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우리집 가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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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덥다고 난리를 치던 무더위도 한풀 꺽이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 방학이 한창 무르익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날일지 몰라도 매일매일 어지럽혀놓고 거둘줄 모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복장이 터지는 때이죠.

오늘 방학을 어떻게 보내냐고 손녀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방학 중에 전화가 와서 깜짝 놀라셨죠 ? 그냥 전화해봤습니다.

방학도 길고 , 민경이랑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

손녀딸 담임 선생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붙여놓은 별명이 ‘꼰대’라고 합니다. 기가 차서 왜 그렇게 지었냐고 하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할머니 하고 비슷한 말이 많다고 합니다.

제가 그럼 할머니도 꼰대네, 했더니 아니, 그게 아니고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지만 아랫반 아이들이 언니, 이번에 꼰대 선생님한테 걸렸네요 해서 알았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별명을 지어서 부르던 것은 저희때나 지금이나, 북한이나 한국이나 같은가 봅니다. 학교 교사였던 저의 아버지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돗수 높은 안경을 끼고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네바퀴라는 별명을 가졌었지요.

저 역시도 지금은 안경 신세를 져야 하는데 젊어서부터 안경을 착용하셨던 아버지의 고충이 조금은 알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핸드폰을 본다던가, 노래를 들으려고 귀에 꽂고 다니는 이어폰 같은 것을 끼지 못하게 아이를 엄격하게 잡기도 합니다. 그런 저의 마음도 모르고 밤 늦게까지 휴대폰을 들고 살고, 잘때도 귀에 이어폰을 꽂는 아이 때문에 집에서는 큰소리가 잦을 날이 없습니다.

아이가 불만인 것이 우리집은 너무 엄격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꼰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손녀딸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 해보니 너무 고맙다고, 지금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참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 하는데 어쩌면 저와 너무 같은 생각이 많아서 이야기를 길게 나누게 됐습니다.

부모들이 자신이 지난날 겪은 고생을 자녀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는다며 무조건 해주고 무조건 허용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상전입니다. 탈북민 역시나 마찬가지 입니다. 의도치 않게 북에 남겨두고 또 중국에 놔두고 한국에 와서 뒤늦게나마 데려온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할말을 안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질세라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저렇게 해주다보니 아이들이 어느덧 귀한 것을 모르고 부모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자라게 되지요.

탈북민들 중에도 그렇게 키운 자식이 어느 순간엔가 엄마가 또는 아빠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냐고 또는 엄마가 나를 버리고 오지 않았냐는 원망을 듣습니다.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다가 그런 말을 듣고 가슴을 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어찌하여 부모는 늘 자식에게 빚진 사람이고 미안한 마음만 가득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또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사춘기가 막 시작한 손녀딸 하나만큼은 엄하게 키우려 합니다. 그동안 잘못한 일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지난번 8.15에 저희 집도 특별사면을 했습니다. 앞으로 잘한다는 조건으로 모든 잘못들을 묻어두고 앞만 보고 살기로 했습니다. 특별사면이란, 그 어떤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을 대통령이 정하게 되는데 그동안 잘못했던 것들을 면제해주기 위해 농담 삼아 집에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죠.

가슴속에 남은 응어리와 원망 그리고 미움을 다 끄집어 버리고 사랑과 행복을 찾기 위해 마음에 새그릇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벌칙으로 하던 집 청소를 할머니를 돕기 위해 계속 한다고 하기에 돈으로 계산해 주기로 했답니다. 실제 한국의 아이들은 집에서 자기 물건을 제대로 정리를 안하고 게임하고 휴대폰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일상이지만 외국에서는 자립심을 키워주고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집에서도 부모가 가르친다고 합니다.

저도 손녀딸이 하루 청소를 하면 한국돈으로 3천원, 달러로는 2.2달러 정도의 금액인데 한달을 모으면 70달러 밑까지 가는 꽤 되는 금액을 주고 있습니다. 그 금액 중 60%는 집에서 사는 월세를 받기로 하고 나머지 금액은 자기가 용돈으로 쓰게 하기로 했네요.

정작 집세를 받는 다는 것은 명색뿐이고 아이 이름으로 돈을 모아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일찍부터 돈을 버는 법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저축에 대한 습관을 익히게 하려는 겁니다.

12살이 좀 지난 손녀딸이라 저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래보다 큰덩치라 운동삼아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북한에서 불 때서 밥을 해먹고 물동이를 이던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지만 자기 주변정리도 잘 안되는 아이를 가르치는데에는 더할 나위가 업는 교육방법이기도 합니다.

오늘 손녀딸의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해보면서 내자식도 아닌데 한두명도 아닌 수십명의 아이를 맡아서 돌보는 선생님도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도 손녀딸은 자기가 청소한 장부를 가지고 와서 서명을 해달라고 합니다. 한집에 살아도 보기 힘들었는데 그렇게 아이와 또 한번 말을 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