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⑬수전 셔크(Susan Shirk)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북한 변화 이끌려면 경제적 포용 시급" (1)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3.31
susan_shirk-305.jpg 최근 일본에서 열린 미일 안보동맹 토론회에 참석한 수잔 셔크 교수.
PHOTO courtesy of ucsd.edu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순서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SD) 교수이자 북한을 세 번씩이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수전 셔크(Susan Shirk) 박사의 견해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셔크 교수는 핵 문제든 개혁 문제든 북한이 이런 문제에 관한 태도를 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재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인 포용'(economic performance)이라고 주장합니다.

셔크 교수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논문에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포용하는 방법에 관해 자세히 밝혀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과 함께 집필한 이 논문에서 셔크 교수는 북한의 대결적 행태가 군과 중공업에 치중한 폐쇄된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경제적 포용을 통해 북한이 친시장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면 이는 북한 주민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기득권층까지도 생각을 바꾸게 만들어 덜 호전적이고 대결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든다는 겁니다.

경제적 포용은 북한 정권이 자기들의 이익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수전 셔크

셔크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기득권층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만일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맺게 될 때 생길 이득이 뭔지를 깨닫는다면 태도가 바뀔 것이라면서 ‘경제적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Prof. Susan Shirk: At present North Korea is one of the economically isolated countries in the world...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고립된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북한 지도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과 중공업에 치중한 폐쇄적인 중앙집권적인 경제체제를 채택했다. 이건 북한이 다른 나라와는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질 이해관계가 없다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도록 동기를 주는 방법은 북한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도 진정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어서 이런 나라들과도 협력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 포용은 북한 정권이 자기들의 이익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셔크 교수가 지적한 경제적 포용은 미국이 핵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제공해온 경제적 보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셔크 교수는 그런 식의 보상은 오히려 북한의 나쁜 습관만을 키워줄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셔크 교수는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방책이 경제적 포용이라고 설명합니다.

Prof. Susan Shirk: What we're talking about here is not economic pay-off, economic aid. And of course all of those things may just encourage them...
“우리가 말하는 것은 경제적인 보상이나 경제적 원조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더 많은 걸 계속 요구하게 만들고 군사적으로 전용하도록 부추킬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경제적 포용이란 이런 것이다. 즉 비정부적 차원에서 북한 사람을 훈련하고 교육시켜서 북한이 자국민에 대해 경제적으로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단순히 외국원조나 경제적인 보상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주자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가 상당히 고통을 겪다보니 주민들도 무척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북한의 경제 상황은 지난 90년대 대기근을 겪었을 때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아주 안 좋다. 그 때문이라도 북한 지도부는 경제 능력도 향상하고 자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법 하다.”

셔크 교수는 현재 북한이 핵실험 때문에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핵문제와는 별도로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경제적 포용 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경제적 포용은 북한 핵협상처럼 조건을 달 필요가 없이 바로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겁니다.

Prof. Susan Shirk: In parallel to the negotiations on nuclear issues which are very, very important...
“북한 핵협상은 아주 중요한 데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위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진 제재를 철회하거나 6자회담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고 본다. 또 북한의 핵협상 전략에 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말하는 경제적 포용이란 설령 북한 핵협상이 열리고 있더라도 북한 당국이 훈련과 연수 목적으로 자국인을 파견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비정부기구나 대학 등이 당장이라도 조용하게 취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도 이런 일을 하는 게 일리가 있다고 본다.”

셔크 교수가 제시한 경제적 포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공식적 차원의 포용으론 미국 외교관들이 되도록 다양한 창구를 통해 북한 측 인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좋은 행동을 취해야 대화에 응해주는 자세는 미국의 국익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또 민간 차원의 접촉과 교류 방식인 ‘트랙 투(Track Two)’ 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그런 점에서 미국 측 민간 인사들과 북측 인사들 간의 교류도 더 빈번해야 한다고 셔크 교수는 지적합니다. 실례로 셔크 교수는 전미외교정책위원회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2003년부터 북측 인사를 초청해 핵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해오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 비정부 기구 등이 북한 측 인사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연수 계획을 제공할 것도 권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셔크 교수는 미국의 시라큐스 대학과 북한의 김책공대 간의 교류사례를 꼽았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비정부 기구들이 북한의 지역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북한에 진출해 협력 사업을 하려는 노력을 장려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정부도 비자, 즉 입국사증 기준을 완화해서 북한 인사들이 좀 더 자유롭게 미국 측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경제적 포용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셔크 교수도 핵문제처럼 중요한 협상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조건이 필요하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가입 문제도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향한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합니다. 셔크 교수는 경제적 포용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가 경제적 포용 덕분에 나아지면 북한 지도부도 핵개발에 따른 손익 계산서를 재검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셔크 교수는 북한이 현재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경제적 포용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Prof. Susan Shirk
: First of all, the economic sanctions are actually quite targeted. So it doesn't mean that all economic exchanges with North Korea are blocked...
“현재 유엔의 대북제재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제재 때문에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전부 막혀있는 건 아니다. 물론 경제 재재를 감안할 때 북한과 교역을 하는 사람들은 사정이 상당히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거래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얘기하려는 건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나 교역거래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북한 주민들과 경제 관리들이 다른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경제와 관련해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주자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취한 화폐개혁 조치만 해도 이게 얼마나 엉망으로 계획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북한 당국의 경제관리 능력이 없다는 걸 잘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우리가 제안한 건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실천이 가능한 것들이다.”

셔크 교수는 북한 당국의 경제관리 능력이 실패한 최근의 사례로 화폐개혁 조치를 꼽았습니다. 이 조치가 대실패로 끝난 이유는 이 조치가 북한 주민의 진정한 이익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필품을 구할 수 없어 장마당에 의존해왔는데 이걸 무시한 채 시장을 폐쇄하고 시장을 통해 축적한 개인의 부를 말살하려는 무리수를 뒀다는 게 셔크 교수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능력을 향상시켜주려면 경제적 포용이 더욱 필요하다는 겁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런 식의 경제적 포용을 제공하기로 했을 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셔크 교수는 설령 북한이 당장 경제적 포용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그 시기를 늦춰도 무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살길은 경제적 포용을 받아들여 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고 셔크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선 캘리포니아대 수전 셔크 교수로부터 북한에 대한 경제적 포용 문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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