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 “북한 내부 변화에 따라 주변국 대북 정책도 변해야”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거듭 불거진 가운데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운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후계 구축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양성원 xallsl@rfa.org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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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
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
RFA PHOTO/양성원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후계 구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김정운 후계 구축으로 북한 내부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는 만큼 주변국의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나오게 하려면 주변국들이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만 고수하지 말고 북한을 국제 사회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북한의 내부 상황 변화에 따른 주변국의 대북 정책에 관해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양성원: 북한 당국이 김정운 후계체계의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성장
: 작년 8월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기 이전과 이후의 북한 국내 상황은 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총비서가 뇌혈관계 이상으로 쓰러지면서 건강에 대한 자심감을 상실해서 더는 후계 문제를 미룰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작년 하반기 3남인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세우기로 했고 이를 올해 초부터 북한의 엘리트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양성원
: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행위도 최근 거듭 불거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후계 구축과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정성장
: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김정일 총비서의 건강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년 8월 김 비서의 건강이 이상을 보인 이후 북한의 군부는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김정일 없는 북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만일 핵무기가 없다면 대외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과연 존립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핵무장의 방향으로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동기를 외부 세계에서 제공한 면도 있는데 그런 측면이 지금까지 많이 간과됐습니다. 작년 김 총비서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 당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 작성에 착수했습니다. 그 계획 가운데는 북한에 진주해서 인민군을 무장 해제시키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고 남북한 관계와 미북 관계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 미국은 북한의 권력 이양기의 혼란 상황에서 특히 핵물질이나 핵무기의 통제가 제대로 될지 걱정하는 모습인데요.

정성장
: 북한은 상당히 고도로 군사화된 국가이고 북한군은 조선노동당이 확고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 총비서가 유고한다 하더라도 핵무기가 유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김정일 총비서가 유고해도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에서 김정일을 대체할 인물이 100명이나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총비서의 유고 이후 다른 엘리트로 권력이 이양될 가능성이 크고 북한에서 전 사회적으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북한의 내구력에 대해 외부에서 과소 평가를 하면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성원: 그런 가운데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성장
: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그런 계획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수립해야지 최고 통치권자나 국방장관 등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 김영삼 전 남한 대통령이 북한을 추락하는 비행기에 비유한 사례와 유사합니다. 이렇게 북한을 무시하게 되면 북한은 남한이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고 있다고 판단하고 군부가 대남 강경책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핵무기 포기도 어렵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성원: 최근 일본 언론은 김정운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면담했다, 이런 김정운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요?

정성장
: 김정운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는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작다고 봅니다. 과거에 김정일이 1980년대 중반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때 그는 이미 후계자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정운은 후계자로 확고한 지위를 굳힌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나서서 자신을 드러낼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양성원: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사후 김정운이 집권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이 더 폐쇄적으로 간다는 전망도 있고 아니면 개혁, 개방에 나선다는 전망이 있는데 정 연구위원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정성장: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주변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봅니다. 과거 중국의 등소평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자본주의를 직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모택동 사후에 중국을 개방으로 이끄는 노력을 기울일 수가 있었습니다. 또 중국의 개방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이 중국과 소련을 분리시키기 위해 중국에 특혜 조처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주변국들이 북한을 국제 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김정운이 차기 지도자가 되고서 과거 중국의 등소평처럼 북한을 개혁, 개방의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외부에서 주지 않고 북한에 대한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취한다면 북한은 과거 고립주의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양성원: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남한과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정성장: 최근 북한의 각종 발표를 보면 핵 문제를 가지고 협상하겠다는 뜻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미국이나 주변국이 뭐라고 해도 핵보유 방향으로 가겠다는 변화된 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은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한 북한 군부의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고 김정일 총비서가 과연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대외 인식, 대외 정책에 질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에 결국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도 질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2012년 이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북관계,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한 단계씩 북한의 핵 포기 과정을 진전해 나가기보다는 관련국들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급속하게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관계,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을 진척시켜나가는 편이 김정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위원에게서 북한 내부의 상황 변화에 따른 주변국의 대응책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진행에 양성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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