가 성급히 시작하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천천히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우리 123개 업체가 고통을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1조에서 2조원 가까운 정도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굉장히 큰 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남북관계의 큰 틀에서 볼 때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우리가 개성에 다시 진출한다고 할 때에 안정적으로 교류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틀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 한국이든 미국이든 북핵 문제에만 집중된 정책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도 북핵 문제와 더불어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2004년, 일본에서는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인권법 추진이 8, 9년 계속 지지부진합니다.

한국에서도 만일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면 그 제정의 취지와 인권법의 주축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최: 지금까지 북한인권법이 한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은 개탄스런 일입니다. 인류 보편적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받고 있는 우리 동포를 등한시한다는 건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반드시 법을 도입해야합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찬반 논쟁에서 이 법은 남북관계를 어렵게 하고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개선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건 너무 근시안적인 겁니다. 우리가 할 말을 당당히 함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것인데 남북관계와 대화를 유지하고 진전시켜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악한 행동을 등한시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게 아닙니다. 이 법안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과 관련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건 정치범수용소 문제입니다. 세계 어느나라에 가도 정치범수용소가 있는 나라는 아마 북한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이나 청소년등 약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탈북자 문제도 인권법 항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맞도록 인권법을 입안할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포의 고통에 대해 눈을 감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에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이 북송됐습니다. 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자기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신매매를 당해 끌려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모습을 보면 이들의 불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불안에 떨고 있습니까? 또 화면을 자세히 보면 어떤 소년은 멍처럼 고문을 당한 흔적이 얼핏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인권은 우리 독자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인권에 관심있는 모든 국가들과 협력해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간다는 조항이 포함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을 만나 북한의 핵개발, 인권, 그리고 남북교류 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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