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탈북민 주인공 영화 ‘행복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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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쑥스럽지만 자랑을 좀 해야 합니다. 얼마 전 한국의 작은 도시인 청주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다름 아닌 탈북민이 한국으로 오는 여정과 한국에서 살아가게 된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제목은 “행복의 발견”으로 영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저의 삶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북한인권에 관한 많은 영화가 있었지만 이번에 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은 그동안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살아 온 눈물겨운 사연과 제3국에서의 삶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한국 국민이 되어 한국생활을 해가는 탈북민의 모습이 그려진 영화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저에게 제안을 했던 겁니다.

내 자신도 탈북민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흔쾌이 승낙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필름 에세이라는 방식의 화면으로 보는 수기 형태로 하다 보니 따로 배역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지요.

우리는 영화를 찍기 위해서 머나 먼 동남아시아까지 두번에 걸쳐 힘든 여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무거운 촬영장비를 메고 산 정상까지 올라갔어야 했고 몇 시간씩 걸리는 촬영으로 모기에게 물려서 다리며 팔과 얼굴이 붓기도 했고, 열악한 산세에 잃어버린 장비를 찾기 위해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찍은 영상은 시사회 전날까지도 밤샘 작업을 해가면서 보정을 거쳐 상영이 됐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충청북도의 언론사들에서 뉴스를 통하여 홍보를 해주었고 영화관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자리를 꽉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언론의 홍보 역활도 있겠지만 수고를 해주신 감독의 활동을 지지 하고 응원하는 분들과 또 탈북자 김태희를 기억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그 자리를 메울 수가 있었지요.

나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가족이라고 하겠지만 가족 외에도 이 머나먼 한국에까지 와서 북한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고향 사람들입니다. 고향에서 같은 학교를 나온 선후배들이 십여명이나 자리를 차지해주니 얼마나 든든한 지 모르겠습니다. 고향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응원해주러 와서 눈굽을 찍는 동생들과 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 수인과 태희의 이야기인데요. 유튜브 방송을 하는 수인이 저조한 구독자 수에 여행을 담은 영상으로 구독자 수를 올리려고 라오스를 선택을 했다가 태희를 만나면서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은 탈북민 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다 볼 수 있는 그리고 한국의 아이들까지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세번의 강제북송을 겪으면서도 살아냈어야 했던 나의 삶을 그리면서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굳세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도 참 어렵게 그리고 굳세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네요. 그리고 가끔은 지난날을 잊고 살아가기가 일쑤인데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고마운 사람은 당연히 나를 초대해준 감독인데 십년 전 내가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올렸던 글과 나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모조리 찾아 하나의 작품을 만든 자체가 대단했지요. 내가 이렇게 멋진 말을 했나 싶을 정도로 한 사람의 아스라한 기억을 찾아내어 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커다란 열정과 집념이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영화 줄거리를 짜고, 영화를 위해 해외에까지 가서 작품이 될 장면들을 찍고 그에 맞게 편집을 하는 많은 일들이 쌓이면서 이 영화를 위해 감독은 오직 한가지를 보고 달렸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북한이라는 땅을 제대로 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땅에서 태어나서 산전고초를 겪으면서도 삶을 스스로 끊을 선택의 여지도 없어서 그냥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요.

누구나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고 역경이 찾아오고 비바람이 부는 인생이 있지요. 그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영화 “행복의 발견”은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냈어야만 했던 삶이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냐의 문제로 관중과 다가가는 길에서 저는 닥치는 대로 살아라는 어느 대학의 표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시련은 우리가 예고하지 못한 채로 당하게 되지요. 그런 시련을 닥치는 대로 이겨내면서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과의 대화도 있었는데 탈북민으로서 한국정착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탈북민 우리가 가장 힘든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이 설령 자신들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포용하고 이해를 해주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지요.

내가 살아가고 내 후대들도 살아가야 할 땅에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고 발견해 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날이 되어보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RAF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일