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조직을 이끄는 팀 피터스(Tim Peters) 대표는 직접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의 남한행을 위해 발벗고 나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기도 모임의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이태원의 삼각지역 근처에는 '디엘화랑'이란 간판을 내건 작고 아담한 화랑이 있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여느 화랑처럼 유화 작품이 여러 점 전시돼 있지만, 화랑과는 다소 색다른 분위기가 눈길을 끕니다. 3~4평의 좁은 화랑의 한가운데는 유화 그림 대신 중국 전역을 보여주는 지도가 걸려 있습니다. 이 지도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화랑 안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기도모임을 이끄는 '사랑의 손길'(Helping Hands Korea)의 활동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이 모임을 이끄는 팀 피터스 대표는 지난 98년부터 중국과 몽골에 숨어 사는 탈북자들을 위해 피난처를 만들기도 하고 이들을 동남아시아의 제3국으로 이동시키고 남한으로 보내는 일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이 모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화랑으로 모여듭니다. 이 모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 탈북자는 물론 인권 탄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을 위한 기도로 시작합니다.
(현장 기도음) God, we thank you for this haven...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간략한 기도가 끝나면 피터스 대표의 주재로 이날 논의될 주요 화제에 관한 설명이 뒤따르고, 이 모임에 처음 나오는 사람에 대한 소개로 이어집니다. 이 모임은 탈북자 혹은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탈북 활동가는 물론 중국을 들락거리며 탈북자를 돕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심지어는 남아공에서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번 왔다간 사람이 권해서 오는 사람도 있고, ‘사랑의 손길’의 웹사이트를 보고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참석자 중에는 한국인 못지않게 외국인도 눈에 띄어 관심을 끕니다.
지난 21일 기도모임에는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을 비롯해 북한 인권을 위해 힘쓰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실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재스민 바렛 씨,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30대 초반의 미국인과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사무총장을 비롯해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특히 이 자리엔 탈북자 출신으로 지난 2007년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가 공안에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기도 한 유상준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년간 화요 기도모임을 주관해온 피터스 대표는 이 모임이 특히 역경에 처한 북한 주민을 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합니다.
Tim Peters: As a Christian, it's a prayer meeting, number one. But it's also a prayer meeting focused very specifically on the plight of North Koreans... 우선은 기독교인으로서 이 모임은 기도 모임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 모임은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의 역경에 초점을 맞춘 기도 모임이다. 그 역경엔 그들의 기아와 질병, 북한 내 박해받은 교회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숨어 사는 탈북자들에 관해 토론하고 기도하기 위한 모임이다. 특히 기아와 압제를 피해서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다.
피터스 대표는 특히 지난 몇 년간 중국 내에서 인신매매되는 탈북 여성이 돌보지 않은 고아, 소위 무국적 고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고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그런 측면에서 ‘사랑의 손길’이 여는 화요 기도모임은 단순한 기도모임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 계획을 행동에 옮기는 일종의 실천 모임이라고 명했습니다.
실제로 피터스 대표는 이번 기도모임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탈북자 구출 소식을 참석자들에게 전했습니다. 세 번의 탈북 시도 끝에 결국 성공한 탈북자 김 모 씨를 지난 5월 탈북시켜서 몇 주 전 동남아시아의 제3국에 무사히 이동시켰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밝힌 것입니다. 우선 피터스 대표는 지난 2007년 1월 두 번째로 탈북을 시도할 당시 김 모 씨가 당한 고통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Tim Peters: When he came out this time, he was very ill-equipped, and he almost came with an equivalent of a bedroom sleepers in terms of covering... 김 모 씨는 두만강을 건널 당시 겨우 슬리퍼 하나 신고서 탈출할 정도로 엄동의 기후에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월동화도 갖추지 못했다. 강은 건넌 뒤 그는 곧바로 중국 공안의 감시망을 피해 은거했지만, 당시 온도는 영하 30-40도로 추웠다. 불행히도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그는 피난처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악의 동상에 걸렸다. 결국, 우리가 긴급 치료소로 그를 데려갔지만, 너무 늦어 그는 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김 모 씨는 중국에서 곧 공안에 체포돼 다시 북송됐습니다. 피터스 대표는 김 모 씨가 추궁을 피하려고 심한 동상을 입은 발가락을 스스로 잘라버린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Tim Peters:As a matter of fact, in order to escape further interrogration, he injured his foot himself again, because the prison system is so robbed of resources... 북한의 교도도 시설이 심한 부상을 치료할 만한 자원이 없다 보니 김 씨는 더는 추궁을 피하려고 스스로 동상 입은 발을 자해했다. 그나마 남은 발가락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교도소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나 기구가 없다 보니 재소자가 상처를 입어도 치료할 길이 막막하고, 그래서 그런 환자를 엄격한 감시 아래 귀향조처 한다.
피터스 대표는 귀향조처 된 김 모 씨는 지난 5월 결국 세 번째 탈북을 시도해 성공하고 나서 몇 주 전 동남아시아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터스 대표는 보안상 김 모 씨의 신상은 물론 탈북 과정과 탈북과 관련해 도움을 준 경위에 관해 자세한 내용은 피했습니다. 피터스 대표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은 기도모임 참석자들은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이날 기도모임에 처음 참석한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피터스 대표의 탈북자 구출활동에 경의를 나타내고 남한의 지난 정부가 펼친 대북정책의 문제점에 관해 참석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역대 정부의 대북인권관은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면서 그런 점에서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인권 기조는 비교적 단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실례로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이 대통령은 호 주석한테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말라고 공식 요청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비록 호 주석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에게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같은 김 전 차관의 언급에 대해 참석자들도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약 2시간의 기도모임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이런 모임에 한결같이 오길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시간이 허락하면 앞으로도 계속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의 잔혹상을 널리 알리려고 매주 토요일 인사동 거리에서 시위활동을 벌여온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사무총장입니다.
정 베드로: 저는 이 모임에 참여할 때 다른 분들이 어려운 기도 제목이 있으면 동참하고...
조부모가 모두 북한 주민이어서 이 모임에 나왔다는 김향미 씨는 특히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도 있어 큰 감동을 하였다고 말합니다.
김향미: 보통 가면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많은데….
피터스 대표는 ‘사랑의 손길’이 종종 중국 내 탈북자 구출 문제와 관련해 언론 홍보에 힘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이 한통속이 돼서 북한 주민을 탄압하고 압제할 수 있는 데는 비정부 기구들이 북한의 실상에 관해 전 세계에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옹호했습니다.
한편, 피터스 대표는 지난 1975년 한국인 이선미 씨와 결혼해 다섯 자녀를 두었습니다. 탈북자를 돕는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사랑의 손길’을 이만큼 키운 공을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아내에게 돌립니다. 피터스 대표는 한 달에 1톤의 식량을 보내기 위한 운동인 ‘한 달에 한 톤’ 클럽을 만들어 지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