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북한서 떠내려온 쓰레기 분석,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책 발간, 강동완 교수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2.03.21
[RFA 초대석] 북한서 떠내려온 쓰레기 분석,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책 발간, 강동완 교수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저자 강동완 교수가 서해 5도의 한 해변가에서 북한 쓰레기(상품 포장지)를 줍고 있다.
/사진 제공: 강동완 교수

북한 실상을 연구하는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지난 2020 가을부터 1년여 동안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누비며 북한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를 주워왔으며, ‘수집’한 북한 생활 쓰레기 708종, 1,414점을 분석해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 상품 중에는 외국의 캐릭터, 예를 들면 일본의 헬로키티 캐릭터를 모방한 제품이라든지, 한국의 특정 회사의 과자라든지, 라면 이런 포장지를 카피한 제품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대석 오늘은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저자 강동완 교수와 이야기 나눕니다.

 

질문 1) 작년 서해 5도에서 북한 생활 쓰레기 1,414점을 주워 분석한 책을 내셨다고요.

 

강동완: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이 책은 제가 지난 1년여 동안 서해 5도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를 정리해서 낸 책입니다. 북한 쓰레기라고 하면 굉장히 생소할 수 있지만, 바로 북한의 상품 포장지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이 서해 5도 지역은 한국의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이런 지역인데, 이 지역은 북한과 거리가 굉장히 가깝습니다. 4 킬로미터 정도만 가도 북한이 바로 보이는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해안가에는 북한 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떠밀려 오는데요.  바로 그런 쓰레기들을 제가 직접 주워서 이걸 분석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주웠느냐 많이들 질문하시는데 708종류의 1414 점을 제가 직접 수거를 해서 다 분석을 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icture2.jpg
서해 5도에서 주운 포장지들. /사진 제공: 강동완 교수

질문 2) 상품 포장지 1400여 점이나 직접 수거하셨는데 내용을 간단히 분류해 주신다면요.

 

강동완: 북한에서 이렇게도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가  할 정도로 사실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일반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다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큰 분류별로 보면 음료류, 과자류, 식품류, 의약품류, 심지어는 생필품에 이르는 대부분의 종류가 다 쓰레기로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물론 이게 완제품이 아니라 포장지이기는 하지만, 포장지를 통해서 북한에서 어떤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질문 3) 북한 상품 포장지나 상품 이름으로 북한 경제의 단면이나 한국 상품과의 비교도 할 수 있을까요?

 

강동완: 북한에서 이처럼 다양한 상품들이 사실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포장기 속에 감춰진 그 이면을 좀 볼 필요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1,414점의 포장지를 제가 주웠다고 해서 뭐 북한 경제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고 또 ‘김정은 시대 어떤 큰 변화다’ 이렇게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제가 주운 포장지 중에 맛내기 포장지가 많은데요.  이 맛내기는 한국에서 예전  70-80년대에 사용되었던 그 화학조미료를 의미합니다. 글루탐산 나트륨이 들어가 있는 이 화학조미료를 말하는데 이 화학조미료는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그러니까 원재료를 구하지 못할 때 이렇게 화학조미료를 가지고 맛을 내는 것을 볼 수가 있지요. 한국도 지금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발전은 했고 또 국민의식도 높아졌기 때문에 화학조미료 전혀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에서 생산하고 있는 이 맛내기, 종류로는 40여 종류가 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북한 경제에 하나의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8월풀당일 겁니다. 북한에서는 뭐 당연히  자립 경제라고 하기 때문에 뭐 해외와 어떤 무역이나 이런 것들을 하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폐쇄적인 경제구조로 되어 있고, 또 더군다나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 보니까 뭐 설탕을 정제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지금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단맛을 팔월풀당이라는 원료에서 출시를 해야겠는데, 북한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음료수 제품에는 이 팔월풀당이 들어가 있습니다. 왜냐면 닷 맛을 내야하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바로 이러한 포장지도 많고 상품은 많지만, 오히려 거기에 들어가 있는 원재료를 보면 북한 경제에 수준이 아직까지는 굉장히 낮다는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 북한 상품의 특징은 굉장히 정치적인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최근에 북한에서 김정은이 유가 정책을 굉장히 강조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북한에서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 우유 이런 제품들도 지금 많이 생산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상품의 종류나 질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4) 북한 상품 포장지의 평가나 상품의 유통과정도 설명해 주시지요.

 

강동완: 무엇보다 북한에서도 산업 미술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포장지를 보면 뭐 나름의 서체라든지, 디자인 요소, 색상이라든지 심지어는 캐릭터 상표 우리가 얘기하는 브랜드 이런 부분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의 이 상품 쓰레기 포장지를 통해서 북한산업 미술이라든지, 디자인의 현황을 파악할 수가 있고, 또 앞서 설명 들였지만, 북한경제실태 이런 것을 파악할 수가 있고, 또 하나는 북한 주민들이 지금 어떻게 어떤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북한상품들이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쓰레기를 주운 곳은 서해 5도 지역입니다. 서해안이니까 북한의 황해도나 뭐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평양지역, 평안도 지역과 연계된 곳인데, 강원도 지역에 있는 예를 들면 청진이나 원산에서 생산한 제품의 포장지도 서해안에서 발견이 되고 있거든요. 바로 그런 점들은 북한 내부에서 생산하는 게 시장을 통해서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점이고요. 이러한 시장이 확산이 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북한 체제 변화에 굉장히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질문 5) 한국 상품 포장지를 카피한 것도 있다면서요.                                                       

 

강동완: 네. 서해 5도 지역에는 중국 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떠밀려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뭐 중국 쓰레기가 10개 있다면 그중에 한두 개 정도가 북한 쓰레기가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북한 쓰레기를 찾기가 어려웠고요. 또 북한 상품 중에 아주 재밌는 게 외국에 캐릭터, 예를 들면 일본의 헬로키티 캐릭터를 모방한 제품이라든지, 한국의 특정 회사의 과자라든지, 라면 이런 포장지를 카피한 제품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게 남한 제품인지, 아니면 북한 제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런 상품도 많았는데요. 대부분 북한 이렇게 자립경제를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세계적인 추세 이런 것들을 따라가면서 자기들의 변화 과정들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질문 6) 북한 상품 포장지에서 북한 경제의 활성화와 관련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강동완: 북한 경제 또는 북한 사회를 말하는 데 장마당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북한 주민들에게 생존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게 바로 장마당인데요. 결국은 이 장마당을 통해서 유통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 중국을 통해서 들어간 북-중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그런 한국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2016년 이후에 북한에서 상품의 특히 생필품에 다양화 다중화 이런 것들을 강조하다 보니까 이렇게 다양한 상품들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어떻든 제가 수집한 것은 포장지이고, 완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그 제품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그 포장지의 종류만으로 봤을 때는 북한 경제의 활성화라든지, 뭐 이런 것까진 아니더라도 조금 다양한 그런 상품들이 지금 만들이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초대석 오늘은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저자 강동완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 편집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