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8.25
milk_mother_b 사진은 아기가 모유를 먹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세상에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는 갓난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탈북해 남한에 간 여성이 이젠 엄마가 됐습니다. 밤에도 몇 번씩이나 깨서 수유를 해야 하지만 아이의 얼굴만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박수향 씨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무산 출신의 박 씨는 지난 2009년 먼저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이모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브로커를 보내 남한으로 올 생각이 없는가 하고 물었던 건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있던 박 씨는 망설임 없이 집을 떠났습니다. 그 동안 북한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동경해 오던 남한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탈북했을 때가 19살때였으니 정말 철없던 시절이었다고 보여지는데요. 지금 나이 같으면 탈북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수향: 그렇죠. 저는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만약 지금 나이에 이모가 오라고 하면 선뜻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더 겁도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잖아요. 그 어린 나이에는 중국도 아니고 한국 가다가 잡히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그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갈망이 훨씬 컸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두렵지도 않고 넘어왔었는데 지금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가다가 잡히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선택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냥 철없고 겁 없을 때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한에 도착해서 자릴 잡은 박 씨는 4년 후 북에 있던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왔고 자신은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는 같은 고향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요즘은 서른이 안돼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를 낳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요. 남한에 가족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대학졸업을 앞두고는 육아에도 큰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에 탈북의 순간처럼 다시 한번 망설임 없이 순리에 자신을 맡기게 됩니다.

박수향: 일단 한국은 너무 잘돼있더라고요. 처음 아이를 낳으면 조리원을 가잖아요. 2주동안 조리원에서 있으면서 목욕 시키는 것을 배웠는데 솔직히 애기가 너무 작다 보니까 집에 와서 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어요. 혼자는 못하고 남편이 아이를 잡고 있으면 하고 했는데 그것도 솔직히 그것도 어려워서 인터넷을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목욕 하는 법 영상을 틀어놓고 계속 보면서 했었던 것 같아요.

예쁜 딸을 순산했습니다. 아이는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건강하게 태어났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박수향: 저는 모유 수유를 했는데 1시간에서 1시간 반마다 애기가 깨서 우는 거예요.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원래 두 시간 정도마다 준다는데 왜 이렇게 울지 하면서 달라는 데로 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트림 시키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특히 새벽에 잠을 못 자잖아요. 한 시간 반마다 한번 먹이고 트림 시키고 하다 보면 나도 그냥 안고 자는 거예요. 아이가 조금 있으면 또 깨고 그렇게 반복 되는데 잠을 못 자는 그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잠을 못 자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첫아이라서 여러 가지로 아직은 서툰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이젠 철부지가 아닌 어엿한 부모로 애기를 돌보는 엄마랍니다. 아이가 우렁차게 울 때면 제일먼저 기저귀부터 점검을 하는데요. 혹시라도 불편한 것이 없는지 수시로 살핀 답니다.

박수향: 북한에서는 천 기저귀를 쓰거든요. 그걸 빨아서 쓰고 선택할 여지가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기저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사촌 언니가 애기를 둘 키우고 있어서 추천을 받아서 괜찮다는 것은 다 사서 써보면서 선택을 했는데 한 10종류 이상을 쓴 것 같아요.

기자: 신생아들은 하루에도 기저귀가 몇 개씩 필요하잖아요.

박수향: 네. 맞아요. 기저귀를 신생아 때는 20개씩 써서 한 팩을 사면 일주일도 못쓰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한국에선 아동 수당이랑 양육비가 나오거든요. 그걸로 분유는 안 먹으니까 충분히 기저귀는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부담은 그렇게 없었던 거 같아요.

기자: 옛말에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기저귀도 그렇고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잖습니까?

박수향: 맞아요.

기자: 분유는 그러면 전혀 안 먹은 겁니까? .

