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현주
곧 설 명절입니다. 남한에서도 설은 아주 중요하고 즐거운 명절입니다. 북한에서는 달력에는 설 명절 하루만 쉬는 것으로 돼있는데 남한에서는 설명절인 2월 7일 전부터 연달아 주말까지 쉽니다. 그러니 2월 6일부터 7일/8일 그리고 토요일인 9일과 일요일인 10일을 쉬게되니까 설 명절에 닷새를 쉬게되는 것이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양력 설을 쉬고 음력으로 따지는 설 명절은 하루 쉬고 지나는데 남쪽 만큼 음력으로 쇠는 설을 널리 즐기지는 않고있지요.

이것은 한반도의 북쪽 즉 북한을 통해서 과거에 천주교와 개신교즉 서양의 기독교문화가 들어왔고 당시 북한 사람들이 서양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기때문입니다. 설에 먹는 음식을 물론 떡국입니다. 그런데 북에서는 사실 떡국 보다 만두가 더 유명하지요.떡국과 만두국 그리고 설 명절을 서울에서 이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저는 지금, 종로 이화동의 떡 방앗간에 나와 있습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설날을 앞두고 가래떡 뽑기가 한창입니다. 불린 쌀을 빻아서 쌀가루로 만들고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살짝 쪄, 이걸 떡메를 친 다음 길게 뽑으면 바로 가래떡이 나옵니다. 김이 솔솔 나는 갓 뺀 가래떡을 찬물에 살짝 헹구어 판에 넣고 하루를 말린 다음, 기계로 어슷썰기 해 내면 바로 남쪽 주민들의 설날 상에 오르는 떡국 떡이 완성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가래떡도 뽑고 조랭이떡도 뽑고 떡볶이도 뽑고...
30년 전통의 이 이화 떡 방앗간, 주인 김동호 사장은 요즘은 떡 가루를 빻는 것도 떡을 빼는 것도 모두 기계화 되서 가래떡 뽑는데 1시간이 채 안 걸린다고 말합니다.
예전엔 발동기 썼지만 이젠 전기 모터를 쓰니까 소리도 조용하고 그렇지..
남쪽의 산업 발전은 이런 방앗간의 모습도 바뀌어 놓았습니다. 방앗간 보다 더 많이 바뀐 것은 바로 떡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남쪽의 대표적인 설날 풍경은 이런 방앗간 앞에 줄줄이 늘어선 아낙네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서 가서 방앗간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설날이 다가오면 방앗간은 밀려드는 사람들도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설날 아침 떡국에 쓸, 가래떡을 뽑으러 온 사람들이 방앗간엔 줄줄이 서 있어서 몇 시간씩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가족 구성원들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이런 풍경은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몇십 가마씩 했는데 요즘은 2가마 하려나 ? 요즘은 먹을 것도 많고 하니 떡을 잘 안 하지..
청취자 여러분, 남쪽 떡국 맛 궁금하지 않으세요?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이 찾은 종로 한일관이라는 식당에서 서울식 떡국 만드는 법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가래떡을 사골 국물에 넣고 끓여내서 지단을 올려 내는 것이죠.
가정집에선 이런 식당처럼 사골 육수를 몇 시간씩 우려내기 보다는 그냥 고기 국물에 떡을 넣고 끓여낸 다음, 계란 지단을 예쁘게 부쳐서 올리거나 삶은 고기 또는 볶은 고기를 올려 냅니다. 북한 평양방송에서 몇 년 전 소개한 떡국 요리법을 보니, 얇게 썬 흰 가래떡을 팔팔 끓는 장국에 넣고 잠깐 끓이다가 그 위에 소고기나 꿩고기 볶은 것을 넣어 먹는다고 소개를 했네요... 또, 예전엔 꿩 고기로 육수를 냈지만 꿩이 없으면 닭을 넣고 끓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꿩 대신 닭’이란 말이 나왔다는 재밌는 일화도 덧붙여 전했습니다.
떡국을 끓이는 방법은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네요. 남쪽에 개성음식점 간판을 내건 곳이 많습니다. 이곳엔 손바닥 만한 이북식 만두와 조랭이 떡국를 팝니다. 이 조랭이 떡은 길께 뽑는 가래떡과 달리 떡을 콩알처럼 동글동글하게 만들은 떡인데요, 이 조랭이 떡국은 개성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조랭이 떡국을 아는 탈북자분들은 드뭅니다. 아무래도 이동이 쉽지 않은 북쪽 사정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아마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아실만한 곡인데요, 북쪽은 1월 1일 양력을 세는 것과는 반대로, 남쪽은 설날하면 음력설을 가리킵니다. 이번 음력설은 2월 7일 목요일입니다. 남쪽에선 설을 앞뒤로 하루씩 쉬어 총 3일 휴일로 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토요일, 일요일까지 합해서 총 5일을 쉽니다. 이렇게 긴 설 연휴를 집에서 보내기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탈북자분들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선 설날, 떡국보다는 만둣국을 먹거나 고기에 이밥을 먹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네요. 탈북자 정영씨도 처음 남쪽에 와서 ‘떡국은 먹었나’ 하고 물어오는 새해 인사가 상당히 낯설었다고 말합니다.
고기도 넣고 남새도 넣어서 만두를 만듭니다. 아무리 잘 사는 집도 설날엔 이런 만둣국을 먹어야 설날이죠.
남쪽이 떡국, 북쪽이 만둣국을 먹는 문화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쌀 농사가 남쪽보다 적은 북쪽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남북이 서로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탈북자 분들에게 떡국 얘기를 꺼내면 다들 끝내주는 이북 만두 맛 자랑이 늘어집니다. 배추에 돼지고기, 김치를 섞어 만들었던 만두속 맛은 남쪽의 만두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한참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올해 농사가 힘들어 떡은 고사하고 만두피 만들 밀가루는 구할 수 있는지 고향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금 들으시는 노래는 탈북자 김용 씨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낸 음반 중, 고향의 봄입니다. 명절 때 제일 생각나는 곳, 역시 고향입니다. 그래서 이 때가 싫다는 탈북자들도 많았습니다. 탈북자 한민 씨도 명절 음식 앞에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