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④아트 브라운(Art Brown) 전 CIA 동아시아 정보담당관 "북한 후계구도 1~2년 내 확실해질듯"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1.27
kim_metal_factory-305.jpg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9월제철종합기업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 출신의 북한 정보통인 아트 브라운 씨가 보는 북한의 권력이양 문제에 관해 들어봅니다. 아트 브라운 씨는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25년간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북한 정보를 다뤄온 북한통입니다. 현재 중앙정보국을 은퇴하고 자문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브라운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3남 김정은의 권력이양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건재하고 있는 한 불가능하다면서도 향후 1~2년 내 권력이양과 관련한 상황이 좀 더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rt Brown: Well, he won't come to power until Kim Jong Il leavs or dies. So, the question is how long it will be until everybody publicly recognizes that this third son...
“김정일 위원장이 물러나거나 사망하기 전까지 김정은이 권력을 차지하진 못할 것이다. 문제는 예를 들어 3남 정은이 새 지도자가 되리라는 걸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 하는 점이다. 아마도 이 문제는 다른 후계 경쟁자들이 정은의 후계이양을 얼마나, 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느냐에 대한 김정일의 계산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후계 문제는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는 아니며, 아마도 1~2년 정도면 상황이 좀 더 확실해질 걸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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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브라운(Art Brown) 전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정보담당관. - RFA PHOTO/변창섭
RFA PHOTO/변창섭
브라운 씨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생존 시 15년 전부터 김정일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준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브라운 씨는 그 15년 동안 북한 주민들은 오로지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 사진을 바라보았고, 김일성이 사망한 뒤부터 김정일만 바라봤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김정일도 자신의 후계문제와 관련해 이런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브라운 씨의 전망입니다.

Art Brown: And now he's starting the process of identifying and preparing the elite for the transition to one of his sons...
“김정일 위원장은 현재 아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권력이양을 할 수 있도록 지도층에게 준비시키는 과정을 시작한 상태다. 이런 사실이 공개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런 준비를 하는 목표는 북한 주민들이 권력 이양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있으며, 비밀스런 방식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그럼 북한 주민들도 차기 지도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수긍하게 된다. 그런 뒤 군부와 당, 기타 권력 중심부가 나서 권력 이양을 좀 더 순조롭게 만들 것이다”


브라운 씨는 또 권력이양 과정에서 북한 주민에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uncertainty)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외부의 압력이나 혹은 북한 바깥에서 누군가 북한 내에서 반체제 운동을 조직하려는 사람을 더 걱정하리라 본다.
- 아트 브라운
Art Brown: They will feel very much ill at ease if they do not know how the future will progress. So, Kim's job right now is basically to lay that path out for them quitely...
"북한 주민들도 권력 이양에 따른 미래를 모르면 무척 불안감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지금 하고 있는 건 주민들이 권력이양을 편안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닦아놓는 일이다. 그래서 나중에 실제 권력이양이 이뤄지더라도 큰 소란이 없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개혁, 개방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이양하면 새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은 지금과 다른 모습을 띨까요? 브라운 씨는 새 지도자가 나서더라도 북한에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Art Brown: It could portray some small changes here and there, but I would not bet firm on the fundamental shift in North Korean policy...
“아마도 여기저기 조그만 변화의 시늉은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북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으론 보지 않는다. 북한은 그다지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간에 권력을 이양했다. 그런 기준으로 살펴볼 때 향후 북한의 권력이양 후에도 비슷한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다.”


브라운 씨는 특히 새 지도자가 들어서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기존의 핵무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나아가 핵을 담보로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 지도자가 나선다해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브라운 씨의 분석입니다.

브라운 씨는 북한의 조기 붕괴 가능성에 관해서도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우선 브라운 씨는 그 이유로 북한 주민들의 강인성과 체제에 대한 충성도를 꼽았습니다. 그는 북한에 식량난이 극심하던 1996년 당시 존 도이치 중앙정보국장이 북한이 2년 내 망할 것이라고 잘 못 예측했던 사례를 꼽았습니다. 당시 도이치 국장은 북한 주민의 강인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기근과 15%에 불과한 산업 효율성 등에 근거한 산업 모델에 따라 예측을 잘 못 했다는 겁니다. 브라운 씨는 과거 북한의 잠수정 사건, 간첩 사건 등을 통해 40여명의 북한 요원들을 생포하려했지만 전원이 마지막 순간에 자결하거나 전투로 맞섰던 점,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극도의 식량난 속에서도 초근으로 연명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북한 주민은 아주 강인하고 복원력이 강한 사람들이라 단순히 경제 모델이나 산업 능력에 기초해서 북한의 붕괴를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운 씨는 북한의 조기 붕괴를 예측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로 저항세력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하순 전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일부 주민들의 저항설과 관련해서도 그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북한에 현재 조직화된 저항 세력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정보가 없다는 겁니다.

Art Brown: The rate of economic dissatisfaction is growing, the rate of economic migrants going into China is probably growing...
"북한 주민들 사이에 경제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중국으로 넘어가는 경제 이주민의 비율도 높아가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세력이 생겨나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희망으론 보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은 부친 김일성처럼 지도층이 자신의 정권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지도층 개개인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과 엮여있어 이를 거역하면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는 점을 느끼도록 이들을 아주 잘 관리해왔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장 무서운 세력은 일부 서구 학자들의 주장처럼 장마당과 같은 서구 시장경제의 성장보다는 오히려 외부 세력이라고 브라운 씨는 분석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적어도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동요는 보안 병력과 당의 통제 등을 통해 충분히 단속할 수 있다는 겁니다.

Art Brown: I think Kim Jong Il would be more concerned about the outside pressures or someone outside North Korea trying to organize dissent within his country...
"김정일 위원장은 외부의 압력이나 혹은 북한 바깥에서 누군가 북한 내에서 반체제 운동을 조직하려는 사람을 더 걱정하리라 본다. 북한은 주민 속에 혹시 미국이나 일본, 남한과 접선해 정권을 붕괴하려는 간첩과 공작원이 있는지를 항상 수색한다. 북한은 내부의 시장 세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꽤 있는 것 같지만 북한에 침투해 정권을 붕괴하려는 외부 세력에 대해선 자신감이 덜 한 것 같다.”


브라운 씨는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이 누군가 자기를 공격하리란 느낌이 들거나 외부 세력이 북한에 침투해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낌새를 차리면 과거 종종 벙커에 숨거나 한동안 무대에서 사라진 예를 꼽았습니다.

한편, 브라운 씨는 중앙정보국 재직 시 보람을 느꼈던 일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농축 핵우라늄 개발설이 7년 만에 사실로 확인된 점을 꼽았습니다. 미국은 중앙정보국을 비롯한 여러 정보기관의 정보를 근거로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핵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결론내리고 2002년 10월 당시 국무부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강력히 추궁했습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핵계획을 일관되게 부인하다 지난해 6월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농축 우라늄 핵개발 문제로 긴장이 높아가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브라운 씨는 중앙정보국의 동아시아 담당 책임자를 지냈습니다. 브라운 씨는 중앙정보국을 은퇴한 뒤 지금은 민간인 신분으로 수도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에 있는 자문회사인 미들사이트 컨설팅(Middlesight Consulting)사의 상임이사로 재직하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북한 문제에 관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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