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8월 초 북한에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복구 지원 물자들이 연일 육로와 해상을 통해 남쪽에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남한정부는 400억 원, 미국돈으로 환산하면 약 4천3백만 달러 규모의 수해 복구 물자와 장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고 민간 차원에서는 이미 물자들이 속속 북측에 전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RFA 주간기획 “어찌 됐나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고 있는 민간단체 긴급구호품들의 내용과 그 진행 상황을 점검해 봅니다.

탈북여성: 그때 당했을 때는 막막하죠. 비닐로 천막을 치고 잠자리 만들어서 불하고 먹을 것이 있어야 하니까.. 땔 것 주워오고 그랬던 생각이 나네요.
남한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큰물 피해를 당한 가족들의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거의 매년 수해를 당하면서 생활했던 당시를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 민간단체들은 북한의 비 피해소식을 접하자마자 수재민들을 위한 긴급구호물자를 마련해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 민간단체인 월드비전은 지난 20일 평양 두루섬 중단협동농장 내 2,000 세대에 분배될 긴급구호물자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측에 전달했습니다. 월드비전 박창민 본부장입니다.
박창민: 불이 없으니까 휴대용 가스버너, 일단 물이 잠겼던 곳의 모든 물건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도구, 세면도구, 돗자리, 옷가지도 들어가고 실제 분배를 할 때는 거기에 음식과 부식을 넣습니다. 이번에 북한에 가는 구호물자는 기존에 만들어진 것에 10가지 정도가 추가됐습니다. 북한 구호물자 경우에는 수해 뒤에 전염병문제를 대비해서 지사제(설사약)계통, 피부병 약들을 주로 많이 넣었고 그 다음에는 고추장, 된장, 일부 통조림 깡통, 이런 것들을 넣고 밀가루 몇 킬로씩을 또 넣었습니다.
월드비전의 가로50-세로 40 높이가 40cm 되는 구호물자 상자는 반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로 돼있고 상자 뚜껑에는 ‘힘내세요’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습니다. 박창민 본부장은 북한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너무 크고 북한 전역에 걸쳐 벌어졌다면서 이번 구호품은 긴급구호품이었으며 2차 지원의 규모와 시기는 북측과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창민: 일단 거기서는 긴급상황입니다. 이것저것 재고 보낼 때는 긴급구호라는 말이 무색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보낼 거라면 빨리 보내야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불교사업자선단체인 JTS도 지난 23일 30만달러 상당의 생필품으로 긴급구호물자를 꾸려 평안남도 양덕군으로 보냈습니다. JTS 김경희 사무국장입니다.
김경희: 원래 JTS는 긴급구호를 대비해 박스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에도 그랬고 담요가 수해 뒤에는 절실히 필요하다고 해서 담요는 새로 구입을 해서 상자에 넣었고 의류, 신발 그 이외 생필품 일부를 포장해서 보냈습니다. 전체는 20피트 컨테이너 4대분을 담아서 이번에는 단둥과 신의주로 해서 양덕으로 보내는 것으로 했습니다. 저희가 요청을 받았던 생필품, 이불, 신발, 식량이 주가 되고 있습니다.
김경희 사무국장은 최근 북한의 비 피해 이후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대동강변에 주체탑 앞까지 물이 차올랐던 흔적을 봤다며 평양의 경우는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지만 지방의 경우는 피해복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긴급구호품을 전하는 마음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경희: 안타깝죠. 안타까운데 이러한 구호물자들이 정말로 가능하면 밑바닥으로부터 전달이 돼서 그 사람들이 정말 이 이불을 덮고 따뜻함을 느끼고 그리고 저희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으면 가장 좋죠. 우리가 물품뿐만 아니라 이런 물품을 지원하기 위한 정성들을 함께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잘 전달이 되고 나중에 서로 다른 상황에서 만나더라도 서로 이해해줄 수 있고 보듬어 안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대북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도 지난 8월 7일부터 일주일 동안 평양과 황해북도, 평안남도, 강원도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를 전하면서 ‘희망을 찾아주세요’라는 구호아래 북한 수재민 돕기 모금 운동을 계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손종도 보건의료부장입니다.
손종도: 긴급구호 식량으로는 밀가루를 이미 보냈고, 라면 콩기름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해서 가족단위로 해서 받을 수 있을 만큼 개별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수해복구 물자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수해복구를 위해 필요한 물자들을 준비하고 있고 그 이후에는 협동농장이나 전체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차원의 대북지원단체 뿐만 아니라 기업차원의 수해복구 지원도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시멘트 500톤과 밀가루 240톤 등 수해복구 물자를 지원하고 남한의 분유생산 업체인 남양 유업은 1억원 미화로 약 11만 달러 상당의 분유를 지원하는 등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해 남한의 기업들도 긴급구호 물자들을 차량과 선박으로 북측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 일부에서는 인도적 차원의 수해복구지원 물품들이 실제로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를 모니터하는, 즉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차원의 지원은 대부분 북측 사업자로부터 분배여부에 관한 상황을 추후에 통보 받고 지원 단체는 북측으로부터 받은 확인사실에 대해 후원자들에게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차원의 수해복구 지원은 지난해의 경우만 놓고 봐도 쌀과 시멘트, 의약품 등 2200억 원 대략 2억4천만 달라 규모를 북측에 전달해 놓고선 분배 과정이나 전달에 대한 확인 검증 작업이 뒤따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남한 민간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오준석 사회부장의 말입니다.
오준석: 우리 쪽에서 인도적인 차원으로 보내준다는 얘기는 인도적인 차원으로 북한 정부에 전달이 되고 그것이 골고루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된다는 것 까지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렇게 안 된다는 정황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의심하는 대로 북한 정부차원에서만 배분이 되고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필요 없는 지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북한에 내린 집중호우의 피해 상황은 현재 사망과 행방불명자가 600여명에 이르고 이재민도 60만에서 90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해 피해복구를 위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당국도 식량과 생활필수품등의 긴급구호품들의 분배상황을 투명하게 밝히는 노력도 그 어느 때보다 요구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