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82]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1.07.05
femaleDefectorsIncheon-305.jpg 2003년 5월 9일 북한을 탈출해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에 머물던 여성탈북자 12명이 마스크를 쓴채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인권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미국, 캐나다, 유럽, 한국 등 세계 각처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거론하는 일이 중요하며, 그럴 때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앵커: 장명화 기자,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북한의 인신 매매 실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기자: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180여 개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북한을 ‘인신매매 3등급’ 국가로 다시 지정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를 근절할 최소한의 기준도 이행하지 않고, 방지 노력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 인신매매 3등급 국가는 최악의 등급입니까?

장: 그렇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국 정부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예방 활동 실적 등을 토대로 조사대상 국가를 1등급부터, 2등급, 2등급 요주의, 최악인 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 3등급 국가는 연속 2회 이상 지정될 경우 미국이 국제통화기금의 해당국가 대출을 반대하는 일을 포함해 별도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양: 북한은 언제부터 이렇게 최악 등급을 받았습니까?

장: 지난 2003년 3등급 국가로 지정된 이후 9년째 최악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 벌써 9년째란 이야기인데요, 북한의 인신매매 실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적되고 있습니까?

장: 보고서는 북한이 강제 노동과 강제 결혼,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들의 공급국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식량 등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지만, 거기에서 강제 결혼이나 매춘, 노동 등을 강요받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양: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중국으로 팔려간 탈북여성의 참담한 현실을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탈북여성
: 우리 북쪽에 있는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고생 덜 하고 산다” 이렇게 해서 두만강에서 넘겨주면서 그 쪽 사람들에게 돈을 얼마씩 받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처음에 몰랐어요. 돈 주고 데려가는지를..그저 자기들 남동생이니까 같이 가라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같이 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중국 돈으로) 1만원씩 줬대요. 여기 온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말 모르잖아요. 그래서 어디로 가라고 따라 가는데 결국 그 사람들이 소개해 준 사람들한테 돈 주고 데려오는 거죠. 저번에 한 번 심양에서 한 여자가 있더라고요. 이 여자는 처음에 팔려올 때 자기가 돈 2만원에 사왔으니까 (성매매로) 2만원을 다 벌고 나가라 그렇게 한 여자가 있는 걸 봤어요.

장: 설상가상으로 중국에서 이렇게 인신매매를 당한 많은 북한 여성은 여러 중개업자를 거쳐 사창가나 인터넷 섹스산업에서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중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양: 이런 여성들이 중국 공안에 잡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면 어떻게 됩니까?

장: 한마디로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특히 송환된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얘기를 보고서는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양: 북한 내 강제노동도 문제지만 북한 당국에 의해 해외로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강제노동 문제도 언급됐습니까?

장: 물론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부 유럽 국가 등간의 계약을 통해 상당수의 북한 근로자를 해외로 보냈는데요, 보고서는 근로자들이 북한 정부의 ‘경호원’들에 의해 이동과 통신이 제약당하고 감시당하는 생활을 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월급은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계좌에 넣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여러 명목으로 이 돈의 대부분을 갖는다는 데 있습니다.

양: 그러고 보니 지난해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 한 명이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왔는데요, 러시아의 북한 근로자들도 그런 끔찍한 상황에 처했겠죠?

장: 네. 러시아의 극동지역에는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벌목공으록 고용돼 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1년에 단 이틀만 쉬고, 생산 목표를 맞추지 못했을 경우 처벌에도 직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탈출을 시도하거나 외부인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면 근로자 자신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보복당할 것이라는 협박도 받고 있습니다. 또 일부 벌목공들은 북한에 돌아갈 때까지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 그러면 한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어떻게 평가됐습니까? 한국은 2002년부터 계속 1등급 국가군에 포함돼지 않았습니까?

장: 그런데도 한국은 '강제 매춘과 강요된 노동을 당하는 남성·여성의 공급국이자 경유국이며 최종 종착국'으로 묘사됐습니다. 보고서는 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한국을 찾은 많은 사람이 실제로는 강제 매춘이나 노동을 강요당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모로코, 콜롬비아, 몽골, 중국,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출신인데요, 이들의 입국을 주선한 중개업자들이 한국의 고용주나 남편에게 2만 달러까지 돈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나 신부는 한국 입국과 동시에 빚더미에 앉는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 빚을 고리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과 노동자들이 속박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국 남성이 여전히 동남아나 태평양 섬 지역 '미성년자 성 관광'의 고객들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양: 한국에 성매매나 불법 체류자가 적지 않긴 하지만 인신매매국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외네요.

장: 이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한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데요, 한 정부 관계자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재정 이후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한 단속을 벌여 성매매업소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상담소·쉼터 등 전국 지원 시설을 통해 성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인신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발표하는 것으로, 미국·영국 등 선진국 역시 비슷한 어조로 성매매 문제 등을 지적받는다"며 "한국이 특별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양: 정부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정부가 나름대로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장: 보고서도 그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 집행이나 처벌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성매매알선법'을 근거로 지난해 40건을 수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6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2건은 벌금형에 그쳤다는 겁니다.

양: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질문에 양윤정, 대답에 장명화였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