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북한정의연대의 북한인권 침묵시위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북적거리는 인사동 거리에서 매주 토요일 북한 인권참상을 널리 알리는 침묵시위가 열려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침묵시위는 외국인은 물론 인사동을 찾은 내국인에게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둘 것을 촉구하는 경각심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서울통신’이 인사동 침묵공연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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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인 민예품과 먹을거리가 즐비한 인사동 거리입니다. 그런데 매주 토요일 오후 이곳에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와 중국 내 탈북자의 인신매매와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항의하는 침묵시위가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연 현장은 언제나 같습니다. 인민군 복장 차림의 병사 2명이 얼굴을 검은 마스크로 가리고 허름한 복장에 양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는 탈북 여성을 감시하는 장면입니다. 이 침묵시위를 3년째 해오는 사람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애써온 비정부 단체인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사무총장입니다. 정 사무총장과 프랑스 출신의 자원 봉사가인 올리비에가 인민군 역할을 맡았고, 미국인 영어 강사 출신의 자원봉사자인 로렌 워커 씨가 탈북 여성 역을 맡았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토요일 인사동을 찾았을 때도 정 베드로 사무총장과 올리비에, 워커 등 세 사람은 북한의 인권 참상을 알리려고 두 시간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침묵시위를 벌이는 동안 인사동을 찾은 많은 남한 사람과 외국인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공연을 유심히 지켜봤고, 어린이들은 함께 온 부모에게 이것저것 묻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침묵 공연장 앞에는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나 어떻게 중국으로 잠입해 들어오며, 탈북 여성들이 어떻게 중국의 인신 매매단에게 붙잡혀 고생하는지, 또 중국 정부에게 국제난민협약의 가입국으로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지 말라는 글귀가 담긴 전단과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어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특히 이런 공연을 남한 사람이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아니라 외국인이 하고 있다는 데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은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정 베드로 사무총장은 굳이 여러 장소가 있는데도 인사동을 북한 인권탄압을 항의하기 위한 장소로 선택한 데는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 베드로: 저희가 다른 많은 장소를 추천받았지만, 여기 오는 많은 관람객이나 외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의 문화의 거리에 와서 한국에도 인권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인권은 알리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알리는 게 급선무라 여기를 선택했다.

실제로 이날 인사동을 찾은 많은 외국인 가운데 침묵시위를 보고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스페인 관광객인 호세 가르시아 씨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호세 가르시아: Maybe international solution, not only Korean. The United States implicated. The most important thing is we can make pressure… (단지 한국만이 아닌 국제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도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 당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 북한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귀국해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하정연 씨(30)는 때마침 인사동을 찾았다가 침묵시위를 처음보고 중국 내 탈북 여성의 비참한 현실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하 씨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을 자행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들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정연: 이런 기회를 통해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다. 특히 중국인들은 이런 걸 국내에서 별로 뉴스가 안 나오기 때문에 여기 와서 여행하면서 지나치면서 한번 보더라도 생각하는 게 많을 것이다. 아마 이런 걸 안 믿겠지만, 그래도 들어봤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친구와 함께 인사동을 찾은 송명희 씨도 이 같은 침묵시위는 처음 보았다면서 외국인들도 이를 통해 북한의 인권 참상을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송명희: 몰랐던 사람들에게 한 번씩 인식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퍼포먼스를 하니까 눈에 확 띄어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앞에 보면 중국말과 일본말로도 돼 있는데 외국인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지고 호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정 베드로 사무총장을 도와 자원봉사를 벌이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름을 밝히길 꺼린 미국인도 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참상이 적인 유인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역을 맡았습니다. 과연 유인물을 받아든 사람들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에게 물어봤습니다.

자원 봉사자: Oh, they take it, but I don't think most people look at it and try to get it out of their minds soon afterwards…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쳐다보긴 하지만 금방 머리에서 지우려고 할 겁니다. 북한 인권에 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생각도 안 할 겁니다. 그러나 괜찮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살펴보면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금세 알 겁니다.)

약 2시간에 걸친 침묵시위에서 가장 힘든 역을 맡은 사람은 탈북 여성역을 맡은 미국인 로렌 워커 씨입니다. 워커 씨는 양팔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힘이 들지만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침묵 공연을 본 사람들이 북한 인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Lauren Walker: I do hope they will realize how deep the problem is…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워커 씨는 1년 전쯤 영어 강사로 서울에 온 뒤 북한 난민을 돕고자 하는 열정 때문에 관련 단체를 찾다가 이런 침묵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침묵시위에서 인민군 병사 역을 맡은 프랑스인 올리비에 씨도 2시간 동안 서 있느라 다리가 아프긴 하지만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원래 페루 문학 지망도였지만 북한 인권참상에 관한 기록물을 본 뒤 지금은 아예 북한인권 활동가로 변신한 상태입니다.

올리비에: 지난 20003년 프랑스에서 북한 기록물 보고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런 일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직접 공부도 인류학하고 있다가 페루 문학으로 공부하고 싶었는데 북한으로 바꿨다.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알고 싶었다.

이런 침묵시위에 탈북자가 아닌 외국인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데 대해 정 베드로 사무총장도 할 말이 있습니다. 북한인권에 무심한 남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한다는 겁니다.

정 베드로: 원래 한국 사람들이 올림픽 전에는 쭉 왔다. 일부러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모으려 애를 쓰진 않는다. 오히려 인권 의식이 있는 외국인이 하니까 한국인이 지나가면서 ‘창피하다, 우리가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캠페인 목적도 그런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때마침 인사동을 찾은 탈북자 이희영(가명) 씨는 이런 공연이 로런 워커 씨와 올리비에 씨 등 외국인의 힘으로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감동하였다면서 기회가 되면 직접 침묵시위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희영: 한국인도 북한인도 아닌 외국인이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 보고 너무, 너무 감동하였다. 나도 다음 주부터 나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우려고 한다.

이 씨의 탈북자 친구인 한희진(가명) 씨도 이런 침묵 공연 덕에 탈북자들이 남한에 올 수 있던 비결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한희진: 이렇게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런 공을 들인 사람들 덕분에 왔다는 걸 모른다. 인권 쪽으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둬야 한다. 탈북자 이미지가 안 좋은 데 이런 일에도 우리가 참여해야 한다.

3년째 침묵시위를 이끄는 정 베드로 사무총장은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 가운데 침묵시위를 본 사람들이 다시 찾기도 하고 탈북자 구원을 위한 기금도 내는 등 꾸준히 관심이 커지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