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나요: 북한 곡물생산 올해 380만 톤 추산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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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북한은 지난 8월 홍수로 인해 20만 헥타르 이상의 농경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뜩이나 식량사정이 안 좋은 북한주민들은 당장 북한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올해도 춥고 배고픈 겨울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간기획 “어찌 됐나요”, 이 시간에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점검해 봅니다.

권태진: 위기의 정도를 넘어서 굉장히 심각합니다. 북한이 별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논의 되고 있는 핵문제 등이 금년에 좀 풀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그야말로 외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남한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는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서 겨우 국민들을 죽이지 않고 꾸려갈 최소 곡물 소요량을 520만 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곡물생산에 최대 박차를 가하면서 연속 풍년을 기록하고 있다고 자국민들에게 말하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통계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이상 외부세계에 북한 식량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고 북한주민들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은 90년대부터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당국의 식량배급이 중단된 상태이고 또 최근에는 40여년 만에 맞은 폭우로 인해 북한 전체 농지면적의 16퍼센트에 해당하는 22만 헥타르가 큰물난리 피해를 당했다는 겁니다.

북한 식량난의 심각한 상황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전체 곡물경작 면적과 북한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 곡물 수요량을 알아야합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는 북한의 경우 채소를 재배하는 면적까지 합쳐서 곡물 재배하는 면적을 최대 140만 헥타르로 보고 있습니다.

권태진: 곡물 같으면 벼 재배 면적이 한 58만 헥타르, 옥수수가 50만 헥타르가 채 안 되고 그것을 합치면 110만 헥타르가 안 됩니다. 감자 10만 헥타르, 콩 5만 헥타르를 해봤자 120만 헥타르가 안 됩니다. 그리고 또 곡물마다 생산 수량의 차이가 납니다...

남한 국가 기관인 농촌 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총 곡물 생산량을 448만 톤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리고 민간 연구기관인 농촌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약 430만 톤으로 세계식량계획이 추정한 수치와 같게 발표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최소 400만 톤 이상은 생산 했다고 보는 겁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들은 북한 전체인구인 2,200만이 먹기 위해서는 하루에 1만 톤 정도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1년 365일로 환산하면 계산적으로는 400만 톤, 이정도면,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을 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권태진: 생산이 되도 그것이 다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수확 후 손실을 한 15 퍼센트 정도 잡고 있습니다. 이 분량은 수확을 해도 사람이나 가축이 먹지 못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아주 선진국의 경우는 3 퍼센트 내외가 되는데 국제기구에서 북한의 경우는 대개 15 퍼센트를 잡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일부 사료로 좀 들어가야 하고 또 나중에 곡식은 종자가 필요하거든요. 이런 저런 것을 다 감안하면 최소량이 520만 톤으로 잡습니다. 이 양이 있어야 북한 주민들이 죽지 않는 수준이 되는 겁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북한주민 1명의 1일 소비량을 1,600 kcal 로 보고 있습니다. 이 최소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권태진 박사의 설명을 다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권태진: 1,600 칼로리 같으면 우리가 하루 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더라도 죽지 않으려면 일정한 기초 대사량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보통 1,600 칼로리입니다. 최소량의 필요량인겁니다. 하루에 한 450 그램이 됩니다. 이것은 곡물로 환산할 경우 이렇게 나옵니다. 어쨌든 배급을 받아먹든 자기가 사먹든지 산에 가서 풀을 뜯어 먹든지 그 정도는 채워야지 사람이 죽지 않고 살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적어도 430만 톤의 곡물을 생산했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곡물 수요량에는 100만 톤 정도가 부족했는데 올해는 큰물피해까지 겹쳐서 그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올해 북한 곡물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최대 40-50만 톤 정도가 줄어들 것 같다는 전망입니다. 권태진 박사의 말입니다.

권태진: 제가 잠정적으로 집계를 해보니까 이번 수해 피해로 인한 것이 35만 톤 정도 감소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또 수해 이후의 2차적 감소적 요인 즉 병충해 피해 등을 감안하면 35만 톤 보다 많아지겠죠. 그렇게 되면 가을 수확량과 봄에 2모작으로 수확하는 양을 다 합해서 전체생산량이 되는데 그 생산량을 다 합치면 한 380만 톤 내외가 아니겠는가...

권태진 박사의 추정이 맞다면 북한의 올 식량상황은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쌀 차관이 40만 톤 그리고 북한이 통상적으로 상업적 수입하는 것이 20만 톤 내외, 여기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도 20만 톤을 초과하기 어려우니까 당장 북한 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북한에 대 기아사태가 다시 올수도 있겠구나 하는 예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재 북한당국은 어느 정도 식량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5년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번에 국제사회에 다시 지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남한에서도 오는 10월 말까지 40만 톤 차관 쌀이 북한으로 갑니다. 하지만 북한 2,200만 주민이 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겁니다.

권태진: 지금으로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는 없는데 지금은 수해지원은 있을지 몰라도 지난 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때처럼 대규모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치적문제와 인도적 문제가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핵문제를 조기에 매듭을 지어서 이제 북한이 외부의 인도적 지원도 받고 북한이 앞으로 농업자생력을 갖도록 지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내년도 굉장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어려움이 반복 될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북한 당국은 국제기관이나 국제사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지원을 할 때는 항상 남지 않게 넘치지 않게 준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북한 전체 인구와 농경지 면적 등을 계산하고 최소 식량 소요량을 추산한 다음 인도적 지원을 함은 물론이고 분배의 투명성 까지 보장 될 때 북한 당국과 합의를 하고 절대 넘치지 않게 주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이 이뤄져도 북한 주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가 죽음을 면할 정도만 식량이 공급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