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 남한의 민간 인권단체 바스피아(BASPIA)의 이혜영 대표는 중국의 탈북 여성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77명과 심층 면담을 해본 경험을 가진 이 대표는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탈북 여성 자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중국의 시민단체와 중국 내 국제 비정부단체, 또 한국의 인권 단체들이 탈북 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 현장을 찾아가 이혜영 대표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바스피아(BASPIA)의 이혜영 공동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혜영:
중국에 있는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한다는 말이 많이 있는데 어떤 단체는 탈북 여성의 98%가 인신매매를 당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단체는 탈북 여성은 인신매매를 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비율인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인신매매가 없는 것은 아니고 있긴 있습니다. 유엔에서 인신매매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는데 그 정의에 비춰봐서도 중국에 있는 탈북자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차례 지린성과 산둥성 등 중국을 방문해 77명의 탈북 여성과 심층 면담을 한 이혜영 대표는 북한과 가까운 동북 3성 이외 지역에도 많은 탈북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혜영:
동북 3성 바깥의 내륙 지방에도 탈북 여성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그분들에 대한 조사나 접근이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분들 현실에 맞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둥성의 번화한 도시인 칭다오에서 제가 만난 탈북자는 성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다들 성 산업에 종사하면서 성 노예로 살고 있구나,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이분도 처음에는 농촌에서 중국 남자와 결혼해 몇 년 살다가 중국어도 배우고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되니까 나에게 어떤 다른 기회가 있나 생각이 들게 됐고 도시로 나온 경우입니다. 도시에 나가 식당 등에서 직업을 구하려고도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가 잦고 성매매 쪽에서 일하면 받는 돈의 액수 차이가 엄청납니다. 이분들은 한국에 갈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빨리 돈을 모으려고 성매매 쪽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기도 한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까지도 포함하면서 새로운 지역에 사는 탈북 여성의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4월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권 관련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이혜영 대표는 10년 이상 중국에 체류한 탈북자에 대해서는 일반 탈북자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혜영:
10년 이상 중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사실상 중국에 정착하고 중국 사회에 동화가 된 탈북자에 대한 다른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혜영 대표는 과거 10년 동안 남한과 일본, 미국의 수많은 민간단체가 중국 내 탈북 여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활동했지만 탈북 여성들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탈북 여성 문제 해결의 주체가 과연 누가 되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영:
탈북 여성과 관련한 문제의 해결 주체는 당사자인 중국 내 탈북 여성들입니다. 그분들이 중요한 주체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분들과 살아가는 지역 사회의 지도자도 함께 나서야 합니다. 실제로 연변에 있는 한 조선족 여성 지도자는 호구를 얻기 어려운 탈북 여성의 자녀를 위해 지방 관리와 물밑 작업을 벌였고 어느 일정 지역에서 태어난 탈북 여성의 자녀들이 일괄적으로 호구를 얻도록 해준 사례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중국의 시민단체와 중국에서 활동하고 국제 민간단체가 탈북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혜영:
중국에도 여성 문제와 아동 문제 등이 많아서 이와 관련된 중국의 시민단체가 많이 있습니다. 이 단체들이 탈북 여성들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중국에 이미 들어가 있는 많은 국제기구, UN 기구, 국제 비정부단체(NGO)가 탈북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체들은 중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한국 단체들보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뛰어납니다. 이들이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두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혜영 대표는 한국의 민간단체들도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필요가 있고 특히 남한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도 스스로 겪은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이혜영:
한국 시민사회 중에서도 탈북 여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이주 여성의 문제, 인신매매 문제를 이미 다루고 있는 한국의 전문 비정부단체와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한국에 들어온 탈북여성들이 단체를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야말로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찾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들이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혜영 대표는 탈북 여성 스스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영:
탈북 여성들이 일단 불안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는 상황을 만들고 나서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모든 움직임이 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통신, 지금까지 진행에 양성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