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서울통신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하나의원의 권민수 전문의에게서 탈북 여성들 진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양성원:
탈북자 전용 의료 시설인 하나의원 근무를 지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권민수:
의사들은 입대할 때 현역 대신 공중보건의라든지 군의관으로 갑니다. 제가 하나원 근무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원이 생긴 지 10년 정도 됐고 입소자 중 탈북 여성의 비율이 80%가량 되는데 아직 산부인과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양성원:
평소에 탈북자 건강 문제 등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권민수: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탈북자와 관련한 기사를 보고 탈북 여성들의 진료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해서 관심이 있었습니다.
양성원:
남자 산부인과 의사라고 탈북 여성들이 병원 방문을 좀 꺼리지는 않습니까?
권민수:
꺼리지 않습니다. 탈북 여성들이 진료받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정부에서 무료로 해주고 그래서 만약에 탈북 여성분들이 하나원에서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려고 합니다.
양성원:
하나의원에서 근무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전반적인 탈북 여성들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권민수:
아무래도 한국 여성들보다는 영양 상태와 위생 상태가 떨어져서 염증을 비롯한 질병이 조금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루프’라는 피임 장치를 쓰는데 15년이나 20년 이상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어서 염증이 많이 있습니다.
양성원:
이 방송을 듣는 북한 여성들에게 산부인과와 관련한 질병 예방법을 소개한다면?
권민수:
아무래도 청결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신체와 관련한 의학 지식이 더 필요합니다. 북한에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관련 지식이 없는데 제가 하나원에서 실시하는 교육 시간에 여성의 질병이라든지 임신이 되는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북한에서 성교육이 활발하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권민수: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탈북 여성들하고 대화를 해보면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기는 왜 임신이 안 되는지 불평을 토로한 분이 있었는데 남편과 1년 정도 생활을 해보고 임신이 안 되면 불임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산부인과를 찾아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양성원:
탈북 여성을 진료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권민수:
대화를 할 때 남한에서 쓰는 말과 북한에서 쓰는 말에 차이가 있어 잘못 알아듣는 때가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할 때 갑자기 ‘골이 아프다’고 억양을 심하게 얘기하기도 하고 전혀 아프지 않은 상황을 ‘일이 없다’고 말해 알아듣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양성원:
탈북 여성을 진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권민수:
탈북 여성 한 분이 시술받은 루프가 책에서도 없는 처음 보는 모양이어서 많이 놀란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일할 때 만약에 병에 걸리면 노동 시간에 빠질 수 있어서 의사와 병에 대해 타협을 한다고 합니다. 자기가 어느 정도 큰 병에 걸려야 노동 시간을 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병을 부풀려 진단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양성원:
하나의원의 첫 산부인과 의사로서 앞으로 포부를 밝힌다면?
권민수:
우선 군복무 기간에 탈북 여성들 진료에 정성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무나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어서 저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희망을 품고 남한에 온 탈북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기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 복무 기간이 끝나더라도 하나의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원하면 제가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해서든지 아니면 다른 병원의 직원으로 있더라도 하나의원과 연계해 탈북 여성의 건강을 돌보고 싶습니다.
서울통신, 오늘은 탈북자의 남한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 부속 시설인 하나의원에 부임한 권민수 산부인과 전문의에게서 탈북 여성의 진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진행에 양성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