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개원 이애란 박사

남한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전통음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한 사단법인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이 이달 28일 문을 엽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애란 씨가 설립한 이 연구원에선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북한 음식을 가르치고 전수하기 위해 탈북자들로 이뤄진 전문 요리진도 갖출 계획입니다.
서울-변창섭 xallsl@rfa.org
2009.09.22
lee aeran 230
28일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개원하는 이애란 박사. RFA PHOTO/ 변창섭
‘서울통신’은 ‘한식의 세계화는 북한 음식을 개발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소신을 가진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으로부터 연구원 개설에 따른 이모저모에 관해 들어봅니다.

기자: 이번에 남한에선 처음으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했는데, 어떤 목적에서 이런 일을 시작했나?

이애란: 남쪽에 와서 생활하면서 보니까 우리가 정치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 차이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분단 60년을 넘어섰는데 세대로 보면 3개의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음식도 많이 달라졌고, 남쪽은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세계 각국의 음식백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들이 들어와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음식이 퓨전식으로 많이 돼서 전통성이 많이 손상됐다. 그래서 남과 북이 앞으로 물리적 장벽이 제거되고 만났을 때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이 음식을 가지고 함께 대했을 때 상당한 이질감 내지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쪽에 북한 음식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쪽에는 지금 당장 남쪽 음식을 소개해줄 순 없지만 저희가 남쪽의 음식들을 북한에 있는 분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연구원을 만들게 됐다.

기자: 그럼 구체적으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이애란: 저희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북한의 각 지방의 전통음식을 발굴해 연구하고, 또 남한 정부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가 한식의 세계화인데,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북한 토속음식들을 찾아내서 소개하고 그런 연구성과들을 세계화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두 번째론 남한에 상당히 많은 탈북자들이 와있는데 이분들에게 북한 음식을 가르쳐줘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남쪽에 와서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 데, 그걸 따봐야 경쟁력이 안 생긴다. 또 누구나 다 갖고 있는 한식 요리사 자격증으론 변별력이 없다. 그래서 북한 사람은 역시 북한 것을 잘해야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남한에 와서 한식 요리자격증을 가진 북한 사람들에게 북한 요리를 가르쳐줘서 이 사람들이 취업 경쟁력이나 창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남한 분들에게도 북한의 조리법을 가르쳐줘서 북한에 대한 이질감이나 생소함을 많이 덜어줬으면 좋겠다.

기자: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백두산 식당처럼 북한 음식을 제공해 사업에 성공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음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애란: 제가 생각하기론 남한의 음식이 너무 맵고 짜다. 너무 달다. 너무 자극적이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이 북한 음식은 싱겁다, 좀 슴슴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슴슴함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너무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갖고 있는 식재료의 원맛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북한 음식이다. 실례를 하나 든다면 남한엔 탕이 많은데 이를테면 보신탕, 오리탕, 해물탕, 동태탕, 대구탕 등인데 국물을 보면 맛이 거의 비슷하다. 들어가는 양념이 거의 똑같다. 그러나 음식의 양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원재료의 맛을 살리지 못한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 전통음식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애란:
주재료의 맛을 살리는 게 특징이다. 양념은 단지 주재료가 가진 여러 핸디캡을 보완해주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동태탕을 먹으면 동태맛이 나고 대구탕을 먹으면 대구맛이 난다. 그러니까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소스, 즉 양념을 개발해서 우리 음식의 우월성을 이런 부분으로 가꿔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사람들이 볼 때 한국탕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음식이 그렇게 변별력이 없어지면 세계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우린 특색있는 맛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

기자: 그럼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선 앞으로 강습도 하고 직접 요리도 선보이나?

이애란:
그렇다. 교육도 하고 책자도 발간할 것이다. 특히 탈북자들의 경우 취업 경쟁력과 창업 경쟁력도 높일 것이다. 또 한가지는 탈북자들이 여기에 오면 음식이 너무 바뀌어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한다. 그래서 우리가 체제만 갖춰지면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영양 상담과 건강 상담, 유통정보 등 상담체계도 갖춰놓고, 먼저 온 탈북자들이 후배 탈북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줘서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기자:
북한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이애란:
함경도 음식이 다르고 평안도 음식이 다르고 황해도 음식이 다르다. 황해도는 해주비빔밥을 꼽을 수 있고, 이 지역에 녹두가 많이 나와서 녹두묵 같은 음식이 있다. 평안도엔 평양 움반, 평양 비빔밥, 대동강 수목 같은 게 있다. 그리고 떡 종류인데 평양 노치라고 하는 게 있는데 발효를 시킨 떡이다. 쫄깃쫄깃하고 달아서 연구원에서 개발하려고 한다. 함경도쪽은 지리적 환경 때문에 감자 음식이 많이 발달돼 있지만 명태 식해, 명태 순대도 유명하다. 또 닭을 많이 기르다보니 영계찜도 유명하다. 김치는 지역별로 상당히 다르다.

기자: 혹시 음식을 통해 분단된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

이애란: 사람들의 모든 인간관계는 밥상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음식을 잘 가르치고 배워 홍보하면 남북 주민이 가까워지는 데 핵심적이라고 본다. 북한에는 ‘한가마밥 먹으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란 말을 하는데, 우리가 대통령이 됐든 누가 됐던 모든 비즈니스에 모든 시작은 오찬, 조찬, 마찬 등 음식을 차려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음식 문화가 남북관계를 좋게 하는 데 남북 주민이 가까워지는 데 기여할 걸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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