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나요: 남북 정상회담, 남한입국 탈북자 반응


2007.08.15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오는 8월2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놓고 남한입국 탈북자들의 기대는 심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다른 한편은 남북정상의 만남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점진적으로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나요”, 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남한입국 탈북자들의 반응을 들어봅니다.

탈북남성: 정상회담 해봐야 도움은커녕 김정일 정권만 도와주는 거예요 탈북여성: 그런 소리 말라 하세요. 만나야죠. 만나서 자기네 소견들을 대통령들이 나눠야죠.

오는 28일 평양에서 노무현 남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을 놓고 남한입국 탈북자들은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언성도 높아집니다.

남한 언론은 연일 지난 2000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정상 회담에 있을 의제를 놓고 북한 핵문제, 남북 경제협력,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주의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전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몇몇 탈북자들의 말이 남한입국 탈북자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이들 탈북자가 바라보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우선 지난 2002년 남한에 입국한 올해 63세의 이순경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순경: 우리가 자꾸 대통령들이 만나, 고위급 간부들이 만나 이렇게 되면 눈으로 보잖아요. 북한 간부가 서울와서 이렇게 자동차들을 모으느라고 수고 했냐고 하니까 우리 대표가 차는 제발로 오니까 괜찮지만 이 아파트를 옮기느라고 대단히 수고를 했다고 말하니까 북한 사람이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못하더랍니다.

남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 인적교류는 지난 2000년 한해 8천명 수준에서 지난해의 경우 북한방문이 10만명(100,838)이며 북한주민의 남한방문이 870명 입니다.

방북 내용의 대부분은 개성공단 출퇴근으로 70퍼센트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금강산 관광 20퍼센트 나머지가 평양과 해주 남포, 원산과 정촌 지역입니다.

이렇게 한해 만 명이 남북을 오가고 있지만 이를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탈북자 이주일씨는 말합니다.

지난 2000년 남한에 입국한 이씨는 남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규모의 경제협력과 교류를 제시하겠지만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 없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주일: 기대라면 남한이 왕창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북한 체제를 놓고 볼 때는 다 바꿔야 하는데 남한이 그만큼 지원능력이 없을뿐더러 차관 형태로 준다해도 북한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한 가지 실례로 김정일 우상화 건물이 북한내에 3만5천개가 됩니다. 거기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15만 명이나 됩니다. 남한의 지원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리자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전례를 봐도 지원이 결코 인민들을 위한 지원이 아니란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지원해 주니까 인민들에게 차려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겠지만 그게 아니란 겁니다.

지난 2000년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후 7년 지난 지금 남북간 변화는 무엇보다 긴장완화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최근 남한에서 실시한 한 여론 조사결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많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10명중 한 사람, 그리고 어느 정도 위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0명중 4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절반이 되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전쟁을 다시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이후 북한의 전쟁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여섯차례 여론조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껏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그걸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10월 핵실험 실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1994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김승철씨는 분명 7년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김승철: 2000년 정상회담 때 노동신문에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밝혀진 것은 분단이후 처음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2000년 이후에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인도적 이유로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북한내부 하급간부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막연하게 남한을 나쁘고 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잘살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하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 됐다는 겁니다. 남한사람 만나면 무조건 간첩, 적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바뀌었단 말입니다.

특히 1차 정상회담 이후 활발하게 진행된 남북교류 사업과 경제협력 사업 그리고 대북지원 사업은 북한주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촉진제가 됐다고 말합니다.

김승철: 요즘에는 평양이나 국경 쪽, 특히 평양은 남한 비디오나 드라마를 한번쯤 안봤으면 얘기에 끼어들기가 힘들다고 젊은이들이 그럽니다. 북한에서는 체제나 감시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남한 문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서 내부적으로 자신의 속을 밝히지 못하는 속생각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죠. 그것은 인정을 해줘야죠.

지난 2001년 남한에 입국한 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이행서씨는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은 남한에서 열기로 이미 7년 전에 합의를 해놓고 다시 남한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른 것은 잘못이라면서 북측이 원하는대로 끌려다니는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2차 정상회담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행서: 우리 김정일 장군님의 쇼인거죠. 김정일의 초정에 의해 김대중 대통령이 왔다고 북한 언론 매체들은 떠들었거든요. 김정일 장군님의 인품이 좋아서 적대국의 김대중도 초청을 했다는 둥... 답방을 하겠다고 했는데 2000년 당시 벌써 주민들이나 간부들은 김정일이 절대 서울에 안 간다고 했어요. 저는 이번만큼은 북한정권에 이용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해봐야 김정일 정권만 도와주는 것이고 북한의 핵 포기는 고사하고 개혁개방을 더 지연시키는 길이니까요.

김대중 전 남한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에 살았던 탈북여성 김은희씨는 남북 정상회담이 김정일 위원장의 정권을 연장 시키는 선전 도구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은희: 그때는 처음으로 김대중이 북한에 왔잖아요. 그래서 진짜 통일이 되고 하는가 바램이 얼마나 큽니까? 일반사람들은 전부 장군님 편으로 알고 진짜 이제 통일이 되는 길이 열리고 남한도 장군님 제안에 머리를 숙이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남한에 와서 듣고 보고 하니까 다르거든요. 엄청 놀란 것이 아니라 차원이 다르죠. 북한에는 장군님이 다해서 지금도 또 그렇게 선전할겁니다. 김정일을 무시하고 진짜 일반인들이 좋아지게 생활이 되고 해야 하는데 더 악화되는 것 아닙니까? 그쪽에서 살던 사람들은 불보듯뻔한 거니까?

북한에서 살았기에 북한체제를 너무 잘 알고 그래서 남한사람들이나 외부세계가 말하는 북핵 폐기 문제나 경제협력, 평화협정 등의 정상회담 의제가 남한입국 탈북자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환갑을 넘은 이순경씨는 고향을 등지고 남한에 살면서 정치와 이념을 초월해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는 것에서 작은 희망을 본다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찾아오길 소망했습니다.

이순경: 우리가 솔직히 정치적인 문제로 탈북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두만강을 넘은 것은 다 배가 고파서 앉아 굶어 죽는 것보다는 쌀밥이라도 먹고 죽자 하는 맘입니다. 그중에는 일부 정치적으로 과오를 저지르고 온 것도 있지만 극소수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잘 벌어서 북한에 문만 열리면 나간다고 하지 여기 살겠다는 사람 없습니다. 우린 내 고향에 나가서 내 친척, 형제 들을 살리자는 목적으로 열심히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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