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아시아협회(Asia Society) 선임연구원이자 현재 남한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로 있는 존 델러리(John DeLury) 박사가 보는 북한의 문제와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델러리 박사는 중국 문제 전문가이지만 근년에 북한 문제에 관해 저명한 학술지와 영국의 <가디언> 일본의 <저팬 타임스>, 미국의 <뉴욕 타임스> 등 국제적인 언론에 활발히 의견을 개진해왔습니다. 특히 델러리 박사는 2008년 학술전문지인 <월드 폴리시 저널(World Policy Journal)>에 ‘북한: 20년간의 고독’(North Korea: 20 Years of Solitude)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고립은 동아시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의 고립으로 생긴 숱한 문제들을 풀려면 북한의 고립 상태를 종식시키는 일이라고 델러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델러리 박사는 미국과 한국 등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고립을 끝내려면 기존의 강경책보다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정치, 경제, 군사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포용책을 추구할 것을 촉구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델러리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고립이 현재 북한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Dr. Delury
: Well, certainly there're some profound economic difficulties, systemic problems that North Korea faces that I would describe is simply being connected to...
“무엇보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직면한 조직적인 문제는 지난 30여년 간 동아시아에 벌어진 중대한 경제발전 상황과 단절된 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 기간 동아시아 나라들은 아주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유독 북한만 낙오됐다. 이런 나라가 성장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해당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선택한 결과였다. 사실 북한은 경제제재를 받아온 터라 이 지역 다른 나라들과 경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길도 없었다. 북한은 경제 문제 말고도 정치, 외교적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북한의 고립상태가 북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델러리 박사는 북한은 범세계적인 공산권이 와해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전까지도 그런대로 공산권 경제에 편입돼 있었기 때문에 붕괴 염려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의 종주국이던 구소련과 동유럽 위성국들까지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구소련 주도의 공산권 경제가 흔들리면서 북한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델러리 박사는 당시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편입했다면 지금보다 경제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봅니다.
Dr. Delury
: The isolation became really so pronounced and severe after the collapse of that world order, and it found itself no way or place in the new order...
“구세계 질서가 몰락한 이후 북한의 고립은 너무도 확연하고 심해서 신세계 질서안의 그 어디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했다. 북한은 전통적인 공산 정책을 고집하던 쿠바와 비교해봐도 그 간격을 좁힐 방법이 없었다. 쿠바는 옛 공산통치 방식을 유지했지만 90년대에도 관광 수입 등을 통해 북한과 달리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반면 북한 지도부는 신국제질서에 굳이 편입하지 않고도 어떻게든 버텨보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었다. 또 지금은 가장 가깝게 경제적으로 연계돼있는 중국과 비교해도 더할 나위 없이 낙오됐다. 중국은 물론 북한과 달리 아주 다른 경제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델러리 박사는 이처럼 북한이 고립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데는 북한 정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좀 더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델러리 박사는 한때 남한에선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이른바 햇볕정책을 펼치면서 북한을 끌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있고, 그 결실은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의 부시 전 행정부는 출범 뒤 한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남한엔 이명박 보수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이 아닌 상호주의 정책을 펼쳐지고 있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며 대북 포용정책을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의 극심한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 편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델러리 박사는 북한이 고립을 탈피해 외부세계에 개방도 하고 경제도 개혁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북한 정권이 외부위협으로부터의 ‘안전감’을 갖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예로 과거 모택동 주석도 소련을 비롯한 외부세계의 위협을 너무 크게 느끼다보니 경제 개혁보다 정권의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겁니다. 결국 모택동 주석 때인 1972년 미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바람에 이런 안보위협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던 1979년 결국 등소평이 개방, 개혁의 길을 열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중국식 경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과거 중국이 미국과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한 뒤 개혁, 개방에 나선 것처럼 미국과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Dr. Delury
: In the case of China, when China started its reforms under Deng Xiaoping in the early 1970s, it was very much behind Taiwan...
“중국이 1970년대 초 등소평 주석 아래서 개혁을 추진했을 때 중국은 대만에 비해서도 훨씬 뒤떨어져 있었다. 인구로 보나 국토 면적으로 보나 분명 중국은 대만보다 몇 십배 컸지만 당시 대만은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고, 중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등소평이 대만을 따라잡아야 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이런 대만과의 경제적 격차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은 남한을 한 번도 추월해보지 못했고, 또 왜 그럴 수도 없었느냐 하는 의문이 드는데, 한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든 적은 있다. 과거 제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학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고, 또 중국 학자들도 북한 측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들로부터 들었다고 하는데 그게 뭐냐면 ‘북한도 중국식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식 모델은 우선 미국과의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게 모택동 시절 일어났다. 그래서 처음엔 모택동 주석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만나고 이어 1970년대 초부터 미중 관계 정상화작업이 뒤따랐다. 경제 도약은 안보를 다진 뒤에나 나올 수밖에 없는데, 다시 북한의 생존 문제로 돌아가자면 북한 정권이 조직적인 경제 개혁에 나서려면 우선은 기본적으로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이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은 단연 핵문제입니다. 북한은 본격적인 핵개발에 들어가던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 대치 상황을 빚어왔고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일련의 핵합의 문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나 미국은 ‘북한 핵계획 종식’이란 궁극적인 목표를 핵협상 20년이 다 되도록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델러리 박사는 설령 북한이 미국과 대타협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 경제적 양보를 모두 얻어낸다 해도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유일한 이유가 핵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핵을 다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생존하려면 경제 개혁을 할 수밖에 없고, 미국과의 정치,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해는 게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그런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하며,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의 고문이라면 비핵화 협상을 통해 거두는 혜택을 북한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겠다고 델러리 박사는 말합니다.
Dr. Delury
: I suppose I would recommend careful, calibrated denuclearization...
“저라면 김정일 위원장에게 신중하고도 치밀한 비핵화 노선을 권고할 것 같다. 제가 북한정권 내부에 있다면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 남한으로부터 신뢰가 부족한 그랜드 바겐, 즉 대타협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단계적인 비핵화 협상을 권하겠다. 그래서 비핵화 과정에서 오는 부수 혜택을 북한의 경제 이득을 위해 활용하자고 말이다. 경제 이득이란 호사스런 경수로처럼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게 아니라 북한의 효율적인 에너지 충족을 위한 혜택 같은 걸 말한다. 남한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북한의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그런 경제적 이득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중국과 베트남의 성공사례를 돌아보자고 말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 과정을 북한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로 활용하자고 권하겠다.”
델러리 박사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에게 비핵화 말고도 경제 문제에 최우선 역점을 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도 이제는 생존적 차원의 관심에서 경제 개발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이 앞날의 생존을 기약할 수 있으려면 경제개발이 급선무이며, 모든 정책의 공과를 판별하는 기준도 경제개발과 북한 주민의 복리향상에 둬야 한다고 델러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인 존 델러리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