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48]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② "북한의 시한폭탄은 바로 실패한 경제"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12.15
2010.12.15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 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지난 시간에 이어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진단하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힐 전 차관보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서 활약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올 여름 이라크 주재 대사를 끝으로 3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접고 지금은 콜로라도주 덴버대학 국제대학원 학장으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만큼 힐 전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여러 현안에 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비록 공직에서 은퇴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협상가로 생각한다”면서 일부 민감한 문제에 관해선 직선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북한이 생존하려면 결국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약 4년간 핵협상을 하면서 여러모로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관해 나름의 고찰을 해보았던 같습니다. 힐 전 차관보가 보는 북한이란 나라는 이렇습니다.
Amb. Hill: (I think they have a very fundamental problem in terms of their justification for their entire reason for being. That is, what is North Korea? Why is there North...)
“북한은 도대체 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성 측면에서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북한은 어떤 나라이며, 또 왜 북한이 존재하는가?’ 같은 문제 말이다. 북한은 20세기 중반에 벌어진 사태 발전을 통해 생겨났다. 그때부터 북한은 세계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즉 북한이 왜 민족국가냐고 말이다. 과연 북한이 전체 한국인을 위한 조국인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즉 한국인의 조국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북한은 매우 근본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힐 전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경제 정책의 실패 등에서 찾았습니다.
Amb. Hill: (They want to be a, I guess, sort of the last bastion of Marxim, pure Marxism in East Asia, but here, too, run into contradictions because the only thing...)
“추측컨대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순수한 마르크시즘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싶어 하지만 여기서도 북한은 모순에 부닥친다. 왜냐하면 북한에 그나마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게 일종의 시장 장치인데 바로 여기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이 직면한 두 번째 중대한 문제는 경제 실패다. 즉 주민들에게 근사한 생활수준을 유지해줄 수 없다는 점인데 이는 누가 지도자가 되던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많은 나라들이 이런 지경에 처하면 내부적 변화를 겨냥해 신중한 개혁 프로그램을 짜는데 북한이 그러지 못하는 것도 근본적인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의 경우 바로 이웃에 대한민국이란 대안 모델이 있다 보니 북한이 자유주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바깥 세계에 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약간의 개방과 개방에 따른 더 큰 위험 사이에 놓여있는 아주 좁은 선택의 길을 가고 있다. 만일 북한이 개방할 경우 그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삐를 쥐어야 하지만 이 역시 위험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경제적 측면에서 이미 너무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생존하려면 개방,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과연 북한의 현 김정일 지도부나 혹은 미래에 들어설 새 지도부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할 경우 주민들은 더 많은 힘과 지식을 갖게 되고, 외부세계에 관해 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정부에 대해 더욱 더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실패한 경제를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규정하고, 과연 북한 주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시한폭탄을 껴안은 채 살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Amb. Hill: (Again, I think the time bomb in North Korea is the economy because I think economy has shown very few signs of revival...)
“거듭 말하지만, 북한의 시한폭탄은 바로 경제다. 현재 북한 경제를 보면 회생할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경제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점점 시장 경제에 근거한 교역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이 이처럼 시장경제를 지속하는 한 중국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구제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현재 째깍대고 있는 진짜 시한폭탄은 바로 북한의 경제 실패다. 북한은 주민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자금도 없다. 이를테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조만간 북한 주민들도 더는 참지 못할 것이다.”
힐 전 차관보의 지적대로 북한 경제는 지금 말이 아닙니다. 북한의 국민 총소득은 256억 달러로 남한의 3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천백달러 정도로 남한 주민의 17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생산물을 남한 생산물과 같은 가치로 보고 환산한 것이어서 실제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나라들은 일찌감치 경제 개방과 개혁 조치를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1979년 중국이 등소평 주석 시절 개혁, 개방에 나설 때만해도 별 볼일 없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규모가 4조9천9백억 달러에 달합니다. 베트남도 1980년대 중반부터 도이모이, 즉 개방, 개혁 정책을 시작하면서 중앙계획경제를 폐지하고 서구식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지금은 국내총생산액이 2조5천6백억 달러에 달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도 3천 달러에 육박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또한 서방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국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북한은 왜 중국과 베트남의 뒤를 따라가지 못할까요? 힐 전 차관보는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Amb. Hill: (Well, there's only one China, and there's only one Vietnam, and there're two Koreas, and I think there's no, from North Korean perspective...)
