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건립하는 대신 그 돈으로 탈북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공장'을 세우고 있는 주인공은 이 재단의 대표이사를 맡은 김동호(58) 목사입니다. 김 목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잘돼서 남한 사회에 유행처럼 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통신'에서는 탈북자의 자립을 위해 헌신하는 김동호 목사로부터 탈북자를 위한 희망공장의 설립과 취지에 관해 들어봅니다.
질문: 어떤 인연으로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김동호 목사: 남한에 지금 탈북자가 1만 7천 명 정도 와 있는데 이들이 희망을 찾아 생명을 걸었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게 희망적이질 못했습니다. 이들이 잘 적응도 못 하고 오해도 하고 갈등을 빚고, 그래서 이들이 와서 많이 좌절하는 것을 봤습니다. 희망을 위해 생명을 걸었던 사람이 좌절하면 그건 재앙이거든요. 이러다 통일까지 되면 두 나라 다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하든 그 일을 풀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밤낮 우리의 소원은 통일만 외치는데 뭔가 저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임시방편으로 구제하고 싸매는 게 아니라 이들이 자활해서 살아남는 길이 뭐냐 찾다가 공장들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없어도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망한 건 실패한 게 아니다.<br/>
질문: 현재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공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김동호 목사: 열매나눔재단은 교회가 예배당 짓는 일을 포기하고 예배당 건축비를 들여서 세운 재단이고요. 거기서 작년 5월 제1공장인 메자닌 아이팩 공장, 박스 공장을 세웠고, 12월엔 메자닌 에코원이라고 해서 블라인드 커튼 만드는 공장인데, 각각 10억씩 투자해 세운 공장입니다. 제3공장이 고마운손입니다, 그것도 그 정도 규모의 투자로 세운 공장입니다. 그래서 1공장 박스, 2공장 블라인드 커튼, 3공장은 가죽 제품을 생산해 큰 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공장이다. 점점 모델이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주로 새터민을 고용해서 말이지요.
질문: 그런데 이런 기업들이 성과가 있다고 봅니까?
김동호 목사: 사업을 모르는 목사가, 남한 사회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습관을 가진 새터민들만 고용해서 박스공장을 한다는 일이 무모한 일이고요. 저희는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자활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말 무모한데 그들에게 최소한의 월급 124만 원 주겠다고 했습니다. 남한에서 박스 공장에서 주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새터민에게는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매달 몇천 만원씩 손해나니까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인들에게 설득하길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하면 어떡하느냐, 해야 할 일인가 아닌가도 생각해야지. 할 수 없어도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망한 건 실패한 게 아니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았어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실패 안 한 것은 그게 실패 아니냐고?’ 새터민들이 우릴 신뢰했습니다. 예배당 포기하고 재단을 세운 것을 다 알고. 그러다 우리는 쓰던 학교에서 나가게 되고 결국 교회가 네 개로 갈렸지만 그래도 우리가 자기들을 포기하지 않자 신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열심히 해서 10개월 만에 흑자를 냈습니다. 아마 새터민들을 주로 한 공장에서 그런 흑자를 낸 1호입니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에서 많이 주목하고 관심을 뒀고, 다 안 된다고 했는데, 아 새터민들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 때문에 매우 큰 의미가 있게 됐습니다. 이익이 나자마자 그들의 봉급을 올려줘 공장이 또 아슬아슬하지만요. 아무튼, 성공의 첫 모델이 된 게 아주 기쁘고 감사합니다.
질문: 평소 탈북자를 포함한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 공헌기업에 소신이 큰 것으로 아는데요?
김동호 목사: 3공장 고마운 손은 새터민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장애우도 들어가고, 사회적 취약계층이란 표현을 쓰는 데 거기엔 노숙자도 들어갑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남한에서 비집고 자립할 틈이 없습니다. 너무 경쟁사회다 보니까요. 이익과 고용만 따지는 사회에서 그들을 고용하지 않거든요. 손해나고 위험하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버려두면 그 요소가 재앙의 요소가 됩니다. 이럴 때 교회도 NGO인데,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옳으냐 그르냐를 추구하는 집단들이 그들을 품었을 때 이 사회가 좀 더 안정적이 되고, 그게 마땅히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지금 사회적 공헌 기업이 손을 꼽을 정도인데요, 더 나와야 하지 않습니까?
