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북한에서 미군유해 발굴사업 재개 원해”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통신의 양성원입니다. 미국과 남한 군 당국은 14일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미군 전사자의 유해를 찾고자 처음으로 공동 발굴에 나섰습니다. 강원도 화천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미군과 남한군이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입니다.
화천-양성원 xallsl@rfa.org
jpac-305.jpg 18일 강원도 화천에서 (왼쪽부터) 박신한 대령, 마크 웰치 대위, 제이 실버스틴 박사가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의미와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RFA PHOTO/양성원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나서 남한과 미국의 후배 장병이 다시 이곳을 찾아 선배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땀방울을 쏟았습니다. 미국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측은 북한에서도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이 재개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나타냈습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강원도 화천에서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박신한 : 치아라든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어 저기까지 흙을 보내 채로 걸러내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야산 기슭에 있는 5평 남짓한 흙구덩이에서 남한과 미군 장병이 곡괭이로 땅을 파고 이 흙을 양동이에 담아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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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발굴한 6.25 참전 용사의 유품 - RFA PHOTO/양성원
그 옆에선 다른 남한군과 미군 장병이 넘겨받은 흙더미 속에서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그물이 촘촘한 채에 흙을 붓고 흔들어 걸러내고 있습니다.

6.25 한국전 당시 남한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현장으로 남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미국의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공동으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고자 나섰습니다.

강원도 화천 지역은 1951년 남한군과 미군이 1.4 후퇴 이후 다시 북진을 시작하면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지역입니다. 남한 국방부의 박신한 유해발굴감식단장입니다.

박신한 : 오늘 여러분께 공개한 현장은 미군 전사자가 3-4명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APC)와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함께 60여 년 전 자유 수호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피 흘려 싸운 이곳에서 후배들이 다시 그분들의 유해를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유 수호의 의지를 더욱 높이고 한미 간 동맹 의지를 과시하고 한국 국민에게 지난날 미군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미국 국민에게는 한국 국민의 보은 의지를 보여 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발굴하는 기술 측면에서는 한국 지형의 발굴 기술을 미군 측에서 습득할 수 있고 우리는 미군에게서 전반적인 발굴 체계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박 단장은 지난해 미국과 유해 발굴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나서 처음으로 한미 합동으로 6.25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신한 : 올해 발굴은 작년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나서 처음으로 조사부터 발굴까지 한미가 같이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12명의 미군 발굴팀과 6명의 유해발굴감식단 인원, 그리고 이곳 7사단 병력 20명이 나와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이 끝나면 경기도 연천 쪽으로 이동해 발굴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미국 측 발굴단의 지휘관인 마크 웰치 대위도 남한군과 처음으로 협력해 참전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Mark Welch : 발견된 모든 유품을 DNA 분석 작업을 거쳐 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강원도 화천에서 진행 중인 유해 발굴은 6.25전 당시 미군 전사자 3-4구를 묻었다는 동네 주민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이번 미군 측 발굴단의 제이 실버스틴(Jay Silverstein) 박사는 지난 며칠간 발굴했던 뼛조각과 군복 단추, 소총 탄피 등 유품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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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작업에서 발견한 만년필의 일부를 들고 있는 제이 실버스틴 박사 - RFA PHOTO/양성원
Jay Silverstein : 만년필의 일부가 나와 매우 흥미롭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 때 미군이 저 만년필을 썼을 것으로 파악합니다. PARKER USA라는 상표가 보입니다. 사람의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것도 발굴했습니다.

법의학 인류학 박사인 실버스틴 박사는 아직 이 뼛조각이 무엇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사람의 손가락뼈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화천 주민 김추열 씨는 국가의 명령을 받고 전쟁에 참가한 병사의 시신을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찾아내는 미군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추열 : 미군이 멀리서 와서 평화를 위해 전사했지 않습니까? 그런 죽음이 헛되지 않는구나, 그런 점을 느꼈습니다. 채를 치면서 정말 꼼꼼하게 유해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전사했다면 우리도 미군처럼 그렇게 소중하게 유해를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속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SD)에서 생물인류학을 공부하다 군 복무를 위해 휴학한 이세환 상병은 전사한 참전 용사의 유해를 찾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세환 : 미군이 열심히 발굴하는 장면을 보고 우리도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희 국방부 발굴 감식단은 미국의 JPAC에 이어 두 번째로 생긴 기관입니다. 저희가 미군보다 6•25 전사자의 유해를 한 구라도 더 많이 찾길 원합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박신한 단장도 미국의 국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유해 발굴 사업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박신한 :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적인 힘이 JPAC(미국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미군 발굴단은 한번 파견되면 큰 비용이 드는데 성과 없이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문책을 당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국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아주는 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의 공보국장인 웨인 페리(Wayne Perry) 중령은 미국의 부시 전 행정부 때 북한에서 중단된 발굴 사업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Perry : 우린 항상 북한에서 발굴 사업을 재개하고 싶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다시 들어갈 계획도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습니다. 부시 행정부 당시 정치적인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미국과 북한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북한에서 사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남한의 박신한 단장은 남한도 북한 측과 협력해 한국전 당시 국군의 유해를 발굴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신한 : 지난 2007년 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유해 발굴에 대해 서로 협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현재 남북한 간 관계가 경색돼 있어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화해 협력을 논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어 항상 북한 측에 공동으로 유해를 발굴하자고 제의하고 있습니다. 항상 우리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발굴한 적군의 유해를 제네바협약과 인도적 차원에서 절대 홀대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려보내려고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2005년 북한에서도 미군의 유해를 발굴했던 경험이 있는 실버스틴 박사는 북한에는 약 5,000구의 미군 전사자 유해가 있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이 재개되길 원하며 그러한 미북 양측의 접촉은 두 나라 사이의 평화적인 관계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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