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미래 희망을 쏜다
2025.01.06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올 한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추가로 돈 많이 버시기도 바랍니다. 추운 날씨 올해도 변함없이 퇴비전투에 참여하여 고생하실 청취자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신년이라 이곳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말 한마디 건네며 새로운 신년모임 이야기로 즐거움을 더해가는데 우리 고향 그곳에선 여전히 삶과의 전투를 벌인다니 세상이 너무 야속합니다.
올해 시영이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대표님이 몸이 아프셔서 제가 대표님 몫까지 더 책임적으로 일을 해야 해서 어깨가 아주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정해진 길이 있고 이루어야 할 꿈이 있기에 올해도 차곡차곡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이맘때면 공동사설을 외워 초급당 비서 동지에게 검열받는다고 눈코 뜰 새 없었지요. 이곳 대한민국에 와서 저는 토요일이 제일 좋습니다. 이유는 생활총화가 없으니까요. 늘 없는 잘못을 만들어 내고 친구의 결함을 꼭 집어 말해야 하고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였던 생활총화가 없으니 참살만 합니다.
지난 주말에 저는 새해를 맞으며 신년회 겸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을 격려하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여성이 주를 이루는 탈북민들이지만 최근 대학생 중에는 남자도 제법 많습니다.
신분사회 북한에서는 좋은 대학은 간부 집 자녀들이 다니지만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순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요. 탈북민들은 34살까지 정부지원을 받아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교에도 갈 수 있답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 등록금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친구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 대출도 받습니다. 물론 노력하면 등록금 마련도 가능하고 대출을 받고 취직을 하면 급여의 몇 퍼센트를 몇 년간 나누어 은행에 갚으면 되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 진학률은 90%를 넘습니다. 전 국민이 대학 졸업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학 등록금은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또 부모님이 해결해 주는 정도이지만 북한이 고향인 친구들이 받는 혜택은 엄청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 모임이라 분위기부터 경쾌했는데요. 북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탈북한 친구도 있고 고등학교에 다니다 탈북한 친구도 있고 유치원을 다니다 탈북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입국하면 대안학교에 가서 공부하는데요. 대안학교는 정규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학습 과정을 마련하여 새롭게 고안한 학교를 말하지만 탈북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공부를 가리키는 학교라고 보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외국어 대학도 다니고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북한으로 설명하자면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김형직사범대학 정도의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공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너무 어려워 코피를 쏟으며 공부한 친구는 물론 대학시험을 4번이나 치고 겨우 합격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공부에 전혀 소질이 없다고 느꼈는데 이곳에 오니 언어에 특별한 재주가 있어 영어는 자신 있다는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그 친구들이 지금처럼 영어로 미국인과 대화도 하고 컴퓨터로 과제도 척척 해내고 비싼 카메라를 들고 사진도 찍고 영상도 편집하는 능력을 갖췄을까요?
절대 그럴 일이 없는 집안의 자식들이 이곳 자유대한민국에서 평등을 누린다니 그날 모임에서도 우리는 탈북하기 잘했다고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그 모임에 가게 된 이유는 동생 때문인데요. 요즘 개인방송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동생이 언니가 어린 친구들에게 힘이 되게 모임에 참가하면 좋겠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면 나중에라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부탁을 해서입니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시영이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나름 인기스타인데요. 북한이 고향인 청년들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젠가 맞이할 통일을 준비하고 남과 북의 새로운 세상에서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공동의 사명감도 가지게 하는 저의 일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온 친구들은 어렴풋이 고향의 추억은 있지만 고향의 걱정보다는 본인의 삶에 더 충실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을 탓할 수 없는 것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헤어짐이 이어질수록 기억도 흐릿해지고 이곳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느라 바쁜 일상에서 고향에서 고생하는 친구들을 위해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 탈북민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한반도의 아픔을, 우리 고향의 아픔을 더 열심히 전달하고 고향에 계신 청취자님들의 소식을 더 열심히 전달해주는 창구 기능을 해야 한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날 모임에 참가한 탈북대학생 10명의 밥값은 선배인 제가 멋지게 한턱냈습니다. 북한에서는 권력이 있는 간부가 최고라고 하면 이곳에서는 밥값을 내는 사람이 최고입니다. 북한 간부는 공짜로 뇌물을 받으면서도 존경도 도맡아 받지만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 뇌물을 받으면 벌금과 함께 비난을 받습니다.
이곳에서는 맛있는 밥을 사주는 고향 누나가 언니가 인기 최고입니다. 물론 동생들도 먹고 살 만큼 벌기도 하고 제가 돈이 많아서도 아니랍니다. 이곳 대한민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고향의 자유를 위해 마음 쓰는 그들이 너무 이뻐서 제가 무리를 한 것이지요.
그날 모임은 남한 정착을 먼저 한 친구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무료로 공부도 가르쳐주는 공부 동아리입니다. 주말마다 모여 대학 생활도 공유하고 또 공부도 가르쳐주고 여러 가지 정보도 알려주고 시작과 끝에는 꼭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도 해주고 너무 미래가 기대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비록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마음만은 뿌듯하고 힘이 되었던 주말이었습니다. 모임의 마지막 기도에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하루도 고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인간의 평등함을 전하고 북한의 어린 친구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요. 그날이 제발 빨리 찾아오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