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 ⑭수전 셔크(Susan Shirk)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북한도 중국식 개방, 개혁 할 수 있다" (2)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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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캘리포니아 주립대가 주최한 북한 관련 안보 회의에서 연설하는 수잔 셔크 교수.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대가 주최한 북한 관련 안보 회의에서 연설하는 수잔 셔크 교수.
PHOTO courtesy of ucsd.edu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도 지난 시간에 이어 수전 셔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SD) 교수로부터 북한의 개혁, 개방 문제와 관련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셔크 교수는 북한이 살 길은 결국 경제 개방, 개혁 밖에 없다면서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경제적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셔크 교스는 북한이 개혁, 개방에 나서면 정권과 체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

Prof. Susan Shirk: No, this is often said. But I think the Chinese example is a very important one...

“흔히들 그렇게 말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중국의 예가 참 중요하다. 중국의 예를 살펴보면 북한처럼 비민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공산 정부도 개방하고 시장주의적인 인센티브, 즉 동기 요인을 도입하고도 여전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방식을 북한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고 1993년부터 주장해왔다. 제가 중국의 경제 개혁을 공부하고 저술해본 사람으로서 북한 당국자들에게 이런 중국 방식을 소개하고자 했다. 분명 제 견해에 동조하는 북한 사람들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북한은 2000년대 초 중국이 한 개혁을 북한 식으로 해 보려고 했다.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세 번씩이나 방문했는데 장성들을 대동해 주식시장도 가보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물어보고 합작회사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김 위원장이 개방에 관심이 없었다면 왜 그렇게 했을까 궁금하다.”

개방이 곧바로 북한 지도부의 이익에 반할 것이란 통념을 믿지 않는다.
- 수잔 셔크

셔크 교수는 북한이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2002년 7월1일 취한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도입했지만 결국 실패한 이유를 아주 엉성한 계획 탓으로 돌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계획경제와 군수산업의 보호를 통해 덕을 봐온 군부와 기타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도 이런 조치가 실패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게 셔크 교수의 진단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개혁은 실패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이 한 것과 같은 경제 개혁을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모색해보았을 법하다고 말합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과 2006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대표적인 개혁, 개방 도시인 상하이를 찾은 것도 개방, 개혁 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 방증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 지도부가 ‘정치적 자살’을 감행하지 않고도 중국 식 개혁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셔크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경제 사정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처럼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셔크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과거 중국이 개방, 개혁을 통해 인민 생활의 향상은 물론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가 깨닫는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Prof. Shirk: You know, I think my perspective on North Korea is very much influenced by the fact that I first went to China in 1971...

“북한에 관한 저의 관점은 1971년 처음으로 중국에 갔을 때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당시 중국은 북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중국의 경제도 그땐 아주 형편없이 나빴다. 당시 문화혁명 뒤에 집권한 등소평은 경제 개방과 시장 개혁이란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런 조치에 앞서 중국 관리들은 일본이나 미국 등을 방문한 뒤 중국이 이런 나라들과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목격했다. 그래서 이들은 중국이 이런 나라들을 따라잡아 생활수준을 놓이려면 기존의 경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이들은 경제개혁을 택했지만 공산통치를 접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공산통치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경제개혁을 취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방이 곧바로 북한 지도부의 이익에 반할 것이란 통념을 전 믿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북한이 중국처럼 과감한 개방, 개혁조치를 취할 경우 인민 생활도 향상되고 정권 안정도 기할 수 있다는 게 셔크 교수의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차이는 있습니다. 즉 중국은 개방에 앞서 내부적으로 경제개혁 조치를 먼저 취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경제특별구역을 시행하기 전에 서구 시장개념의 핵심인 이윤과 동기 요소를 산업에 도입했습니다. 또 각 개인에게 집단영농 외에도 개인 농업을 허용했습니다. 셔크 교수는 중국에서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이윤과 동기 요소를 도입하는 한편 개인에게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등 내부 개혁조치를 먼저 취한 덕택이라고 지적합니다. 중국에서 경제특별구역이 성공한 비결도 내부 경제개혁이 진전을 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은 지난 1984년 합영법을 통해 대외개방의 첫 수순을 밟은 데 이어 1991년에는 함경북도 나진, 선봉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려 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또 지난 2002년 9월에는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신의주 경제특구를 개발하려고 중국인 양빈을 책임자로 내세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도 개혁, 개방을 위해 시도는 해보았지만 두 번 다 실패로 끝난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해 중국처럼 과감한 내부 개혁조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셔크 교수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경제적 포용(economic engagement)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Prof. Shirk: No, no. I'm hopeful that economic engagement can promote domestic economic reform...

“그렇진 않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경제적 포용을 취함으로써 북한의 국내 개혁을 촉진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식 개혁을 취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 북한 사람들을 외부세계로 초청해서 이들에게 북한과 세계 여러 나라 간의 생활수준의 격차를 깨닫게 해주고 경제관리와 재무회계 등에 대해 가르쳐주자는 것이다. 이런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통해 이들도 경제개혁에 관한 관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셔크 교수는 최근 북한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발족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한이 핵실험 때문에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본유치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그런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외자유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북한 경제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를 자각한다는 의미한다”고 풀이했습니다.

셔크 교수는 이어 북한에는 2000년대 들어 소위 장마당과 중국과의 변경 무역이 본격화되면서 사회변혁이 서서히 진행돼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같은 요소가 북한의 사회변혁을 촉진하고 있어 경제적 포용의 여건도 덩달아 무르익고 있다는 겁니다.

Prof. Susan Shirk
: The transformation is already underway because market activity is already underway...

“북한에서 시장 활동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회 변혁도 이미 진행 중이다. 북한의 변혁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하나는 자기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는 주민들의 절박함이다. 그럴려면 주민들이 하는 수없이 장마당에 가서 식량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대북 거래활동이다. 중국의 무역상들과 투자자들이 북-중 국경지역, 특히 북한 쪽 국경으로 넘어가서 교역하면서 북한 내 시장 활동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건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과 해온 경제적 거래방식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개성공단은 대부분 남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시행한다. 북한의 경우 이를 국가가 통제한다. 그렇지만 중국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중국은 시장과 개인의 거래활동을 통해 접근하고 있어 중국 교역상들은 북한의 시장 발전을 고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장 활동이 진행돼온 북한에서 최근 화폐개혁이 실패한 것은 북한 당국도 시장과는 싸울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셔크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셔크 교수는 이어 미국이 경제적 포용을 실시해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정책을 추구하다 보면 북한의 대외관계와 경제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로부터 북한의 개방, 개혁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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