박수향: 저는 밤에 잠을 못 자서 분유를 먹여 보려고 했는데 애기가 거부를 해서 한 번도 못 먹여 봤어요. 산 거 다른 사람 주고 그랬어요.

기자: 지금은 몇 살인가요?

박수향: 15개월 됐어요.

기자: 지금도 모유 수유를 하시는 건가요?

박수향: 지금은 유아식이요. 어른 먹는 것처럼 거의 그렇게 먹어요.

기자: 애기가 먹는 거는 따로 조리를 해야 하잖아요.

박수향: 그렇죠. 따로 하죠. 아기한테 쓰는 간장 기름 따로 쓰고 최대한 싱겁게 하고 간장 외에는 거의 안 넣고 해요. 그런데 저희 아이가 진짜 잘 먹거든요 제가 그렇게 맛있게 하는 것은 아닌데 너무 잘 먹어서 감사해요.

기자: 혼자 온 분들은 아이 낳고 어머니 생각에 많이들 운다고 하던데요.

박수향: 네, 그런 것은 없었어요.

기자: 엄마가 함께 있으니 아이도 봐주고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겠어요.

박수향: 네, 맞아요. 엄마도 지금 일하고 있는데 주말에 오셔서 봐주시고 해서 혼자서 솔직히 아이를 키우면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그런 엄마가 많다고 하는데 저는 힘들긴 한데 우울증이 오거나 눈물이 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애기가 너무 예뻐서요.

기자: 아이 옷은 정말 인형 옷처럼 작은데도 가격은 어른 옷값하고 똑같은 거 같아요.

박수향: 맞아요. 더 비싼 것 같아요. 저는 옷을 다 물려서 입히거든요. 애기 옷을 저희 언니가 준 거 하고 교회 지인들이 애기 입든 것을 줘서 옷을 사본적이 없어요. 또 애기 낳으면 선물들이 많이 들어오잖아요. 그래서 그런 옷들로 입히고 입고 제 돈으로 산 것은 10만원이 안든 것 같아요. 만약 산다고 한다면 아이가 너무 빨리 크기 때문에 지인들이 사주는 것 친척들이 비싼 옷을 사주는데 그것을 한 두벌은 입히고 나머지는 가서 바꿔서 저렴한 것을 여러 벌 사고 이런 식으로 하고 지금은 비싼 옷을 안 사요. 저는 무조건 새것을 고집하지 않아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고귀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인형처럼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건강하고 생각이 바른 그런 아이로 키울 생각인데요. 언제나 좋은 것만 입히고 싶고 제일 좋다는 것만 해주고 싶은데 경제적 능력이 못 따라가 속상할 때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 하나로도 이렇게 힘든데 나의 부모님은 어떻게 우리 남매를 키우셨는지 생각하면 고마운 생각도 든답니다.

박수향: 확실히 그런 것은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애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진짜 애 두 명 키우고 세 명 키우는 분을 보면 너무 존경스러운 거예요. 저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 그리고 나도 뭔가 지금 딸처럼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엄마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키웠고 돌봤겠구나 하는 공감이 되고 애기 낳고는 엄마에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딸이 만으로 두 살이 다 되가는데요. 대학을 졸업한지도 몇 년 됐고 사회생활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만 있다 보면 자신이 너무 뒤처질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뭔가 경제활동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요즘은 이리저리 궁리가 많답니다.

박수향: 지금은 아무래도 애기가 어리다 보니까 제 삶이 없거든요. 애기한테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마트 가거나 하면 제 옷은 눈에 안 들어오고 다 애기 물품밖에 눈이 안 들어와요. 그런데 저도 뭔가 요즘 고민이 많은데 애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잖아요. 저는 제가 엄마의 역할을 하지만 내 삶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지금 그것에 대한 고민 중이에요. 애기가 좀 커서 아장거리고 하니까 이제는 내가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슬슬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애기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드는 것 같아요.

제2의 고향 오늘은 박수향 씨의 육아생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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