김동호 목사: 앞으로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속된 표현인지 모르지만, 모든 게 유행이 있거든요. 저나 우리 교회가 혼자 못합니다. 제 작전이나 기도는 이 일이 성공해 좋은 의미에서 많은 사람이나 교회나 기업들에 샘나게 ‘저거 되네’하는 생각을 하도록 말입니다. 다시 말해 유행을 창출하도록 해서 사회적 기업이 대세가 되고 유행이 되게 하는 겁니다. 이게 지금 성공모델이 되면서 나라가 많이 도와주고 대기업도 많이 관심이 있습니다. 이 일이 기업 이미지에도 많이 도움이 됩니다. 이건 좋은 현상입니다. 새터민 공장에 성공해 많은 참여자를 끌어내는 게 제 전략입니다.
질문: 머지않아 탈북자 2만 명 시대가 다가옵니다. 탈북자들이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지만, 특히 취직이 가장 어려운데요?
김동호 목사: 해보니까 도리어 (탈북자를 위한) 틈새가 많아요. 우리 남한이 뭘 해서 먹고 살게 됐는가를 보면 60년대, 70년대 쉽게 말해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거기에 여공들이 벌집 같은데 살면서 3교대 하면서, 그게 우리 민족의 근성입니다. 어느 나라가 하겠습니까? 그 힘, 그 헝그리정신, 즉 맨주먹정신의 극기정신이 있고 그것 때문에 한국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2만 불이 되면서, 그게 빠져나가고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장을 해보니까 처음에 신뢰를 쌓는 데까지가 어렵지 그게 되니까 새터민 노동자에게서 60년대 남한 노동자의 그 정신이 나옵니다. 그들은 죽기 살기로 일합니다. 북한에 형제가족이 있고 데려와야 하니까, 목표가 생기면 무서운 힘을 발휘합니다. 기존의 남한 공장이나 사회에 들어가려고 하니까 그렇지 저들끼리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정신적인 동기 유발만 제대로 시켜주면, 도리어 남한 노동자보다 생산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이번에 뜻밖에 얻은 소득이에요.
질문: 실제로 남한 공장에 들어갔다가 중도에 탈락하는 탈북자들이 많은데요?
김동호 목사: 그래서 우리가 시도한 게 탈북자들을 주로 한 공장을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남한 공장에 들어가면 못 견딥니다. 그게 성공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다음 우리가 일하면서 배우는 게 1, 2공장은 그래도 10억 정도는 투자돼야 하는 데, 10억이 가난한 사람들한텐 불가능한 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마운손 제3공장을 하면서 여기는 재봉으로 작업하는데 거기서 직원들보고 그랬어요. “열심히 잘해서 2-3년 뒤에 기술자가 되라”고. 우리 재단이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즉 소액대출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다. “우리 공장에서 몇 년 동안 검증된 사람이라면 소액대출해줄 테니까 재봉틀 몇 대 사서 보조원 데리고 소사장을 해라. 일감은 우리가 계속 대주겠다. 남한의 노동자들이 그러다 사장되고, 그러다 기업을 이룬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린 마이크로크레딧 자본이 있고, 또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니까 사업도 성공하는 것이고. 일감을 주니까 회수할 수 있고, 그래서 사장을 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만 있지 말라고. 그래서 공장을 키워서 이다음에 북한에 들어가 사업하라고 말입니다. 사실은 탈북자들에게 훨씬 더 기회가 많습니다.
한편, 김동호 목사는 모 제약회사의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다 내놓고 열매나눔재단이 하는 일과 똑같은 일에 동참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남한 사회에 전염병처럼 유행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