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통해 한국을 배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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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남한에서는 해방이후부터 이미 영어교육에 힘을 써왔습니다. 근래에는 북한에서도 학생들이 영어 배우기에 바쁘다고 합니다. 사실상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은 물론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똑같습니다. 그런데, 영어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말을 배우면서 언어와 문화는 한국인들의 생활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남한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 문화원에서는 이색적인 대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어 수업을 듣는 파란 눈, 노란 머리색의 외국인들과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수강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 증진이 그 이유입니다. 한국 음식, 한국 문화, 그리고 한국어 3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말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는 약 2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 문화" 라는 주제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Linda Glasser (린다 글레서) 씨는 한국어 배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한국말을 배워서 한국 영화, 음악을 마음껏 듣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저는 행동발달 전문가입니다. 한국 사람이 많아 한국어 배우기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 쉽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어려워요. 그렇지만 재미있어요. 음악 듣기 좋아해요. 배우 권상우 만나고 싶어요. 좋아하는 노래는 "처음 그날처럼" ...(노래) 가야 한다고..만날 수 없다고..

1등상과 2등상에게는 약 2주간 남한을 방문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남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연수기회가 주어지는데 글레서 씨는 그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다며 어쩔 줄을 모릅니다.

(기자: Are you exciting?) Oh yes, 한국어 배운지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금상을 받아 너무 기쁩니다. Very Excited~~!!

특히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쉽게 한인들을 만날 수 있고, 한국어를 통해 대화함으로써 이들을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글레서 씨는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의 사연은 더 아름답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인도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에게 입양된 한국인 아리프 후세인(Aryf Hussein) 씨는 이 대회에서 2등상을 받았습니다. 후세인 씨는 출생 후 그 다음해인 1살 때 스웨덴으로 입양돼 40년 이 넘도록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자신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더 느끼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후세인 씨는 한국 음식이라는 주제로 참가했습니다.

한국 음식 하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성입니다. 한국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김치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음식은 또한 인간관계에서도 참 중요합니다. " (기자: 한국 음식 좋아하세요?) 좋아요. 어제 밤에 친구들이랑 한국식당에 갔어요. 불고기 비빔밥, 김치찌개 좋아해요.

후세인 씨는 부상으로 주어진 남한 연수 기간 동안에 유명 문화재 등을 둘러보고 싶어합니다.

한국의 문화재에 대해 읽었어요. 서울 근처, 제주도, 석굴암 불국사... 한국인의 생활에 관심 있어요...

후세인씨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음악 작곡가와 제작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훗날 한국말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방송사에서 쓰일 음악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또한 아직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만나본 적도 없고, 한국을 방문해 본 적도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한글이라는 언어만을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한글을 통해 한국의 역사, 그 중에서도 남과 북으로 갈려진 한반도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글레서 씨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후세인씨는 통일에 대한 기대를 털어놓았습니다.

(Glasser) I know they are painful for families, they are separated and... politically they are not allowed to visit each other, what we learn in the west that the life for the average person in N. Korea is quite difficult...

"저는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상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요. 또 북한 주민의 삶의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글쎄요...정치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남과 북이 서로 이해하게 되는 때에 하나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고, 한반도의 발전에 모든 힘을 쏟았으면 좋겠습니다."

(Hussein) So, I hope naturally, someday it will be unified...

"서양의 언론을 통해서 북한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듣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머지않아 한반도가 통일이 되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문화원의 한국어 강좌는 12년전 처음으로 외국인 학생 6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한 해 1500 여명의 한인 2세와 다른 인종 학생들이 무료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서, 배우자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남한 영화나 음악을 듣고 싶고, 또 남한에서 배우가 되고 싶어서 등 한국어를 배우는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지금은 신청자가 너무 많아 수강생을 모집하는 광고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등 영어와 전쟁을 하고 있지만 영어의 본 고장 미국에서는 거꾸로 한국어 배우기에 빠진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한국과 한글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