“중국은 오직 하나고, 베트남도 오직 하나다. 그러나 한반도엔 두 개의 한국이 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시장 경제를 시도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이 바로 이웃에 잘사는 남한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 크게 좌절할 것이고, 북한의 미래를 위한 느리고도 점진적인 변화조차 단념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은 다른 어느 나라도 없는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건 바로 이웃에 아주 잘 굴러가는 남한의 경제 모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을 국제적인 고립 상태로 몰아넣은 핵문제를 풀 경우 개혁, 개방으로 나갈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상당히 좋은 일이 북한에 일어날 수 있지만 “핵을 가졌건 안 가졌건 북한이 개혁의 길로 나가긴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으며, 이 대로 가다간 북한 경제는 21세기엔 화석(fossil)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향후 김정일 이후 북한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지금과 같은 계획경제와는 다른 경제 노선을 취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힐 전 차관보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현재 북한 경제가 아주 엉망이기 때문에 북한의 새 지도부도 주민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회의감을 나타냈습니다.
Amb. Hill: (It would certainly be the triumph of hope over experience because none of these people has especially established any kind of reformist track...)
“사실 이 문제는 북한의 지도층 누구도 개혁의 길을 추구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얘기다. 물론 더 개혁적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도 국제적 기준의 개혁적 성향은 없다. 따라서 개혁은 어려울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 정권이 핵계획을 추구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바람에 “북한 주민들이 막대한 희생자들이 됐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혹은 그의 후계자인 김정은에게 해주고 싶은 충언이라면 “핵은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핵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은 인도처럼 핵실험을 통해 핵 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겠지만 북한은 인도가 아니다”라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은 늘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생존하려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올 여름 이라크 주재 대사를 끝으로 3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접고 지금은 콜로라도주 덴버대학 국제대학원 학장으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만큼 힐 전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여러 현안에 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비록 공직에서 은퇴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협상가로 생각한다”면서 일부 민감한 문제에 관해선 직선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북한이 생존하려면 결국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약 4년간 핵협상을 하면서 여러모로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관해 나름의 고찰을 해보았던 같습니다. 힐 전 차관보가 보는 북한이란 나라는 이렇습니다.
Amb. Hill: (I think they have a very fundamental problem in terms of their justification for their entire reason for being. That is, what is North Korea? Why is there North...)
“북한은 도대체 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당성 측면에서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북한은 어떤 나라이며, 또 왜 북한이 존재하는가?’ 같은 문제 말이다. 북한은 20세기 중반에 벌어진 사태 발전을 통해 생겨났다. 그때부터 북한은 세계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즉 북한이 왜 민족국가냐고 말이다. 과연 북한이 전체 한국인을 위한 조국인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즉 한국인의 조국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북한은 매우 근본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힐 전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경제 정책의 실패 등에서 찾았습니다.
Amb. Hill: (They want to be a, I guess, sort of the last bastion of Marxim, pure Marxism in East Asia, but here, too, run into contradictions because the only thing...)
