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74] 김석희 디트로이트 머시(Detroit Mercy) 대학 교수 "후계자 김정은, 체제보장 받으면 경제개혁 나설 것"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1.07.19
sukhee_kim-305.jpg 지난해 5월 캐나다 토론토 도산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대북 전문가 김석희 교수.
RFA PHOTO/김계영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의 북한전문가로 최근 다른 두 명의 북한 전문가와 함께 펴낸 <북한의 생존(The Survival of North Korea>이란 저서를 펴낸 김석희 교수로부터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김석희 교수는 국제경제학자이면서도 최근 저서를 포함해 지난 2003년엔 <전환기의 북한 (North Korea at a Crossroads)>, 2007년엔 <대북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등 지금까지 북한에 관한 저서를 세권 펴냈습니다. 김 교수는 2004년 디트로이트 머시대 부설 북한학연구소(Institute for North Korean Studies)를 창설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활발한 토론회를 개최해오는 한편 북한 관련 학술지인 'North Korean Review'의 편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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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 교수의 최근 저서 'Survival of North Korea' (RFA PHOTO/변창섭)
RFA PHOTO/변창섭
김석희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 붕괴론과 관련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단기적으론 생존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경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론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고립정책 등을 꼽으면서도 북한이 망한다면 국제사회의 압박이나 전쟁 보다는 자체의 경제적 요인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김석희 : 북한이 경제개혁을 하지 않는 한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경제사정이 몇 백만 명이 굻어죽은 대기근을 경험한 1990년대 말처럼 악화되진 않을 것이다. 중국과 유럽연합이 전보다 북한을 더 많이 도와주고 있고, 북한도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붕괴된다면 옛날 소련처럼 경제악화로 자연스레 붕괴될 것 같다. 전쟁은 미국, 중국, 북한 어느 나라도 원치 않기 때문에 전쟁에 의한 통일은 없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망하게 되면 경제문제나 자연적으로 망하게 될 것 같다.

김 교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잇따라 중국을 세 번씩이나 방문한 것도 북한의 경제난 타결과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과 8월에 이어 지난 5월 20일에도 일주일간 중국을 방문해 호금도, 후진타오 주석과 6자회담과 양국의 경제협력 문제 등에 관해 회담을 가졌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귀국한 뒤 북한이 압록강 섬 유역에 황금평을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앞으로 두 나라의 경제협력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김석희 교수은 특히 황금평 개발은 북한보다는 중국의 요구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지금까지 실패한 경제 특구와 달리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레 낙관했습니다.

김석희 : 지금 중국과 북한이 공동개발을 한 건 황금평 뿐 아니라 여러 가지다. 전에는 북한이 중국과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경제특구는 북한이 주도해 설치했는데 최근엔 경제사정이 너무 악화되어 중국과 여러 가지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 같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여러 경제협력을 맺은 건 중국의 요구로 이뤄졌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북한과 중국 양국은 황금평을 공동개발할 실무책임자로 북한에선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서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중국에선 천더밍 상무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개발위원회’까지 구성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나선(나진선봉) 지역과 신의주 지역에서도 경제특구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나선지역은 지난 1991년 특구로 지정된 뒤 유엔개발계획의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부실한 운영과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미비로 효과를 보지 못했고, 2002년에도 중국 제2의 갑부였던 양빈에게 신의주 특구를 맡겼지만 그가 중국 당국에 의해 탈세혐의로 구속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김석희 교수는 북한이 이런 경제특구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경우 특구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대외 관계, 특히 미국이나 한국 등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석희: 특구가 성공하려면 투자가들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 중국 국경부근엔 중국이 원하는 걸, 38선 부근엔 한국이나 외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걸 세우면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다. 아무리 특구가 투자가들이 좋은 조건에 한다 해도 남북, 북중, 북미 간에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한 성공할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게 상호관계 개선이고 두 번째로 투자가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조건으로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외관계 개선에 제일 중요하다. 사실 북한의 경제특구가 개성공단처럼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해외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하는데 너무 개방을 안 하려 한다. 여하간 성공하려면 1차적으로 관계가 개선돼야 하고 투자가들이 원하는 걸 고려해야 하고, 다음으론 북한이 고립정책을 풀어야 한다. 정권체제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다.

현재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미국의 경제 제재는 물론 유엔의 제재까지 받고 있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들의 경제 지원길이 꽉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그리고 2009년 5월 각각 핵실험을 단행한 뒤 유엔안보리에 의해 무기금수 조처는 물론 사치품 금수조처를 당했습니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과 지난 몇 년간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 같은 대북제재에 반발해 회담 포기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김석희 교수는 북한이 직면한 경제개발은 북한의 핵개발과 같은 정치적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는 사실상 진전을 보기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 근래 중국과 부쩍 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지원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망하지 않을 정도의 것일 뿐 본격적인 북한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입니다.

김석희: 최근 북한에 대한 서방세계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늘었고, 에너지는 100%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북한의 핵개발을 원치 않기 때문에 중국의 대북한 원조는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만큼 도와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나름대로 개방정책을 해야 하는데 지금 현재로선 정권이양 문제도 있고 개방을 상당히 꺼리고 있다. 북중 관계를 보면 서로 가까워진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가까워진 것 같지 않다. 북한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여러 조건이 있기 때문에 대북원조도 한계가 있고 관계가 미묘한 것 같다. 중국이 무조건 지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핵문제도 중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원치 않는 것 같다. 해봐야 중국에 이익될 것이 하나도 없다.

김석희 교수는 과거 중국이 1970년대 후반 경제 개혁과 개방 정책을 실시한 뒤 공산당 일당독재를 위협할 만한 인민 봉기가 없었던 것도 결국은 경제발전과 인민의 생활향상 덕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도 장기적으론 주민들이 언제까지나 열악한 생활난을 참기는 힘들 것이며, 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 악화된다면 언젠가 제한적이나마 인민 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석희 교수는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체제 하에서 북한이 경제개혁, 개방으로 나갈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즉 북한이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김정은도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는 겁니다.

김석희: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김정은 체제 아래서 북한 경제는 더 개방적일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정권을 이양 받고 체제 보장에 자신이 생기면 북한 경제개혁이 훨씬 더 빠르게 될 것이지만 체제보장이 안되면 경제개혁도 안될 것이다. 관건은 체제보장이다. 김정은도 같을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이 체제에 자신이 없다. 사실 북한을 미국이나 한국이 공격할 나라가 없는데도 무조건 군비를 확충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건 체제보장이 안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상당히 착각이다. 그래서 군비의 일부를 민간으로 돌리면 경제가 훨씬 좋아질 텐데 체제보장에 자신이 없으니까 경제개혁을 안하는 것 같다.

김석희 교수는 “북한은 분단된 나라이기 때문에 통일된 중국이나 베트남이 추진하는 정도의 경제 개혁, 개방은 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북한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길 바란다면 경제개혁과 체제보장이 필수적”이지만, 이걸 이루기 위해선 “결국 핵문제를 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개혁을 하지 않는 현재의 체제로선 살아남기 힘들고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경우 일부의 우려처럼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은 적으며 “결국은 남한에 흡수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은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김석희 교수의 견해를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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