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남동공단 탈북자 구직 행사

남한에 정착한 1만 7천여명의 탈북자들이 부딪치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인 취직난을 덜어주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에서 구직 행사가 지난 11일 열렸습니다.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100여명의 탈북자들은 행사에 참여한 30여개 업체를 돌며 구직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서울-변창섭 pyonc@rfa.org
2009.09.14
job expo 305 서울 양천구청에서 열린 탈북자 구직행사.
RFA PHOTO/ 변창섭
<서울통신>이 탈북자들의 열띤 구직 상담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탈북자 구직 행사장)

탈북자: 잔업을 무조건 해야 합니까?
업체 관계자: 아니죠.
탈북자: 본인 의사가 있죠? 회사에서 바쁠 때는...
업체 관계자: 해주시고, 안 바쁠 때는 본인 의사대로 안해도 좋죠.


남한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주관으로 지난 11일 인천 남동공단 내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서 열린 구직 행사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탈북자들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탈북자 100여명은 이날 구직 행사에 참가한 30여개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자기의 적성과 관심 분야에 관해 꼬치꼬치 묻고,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띠었습니다. 이날 행사에 앞서 통일부는 한국 여성경제인협회와 탈북자 취업지원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날 구직행사에 나온 탈북자 대부분은 상담 중 월급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월급 다음으론 휴일 근무여부와 상여금, 퇴직금 지급 여부 등 복지 혜택이 탈북자들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지난 2005년에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최 모씨(46)는 충청도에 있는 회사에 다닙니다. 최 씨는 부인과 자녀 둘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후한 월급이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최 모: 한 달에 토요일이나 일요일 포함해 특근을 2-3번 해야만 180-190만원, 거기서 세금을 떼고 나면 170만원 정도 되거든요. 자녀가 둘 있다. 일은 힘들어도 월급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나도 회사 다닌 지 3년 6개월 됐다. 이제 4년이 다 되는 데 일이 힘들고 한 건 참을 수 있는데 월급이 좀 높으면...

남한에 5년 전 입국한 뒤 노원구 상계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다 최근 손을 뗀 탈북자 허설화 (47)씨도 생산직이든 상관없이 어떤 일자리라도 갖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때는 직원을 3명씩 거느린 식당의 ‘사장’이었지만 식당을 접은 지금은 아무런 일도 좋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서유전자에 이력서를 낸 허 씨는 무엇보다 월급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허설화: 우선은 월급이라고 본다,. 가진 것도 없고. 이 나라에 손 내미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에서 받아준 것도 고맙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그러나 이날 구직 행사에 참가한 30여개 업체들은 최저 120만원에서 최고 170만원까지 월급을 제시했습니다. 참가 업체들이 대부분 남동 공단에 있는 영세한 중소업체들이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은 월급이 후한 업체 못지않게 지리적으로 가까운 업체도 선호합니다. 구미공단 내 휴대폰 업체에서 지난 2년간 일하다가 회사가 폐업하는 바람에 인천으로 올라온 20대 탈북 여성 김 모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김 모 씨가 찾은 윈텍이란 회사는 인천시 청천동에 있는 데 마침 자신이 사는 효성동에서 가까워 안성맞춤입니다.

윈텍 관계자: 위치적으로도 저희 회사와 가까우니까.
김 모씨: 남동 공단이 처음인데 집에서 멀기도 한데.
윈텍 관계자: 저희 회사 경리과 아가씨가 효성동에서 차 갖고 다니는 데 같이 다녀도 될 것 같아요.


김 모씨는 월급을 140만원 주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 회사가 맘에 들어 단번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관계자의 취직 내락을 받았습니다.

월급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 말고도 탈북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고려하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바로 남들 쉴 때 쉴 수 있는 복지 혜택이 그것입니다. 5년 전 남한에 온 뒤 식당에서 일해온 탈북 여성 김 모씨(34)가 그런 경우입니다. 김 씨는 휴일이 보장되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캐스팅에 그런 이유로 이력서를 냈습니다.

김 모: 먼저 회사는 월급도 많고 그랬는데 특근이다, 토요일이다 한 달 내내 일을 했거든요. 회사를 바꿔보려고 한다. 여기엔 휴일도 있고.
기자: 전엔 휴일도 없고 힘들었나?
김 모: 식당에서 많이 일하다보니 쉬는 날이 없고, 내 시간이 너무 없다.


탈북자들이 이처럼 자기 적성과 취향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지만, 막상 취업하고도 얼마나 오래 근무하느냐 하는 문제는 고용주 입장에서도 골칫거립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남한 사람들도 기피하는 힘든 업종이라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몇 개월을 못 버티고 일자리를 떠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증원정밀의 유응철 이사의 말입니다.

유응철: 3개월이 고비다. 3개월 넘기면 다 1년은 넘고, 1년 넘으면 3년은 간다. 외국인, 교포도 있고 대개 3개월이 고비다. 탈북자 쓰면 생활력이 강하고 더 살라고 일을 열심히 하려한다. 고비는 생산 라인마다 서서, 앉아서 하는 게 있는데 대부분 들어오면 내국인은 견디는 데 외국인은 중국 교포 새터민은 정해진 시간을 지루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전체 직원 70명 가운데 40대 탈북여성 3명을 고용하고 있는 가구제조 업체 목원의 이진상 사장은 문화적 차이도 탈북자의 직장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습니다.

이진상: 언어가 틀리니까 아직은 따로 논다. 자꾸 저녁 자리나 술자리에 있으면 되는 데 음식도 가리는 게 많고. 사람이 자꾸 부딪치고 술을 먹으면 가까워지는 데 더군다나 여자니까 힘들다. 기숙사도 해놓았는데 그 분들만 다닌다.

실제로 탈북자들을 고용한 중소 업체의 이런 고민은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남한의 비정부 단체인 영통포럼이 지난 2007년 3월 탈북자 467명을 상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6개월 미만에 직장을 중도 탈락한 사람은 266명에 달했지만 1년~2년은 69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탈북자들의 중도 탈락률이 높은데도 남한의 중소업체들이 구직 행사에 참여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탈북자 월급의 반을 보조해주는 데다 탈북자가 이런 업체에 취직해 1년 간 꾸준히 근무할 경우 매달 50만원씩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업체로서도 경영상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구직행사에 참가한 대기정밀의 조응주 기획실장의 말입니다.

조응주: 국가정부 보조금이 있다. 그게 가장 크다. 저희 회사 차원에선 원가절감이 된다. 외국인들도 있지만, 외국인은 언어적인 장벽이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서로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그런 장점이 있다.

탈북자를 위한 구직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7월에도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강서구와 양천구 등 서울 남부 지역에 사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20여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통일원이 이처럼 탈북자들을 위해 구직 행사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탈북자들의 구직이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식 집계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한 1만7천여 탈북자 가운데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고작 1천800여명에 불과해서 남한 정부의 좀 더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