“추측컨대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순수한 마르크시즘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싶어 하지만 여기서도 북한은 모순에 부닥친다. 왜냐하면 북한에 그나마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게 일종의 시장 장치인데 바로 여기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이 직면한 두 번째 중대한 문제는 경제 실패다. 즉 주민들에게 근사한 생활수준을 유지해줄 수 없다는 점인데 이는 누가 지도자가 되던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많은 나라들이 이런 지경에 처하면 내부적 변화를 겨냥해 신중한 개혁 프로그램을 짜는데 북한이 그러지 못하는 것도 근본적인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의 경우 바로 이웃에 대한민국이란 대안 모델이 있다 보니 북한이 자유주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바깥 세계에 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약간의 개방과 개방에 따른 더 큰 위험 사이에 놓여있는 아주 좁은 선택의 길을 가고 있다. 만일 북한이 개방할 경우 그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삐를 쥐어야 하지만 이 역시 위험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경제적 측면에서 이미 너무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생존하려면 개방,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과연 북한의 현 김정일 지도부나 혹은 미래에 들어설 새 지도부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경제 개혁을 할 경우 주민들은 더 많은 힘과 지식을 갖게 되고, 외부세계에 관해 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정부에 대해 더욱 더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실패한 경제를 일종의 ‘시한폭탄’으로 규정하고, 과연 북한 주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시한폭탄을 껴안은 채 살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Amb. Hill: (Again, I think the time bomb in North Korea is the economy because I think economy has shown very few signs of revival...)
“거듭 말하지만, 북한의 시한폭탄은 바로 경제다. 현재 북한 경제를 보면 회생할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경제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점점 시장 경제에 근거한 교역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이 이처럼 시장경제를 지속하는 한 중국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구제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현재 째깍대고 있는 진짜 시한폭탄은 바로 북한의 경제 실패다. 북한은 주민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자금도 없다. 이를테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조만간 북한 주민들도 더는 참지 못할 것이다.”
힐 전 차관보의 지적대로 북한 경제는 지금 말이 아닙니다. 북한의 국민 총소득은 256억 달러로 남한의 3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천백달러 정도로 남한 주민의 17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생산물을 남한 생산물과 같은 가치로 보고 환산한 것이어서 실제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나라들은 일찌감치 경제 개방과 개혁 조치를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1979년 중국이 등소평 주석 시절 개혁, 개방에 나설 때만해도 별 볼일 없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규모가 4조9천9백억 달러에 달합니다. 베트남도 1980년대 중반부터 도이모이, 즉 개방, 개혁 정책을 시작하면서 중앙계획경제를 폐지하고 서구식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지금은 국내총생산액이 2조5천6백억 달러에 달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도 3천 달러에 육박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또한 서방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국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북한은 왜 중국과 베트남의 뒤를 따라가지 못할까요? 힐 전 차관보는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Amb. Hill: (Well, there's only one China, and there's only one Vietnam, and there're two Koreas, and I think there's no, from North Korean perspective...)
“중국은 오직 하나고, 베트남도 오직 하나다. 그러나 한반도엔 두 개의 한국이 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시장 경제를 시도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이 바로 이웃에 잘사는 남한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 크게 좌절할 것이고, 북한의 미래를 위한 느리고도 점진적인 변화조차 단념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은 다른 어느 나라도 없는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건 바로 이웃에 아주 잘 굴러가는 남한의 경제 모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을 국제적인 고립 상태로 몰아넣은 핵문제를 풀 경우 개혁, 개방으로 나갈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상당히 좋은 일이 북한에 일어날 수 있지만 “핵을 가졌건 안 가졌건 북한이 개혁의 길로 나가긴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 경제는 지난 수십년간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으며, 이 대로 가다간 북한 경제는 21세기엔 화석(fossil)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향후 김정일 이후 북한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지금과 같은 계획경제와는 다른 경제 노선을 취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힐 전 차관보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현재 북한 경제가 아주 엉망이기 때문에 북한의 새 지도부도 주민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회의감을 나타냈습니다.
Amb. Hill: (It would certainly be the triumph of hope over experience because none of these people has especially established any kind of reformist track...)
“사실 이 문제는 북한의 지도층 누구도 개혁의 길을 추구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얘기다. 물론 더 개혁적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도 국제적 기준의 개혁적 성향은 없다. 따라서 개혁은 어려울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 정권이 핵계획을 추구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바람에 “북한 주민들이 막대한 희생자들이 됐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혹은 그의 후계자인 김정은에게 해주고 싶은 충언이라면 “핵은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핵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은 인도처럼 핵실험을 통해 핵 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겠지만 북한은 인도가 아니다”라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은 늘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생존하려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