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삶, 장기기증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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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삶, 장기기증 한국생명사랑재단이 지난 1일 배우 이다해를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무더위의 한국생활과 또 함께 살아가면서 베풀고 사는 것도 닮아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종일 불볕더위가 쏟아지는 여름입니다. 이런 날에는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얼음을 넣은 냉커피 한잔 마시면서 여름을 나는 것도 괜찮겠죠. 에어컨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전기만 꽂으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가전제품인데요. 이것 하나만 있으면 지금처럼 무더위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답니다.

서울은 너무 더워서 냉방기, 즉 에어컨을 전부 가동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전기가 나가는 블랙아웃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런 경우 한국에서는 전력공사에서 출동하여 몇 시간 안에 전기를 고쳐서 원상회복을 해주죠. 그래도 한 번씩 블랙아웃이 되면 주민들의 원성도 자자하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렸을 때, 아니 그렇게까지 어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찌되었던 80년대 말쯤 제가 살던 곳에도 냉장고라는 것이 들어왔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북한의 전기사정은 하루 몇 시간밖에 공급이 안되는터였고 일본 냉장고를 구매한 집에서는 불이 들어오는 시간이면 극동기만 가동시켜서 얼음 보숭이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한여름의 얼음을 처음 본 아이들은 신나서 그 집 창문 앞을 떠날 줄 몰랐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줄 서서 겨우 사오다가 오면서 절반 정도 녹아 내린 얼음과자를 보면서 신기해했죠.

그 후 1990년 중반 정도가 되어오니 회령 시장에서 아이스박스에 얼음과자를 담아서 “까까오 사시오”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식량 한 톨 아쉬운 때라 그 흔했다는 까까오 한번 먹어보지 못했지만 지금도 생각해보면 북한에서의 여름을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이 어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더위에 햇볕을 많이 쫴서 걸리는 병을 그 동안 북한에서도, 한국에서도 열사병이라고 했는데 오늘 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우리말로 더위 병이라고 바꿔서 부르더군요. 저녁에는 이 살인적인 무더위에 밖에서 고생한 식구들을 위해서 시원한 오이냉국을 만들어봐야겠네요.

한국에 와서 대학교 다니던 시절 캄보디아에 자원봉사를 갔는데 북한식으로 오이를 채 썰어서 된장을 풀고 거기에 연한 미역까지 풀어서 오이냉국을 했는데 모두 처음 먹어본다고 신기해하면서도 한 그릇씩 더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방법은 조금 달라도 역시 우리 민족은 오이를 냉국에 타서 먹는 방법도 닮았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답니다.

몇 개월 전 알 수 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가족 중 한 사람인데요. 40대 초반의 남동생이 병원에서 간경화로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면서 간이식에 대한 상담요청을 해왔습니다.

스러져가기에는 아까운 나이에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부모님과 가족의 마음은 찢어지는듯한데 안타깝게도 가족 중 누구도 환자와 조직검사가 맞지 않아서 또 B형간염 보유자라서 간을 제공해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환자의 누나는 동생 사연을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장기이식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달았다면서 자신도 장기이식을 신청해놓겠다고 하는군요.

사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6년 전 고향이 량강도 혜산인 한 무연고 탈북민에게 저의 간을 공여해준 경험이 있고 그 일로 인해 장기이식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해놓은 상태랍니다. 저 역시 그때 당시 간경화 진단을 받은 탈북민을 위해 장기기증센터를 발 닳게 오르내리면서 물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많이 보았기에 사후 신체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저의 사연이 언론에 나가면서 간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은 저에게 상담요청을 하는데요. 자신의 간을 타인에게 나눠주는 일은 받는 사람에게나 주는 사람에게나 자신의 목숨과 일생을 거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당연히 저에게 문의가 들어오면 저는 의도치 않게 간이식 전문 상담사가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늘 간이식 해주시려는 분들께 말씀을 드립니다. 생명을 살리려는 마음이 고맙고 감사하지만 자신이 살아갈 앞날에 대한 준비나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요. 저 역시 간을 이식해주고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경제적 상황이나, 건강문제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생활적인 요소이기에 한 번의 결단으로 인하여 살아가야 할 일생에 후회가 생긴다면 그 또한 수혜자에게도 상처가 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장기기증협회가 있고 또 윤리위원회가 있어서 장기를 기증하려고 해도 경제적 문제, 가정적 문제, 종교적 문제 장기매매까지도 염두에 두고 검토한답니다.

이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시에만 생체 장기기증을 할 수가 있는데요. 저 역시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특히나 신앙적인 측면에서 믿음이라는 것이 없으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앞날이 그 어떤 보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로 인해 더욱 힘들어 질 테니 그런 면을 신경 써보라고 이야기 해준답니다. 그런 어려운 과정들을 감수하면서도 탈북민들이 간경화로 힘든 과정을 겪을 때 선뜻이 나서주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답니다.

몇 달 전에 전화 상담을 주셨던 분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는데 마음이 뭉클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탈북민들이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는데 생면부지의 한 여성분이 나서서 자신의 간을 제공해주겠다고 했다고 하네요.

녹취: 결혼은 안 했으니까, 엄마가 (기증을)하라고 해서... 그니깐 기적이 일어난 거죠.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열리고 가슴이 먹먹해 진답니다.rl 탈북민들을 국민으로 받아주고 또 탈북민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물질로, 마음으로, 심지어 이렇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면서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탈북민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방인이 아니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서 살아갑니다.

기사 작성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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