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 "탈북자 위한 맞춤형 지원제도 필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통신의 양성원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만명을 바라보는 가운데 남한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은 29일 ‘탈북자 및 북한인권 문제의 대안과 전략’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서울-양성원 xallsl@rfa.org
2009.05.29
kim_heungkwang-305.jpg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가 29일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에서 열린 ‘탈북자 및 북한인권 문제의 대안과 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RFA PHOTO/양성원
이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자 출신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남한 주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려는 탈북자를 배려하고 더 큰 아량으로 감싸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남한 정부도 탈북자를 더 세밀하게 분류해 남한 정착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탈북자 관련 토론회가 열린 서울 신촌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탈북자가 보는 정착지원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김흥광 대표는 탈북자가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하기에 앞서 탈북자가 모두 남한에 온 일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저희는 한국에 온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또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누구를 만나도 포기하거나 못살겠어, 북한보다 못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희망적이고 또 미래 지향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탈북자들은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우선 남한 사회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상황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사회적 연계가 전혀 없는 실태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살 수 있는데 남한에 학연, 지연, 혈연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연고 없이 살기 힘든 남한 사회에서 삶의 터를 구축하는 게 탈북자들에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는 대한민국에 이민을 왔다고 생각하자 그런 마음가짐입니다. 특별히 칼을 갈아서 북한의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조국을 통일하자, 이런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김 대표는 탈북자들이 남한 문화에 좀 서툴러도 남한 국민은 북한 나름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이를 이해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탈북자들을 한국 사회에 반드시 동화시켜야 하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 사람도 북한 사람 나름의 문화가 있습니다. 태국 여성이 한국에 이민 왔으면 태국 문화를 가지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지 그 사람을 꼭 한국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사람과 완전히 동화해야만 제대로 된 탈북자로 보는 시각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조금 남한 상식에 어긋나고 어색한 행동을 해도 남한 국민이 저 사람들 문화가 그렇다는 아량의 마음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김 대표는 또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자면 최소한 5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저는 남한에 온 지 4년 됐습니다. 저는 탈북자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구실과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5년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탈북자는 하나원에서 나와 버스를 탔는데 어떻게 운임을 내는지 몰라 헤매고 있다가 버스 기사 아저씨의 지적에 놀라 당황해서 풀썩 주저앉은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남한 문화를 정말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희 북쪽에서 왔지, 적대국에서 왔지, 빨갱이지 하는 그런 시각보다는 남한 사람들이 문화가 다른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아량만 조금 베풀고 시간을 좀 주면 탈북자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남한 정부의 탈북자 지원제도를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해 탈북자 부류에 따른 맞춤형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탈북자를 특정 그룹으로 나눠 정착 지원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탈북자의 70%가 여성이고 그 여성 중 70%가 20-30대의 출산 적령기의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적응력도 좋고 정착도 잘합니다. 하지만, 40대 남자 탈북자들은 정말 해답이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40대 탈북 남성들은 남한 사회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습니다. 정부는 탈북자의 정착 지원금의 효율을 높인다면서 4대 보험을 제공하는 제대로 된 회사에 3년 이상 다녀야 취업 장려금을 주는데 그 취업 장려금을 받는 탈북자가 10% 미만입니다. 그 나머지 재원은 다 어디로 갔느냔 말입니다.

김 대표는 탈북자들이 생계비에 연연하지 않고 취업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탈북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김흥광: 취업을 잘할 수 있도록 탈북자들의 경험과 숙련 정도를 개인별로 파악하고 적합한 일자리를 안내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탈북자 정착 시설인 하나원을 졸업하면 무조건 탈북자가 스스로 가서 직업 훈련을 받아라, 그러면 직업 훈련 수당을 줄게, 자격증을 따면 150만 원 장려금을 줄게, 이런 식이니까 탈북자 처지에서는 자기가 항구적으로 사용할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고 당장 생계를 꾸리고자 훈련 수당을 받으려 하고 150만 원을 받고자 자기의 능력이나 장래를 고려하지 않고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만 따려고 합니다. 이제는 정부가 탈북자들을 더 세밀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의 김책공업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남한에 정착해 탈북자 지식인들의 모임인 ‘NK지식인연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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