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26] 켄 고스(Ken Gause) 해군분석센터 대외지도부 연구국장 “김정일 이후 개혁적 집단지도체제 바람직”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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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도체제 문제에 관한 미국의 권위자인 캔 고스 해군분석센터 대외지도부 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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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경제 부진은 물론 인권 침해와 탈북자 문제,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반도 전문가의 안목을 통해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내가 보는 북한> 순서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지도체제 문제와 관한 미국의 권위자인 캔 고스(Ken Gause) 해군분석센터(CNA) 대외지도부 연구국장으로부터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와 북한의 앞날에 관해 견해를 들어봅니다. 고스 국장은 지난 2003년 북한의 지도체제와 권력 구조에 관한 책자에 이어 2006년에도 북한의 민군관계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끈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은에 관한 기고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요즘 북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후계체제 작업과 관련해 모종의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북한 공식매체가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하긴 힘들지만, 모든 정황을 보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된 것 같다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최초 후계자로 내정돼 공식 발표를 거쳐 최고 권력을 넘겨받는 데까지 20년이 걸렸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현 단계는 권력이양의 1단계에 해당한다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권력이양의 2단계에선 후계 지정에 관한 공식 발표와 함께 김정일 위원장이 여전히 최고 지도자이지만 김정은이 보조 지도자로 나서는 ‘이원 지도체제’가 예상되며, 마지막 3단계로 김정일이 2선으로 물러나고 김정은이 최고 실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건강 문제 때문에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20년이나 걸리는 3단계를 모두 거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내다봤습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북한 당국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지 석 달도 안 돼 이례적으로 다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킨 배경은 김정은의 후계작업을 원만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고스 국장은 장성택에 대한 승진을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하지 못한 배경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Ken Gause: This is part of the succession. The question is why they couldn't have done this in April... “최고인민회의 소집은 후계작업과 관계가 있는데 왜 그럼 4월 소집시엔 인사를 하지 못했느냐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과 6월 사이 벌어진 일을 살펴보면, 김정일이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일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정일은 후계문제를 논의하면서 장성택을 승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장성택이 중국과 아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갖고 있고, 중국도 장성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역할을 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중국에 무성하다. 이번에 승진한 인사들을 보면 장성택과 친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인사도 중국을 달래려는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만일 김정일이 이런 필요 때문에 인사를 했다면 중국도 이번 인사에 꽤나 흡족했을 것으로 본다.”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고자 하는 데는 이 같은 후계 세습을 통해 자신의 유산을 100%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고스 국장은 과거 김정일이 권력을 세습받을 당시 북한 정권 내부에 반감을 가진 세력이 있었던 만큼 김정은도 앞으로 비슷한 문제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 남한 천안함 침몰 사건도 김정은의 후계작업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지난해 하순 도입한 화폐개혁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으면서 실패로 끝나자 김정은의 후계작업에도 상당한 난관이 조성됐고, 이걸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이 북한 권력 내부의 강경파와 군부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김정은에게 권력 세습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고스 국장은 그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양받아도 우선은 당과 군부의 신임을 얻어 권력을 공고화하는 데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Ken Gause: I think in the near term it's not going to make any difference... “후계작업이 이뤄져도 단기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아무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계자가 나타나도 우선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함부로 개혁을 주창할 수도 없고, 김정일이 정해놓은 정책의 경계선 밖으로 성급하게 이탈하는 정책을 추구할 수도 없다. 그러면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하게 된다. 그 때문에 후계자가 등장해도 최소한 단기적으론 일반 북한 주민들에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후계자가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압제적인 지배를 할 수도 있다.”

고스 국장은 이어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하더라도 권력을 공고화하려면 강력한 후견 세력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그런 점에서 김정일의 매체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장성택의 승진은 김정은의 후계작업 공고화와 직결돼 있다는 겁니다. Ken Gause: All indications seem to be that it'll be the third son. Let's say it's the third son, he's 27 years old, he's not going to be in any position by himself... “김정은이 후계자라고 가정해보면, 나이도 27세에 불과한데다 혼자서는 도저히 권력을 공고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려면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거나 강력한 후견세력을 두는 수밖에 없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지도가 필요한데 국방위원회 핵심 요직에 장성택을 앉힌 것도 이런 필요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집단지도체제로 가면 심각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김정일의 후계자는 명목상의 지도자에 불과할 것이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후계자가 일찌감치 권력에서 쫒겨날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권력이양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느냐에 달여 있다. 나아가 누가 최고의 실권을 잡고 있으며 그의 주된 관심사가 정권유지인지 아니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데 있는지도 변수다.”

바로 이런 요인 때문에 설령 북한에 새 지도자가 등장해도 진정한 개혁의 길로 나서기까지는 많은 시일과 상당한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진단했습니다. 심지어 새 지도자가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권력을 확고하게 다지는 데만 2년이란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Ken Gause: I think it will take a while for that to happen. I think the first primary thing is going to be consolidating power... “새 지도자가 개혁을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우선은 그에 앞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게 급선무이다. 김정일 이후 누가 권력을 잡든 모든 지지 세력을 한데 끌어 모아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게 이뤄진 다음에야 주요 정책변화가 가능하다. 또 이런 게 가능하려면 얼마나 후계작업이 원만히 되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만일 후계작업이 매끄럽게 되고, 북한 정권이 김정일과 주체사상이 정해놓은 울타리 바깥으로 움직여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상당한 개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혁은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느냐가 중요한데 만일 분열적인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어느 누구든 개혁을 주창하고 나서긴 아주 힘들 것이다. 자신의 안전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고스 국장은 이어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지도체제는 서구식의 민주적 지도체제이지만 이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혁적 성향의 집단지도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Ken Gause: If you could have some sort of collective leadership that would be... “집단지도체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변칙적인 결정을 내릴 염려가 없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단합을 이루면서 권력투쟁을 벌이지 않고, 권력을 공고히 해서 내부 개혁도 시작하고 국제사회와도 포용을 시작한다면 이게 가장 바람직한 체제다. 물론 이런 일이 현재로선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이 국제사회로 서서히 재편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경우 남한과의 통일작업도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후견인 격으로 등장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장성택의 측근들이 중국 고위인사들과의 관계가 두터운 게 사실이라면,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는 중국식 개혁으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민족주의가 아주 강한 나라인 만큼 특정국의 경제 개혁을 따라가기 보다는 지금처럼 독자적인 노선을 계속 고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고스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에 어떤 형태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도 핵심 과제는 경제개혁이지만 만일 외부세계가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고 느낄 경우 개혁보다는 오히려 더욱 고립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후계체제와 앞날에 관해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대외지도부 연구국장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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