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시를 노래로 만든 이성신 대위

자신의 직접 만든 곡에 탈북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붙여 정훈 교육에 사용하는 육군 28사단 이성신 대위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자신의 직접 만든 곡에 탈북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붙여 정훈 교육에 사용하는 육군 28사단 이성신 대위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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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의 대남심리전 작가 출신의 탈북자가 쓴 시가 남한 육군 장교의 노랫말로 바뀌었습니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란 이 시는 병에 걸린 한 어머니가 어린 딸을 굶어죽게 하기 보다는 남에게라도 팔아 살아 남게 하려는 극한적인 모성애를 그린 것으로 고난의 행군 시절 굶주림과 사투하는 북한 주민의 처절한 현실을 가장 잘 나타낸 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시가 지금은 한국 육군 장병의 심금을 울리고 그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노래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주인공은 육군 28사단 포병연대의 정훈장교 이성신 대위입니다. 장병들을 위해 직접 반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이성신 대위를 전화로 만나 봤습니다.

//이성신 대위의 노래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 "꼭잡은 두손이 떨려 오네요. 서 있기조차 힘이 들어요. 입술이 파르르 떨려 오네요. 눈물은 이미 메말랐어요. 사람들 저주와 딸아이 울음소리…"

전수일: 경연대회에서 이 노래를 처음 발표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경연대회였습니까?

이성신 대위: 군대 내에서 하는 경연대회였습니다. 장병 정신교육에 대한 새롭고 효과적인 교육 자료와 방법 등을 발탁하기 위해 여는 경연대회였습니다. 거기서 발표했습니다.

전: 탈북자 장진성 씨의 시를 노래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이 대위: 장진성 씨의 시집을 모두 읽었습니다. 시 전체가 안타깝고 가슴아픈 북한의 실상이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고 시 자체에 어머니의 모성애가 드러나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북한 실상이 이렇게 처절하고 아프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모성애와 연결시키면 그에 대한 정서를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시를 노래로 만들게 됐습니다.

전: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를 노래로 만들고 정훈교육에 사용한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교육에는 어떻게 사용합니까? 연병장에서 틀어줍니까 아니면 교육시간에 들려줍니까?

이 대위: 정훈교육시간에 강당에서 반주를 틀고 제가 노래로 들려줍니다. 장병교육뿐 아니라 요즘에는 한국에서 청소년 안보교육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많이 들려줍니다.

전: 그럼 일반 학생들도 군부대에 와서 정신교육을 받습니까?

이 대위: 저희 군인이 학교에 찾아가서 정신교육을 해주고 있습니다.

전: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 시의 내용 참 처절하고 애절한데 이런 가사 내용에 대해 신병들이 압니까?

이 대위: 처절한 북한 상황에 대해 군대에 오기 전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입니다. 학교에서는 북한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실상에 대해서는 군대에 와서 처음 접하게 되는데 관련 영상이나 그밖의 자료가 많이 있어서 실상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전: 그렇다면 그런 자료를 통해 1990년대 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의 굶주리며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서는 많이 알겠네요.

이 대위: 그렇습니다.

전: 이 대위의 노래를 듣는 신병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 대위: 노래 부르기 전에 시를 먼저 읊어줍니다. 시를 듣고 노래를 들으면서 다 큰 청년들인데도 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읊는 시는 장진성 씨의 시인가요? 이 대위의 노랫말인가요?

이 대위: 장진성 씨의 시입니다. 노랫말은 원래 시의 내용을 알아야 이해가 잘 됩니다.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를 먼저 낭독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전: 저도 직접 만드신 곡을 들어봤습니다. 또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 앞에서 들려드렸습니다. 이 시 내용은 먹고 살기 힘든 어머니가 딸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 좀 더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인데 이런 처절하고 애절한 노래를 군인들에게 많이 들려주는 편입니까? 과거에 군가라면 씩씩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깃든 그런 노래가 많았습니다.

이 대위: 아주 강하고 멋진 노래만 들려준다고 해서 그것이 듣는 사람에게 완전히 흡수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북한의 실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군가와는 좀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전: 군 부대 인근에서' 나라사랑 콘서트' 라는 음악회도 한다고 하던데요.

이 대위: 이 '나라사랑 콘서트'라는 게 아까 언급한 학생들을 찾아가 안보교육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발전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문화에 익숙해서 딱딱하게 강의식으로 교육하면 집중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노래도 섞고 꽁트도 포함시키는 등의 콘서트 형식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전: 이성신 대위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국민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전공자가 어떻게 해서 학사장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까?

이 대위: 대한민국은 남자들만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여자는 군대를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자인 제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여군의 길이 있다는 걸 알고 군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전: 한국에 실제 여군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군대에서 여군의 비율은 얼마 정도인가요?

이 대위: 4-5퍼센트로 알고 있습니다. 100명 중 다섯명 정도인 셈이죠.

전: 여군의 필요성을 군생활 중에 느낍니까?

이 대위: 여군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의 특성이 있고 장단점도 다르기 때문에 남녀가 어울려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은 군 발전은 물론 국력의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대학교 때 악단(밴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대위: 대학교 때 가스펠 동아리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었습니다. 가스펠은 기독교 음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나갔습니다. 중학교 때 배운 피아노 솜씨를 살리고 싶어 대학교 때에도 피아노 연주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작곡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 정훈장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이 대위: 정훈장교의 주된 임무는 장병들의 정신무장을 시켜주는 활동입니다. 안보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장병들이 싸움에 나가 이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평소에 갖춰주는 역할입니다.

전: 장진성 시인의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외에도 이분 시 중에서 노래로 만들고 싶은 다른 시가 있는지요?

이 대위: 다른 시를 가지고도 노랫말을 만들려고 구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시집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 처절하고 마음이 많이 아파서 어떻게 곡을 부쳐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성신 대위의 노래// "제 딸까지 팔아서 어쩌자는 거니. 내 딸을 판다는 목에 걸린 것은 모성애 산다는 한 군인의 백원. 밀가루빵 사들고 와 딸의 입에 넣으며 용서하라 딸아 사랑한다 딸아 용서하라 딸아 행복하라."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의 대남심리전 작가 출신의 탈북자가 쓴 시를 노래로 만들어 남한 육군 장병들에게 직접 불러주고 있는 대한민국 정훈장교 이성신 대위를 만나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